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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보이는 망원경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나날

‘미래가 보이는 망원경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나날

극장 속 관객의 고독

공연이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서 ‘땡잡았다’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제일 복 터진 경우는 본 공연이 가슴 미어지게 좋을 때지만 때로는 그러한 감동도 옆자리나 근처에 앉은 관객들의 상식을 깨는 행동 때문에 바사삭 부서지기도 한다. 그 때문에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극장에서 좌석을 찾아 앉았는데 불이 꺼지고 막이 올라가고도 앞자리나 옆자리가 비면 속으로 신나게 ‘앗싸!’를 외치며 마치 그 자리가 내 자리이기라도 한 듯 쓱 좌석을 내려 가방을 올려놓는 만용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모든 관객에게 말이다.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극장가가 문을 닫고 오로지 한국의 극장만 문을 여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한국의 공공극장들은 문을 닫아걸었고 상업 공연장 가운데 일부만 공연을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좁은 극장 안에서도 관객 사이의 거리 2m를 유지하라는 권고가 내려왔기 때문

역사와 함께 그려진 빵의 의미

역사와 함께 그려진 빵의 의미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향긋한 빵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식하는 횟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배달 주문을 해서 먹는 경우는 훨씬 늘었다. 덩달아 배달 주문하는 빵의 매출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완제품을 사서 먹기도 하고 발효시킨 냉동 생지를 사서 에어 프라이어 등으로 구워 먹기도 한다. 향긋한 빵 냄새가 집안에 퍼지면 바이러스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호에서는 빵을 그린 그림들을 살펴보자. 빵의 역사와 의미빵은 밥과 더불어 인류가 먹어온 가장 중요한 주식에 속한다. 특히 서양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탄수화물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 빵은 단순히 영양 공급의 차원을 넘어 역사·사회·정서적 가치를 띤 상징물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밥이 한국인에게 그러하듯이 말이다. 동료 혹은 회사를 뜻하는 영어의 company는

암울한 시기를 견뎌내기 위한 ‘영상’이라는 대안

암울한 시기를 견뎌내기 위한 ‘영상’이라는 대안

무대를 영상으로 보는 낯섦에 익숙해지기

2020년 5월 7일(목) 어두운 새벽, 문득 기적 같은 기쁨을 맛보았다. 노트북에 내장된 스피커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로돌포’, 레나타 스코토의 ‘미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1977년 녹화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프로덕션 공연 실황이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매일 한 작품씩 스트리밍하던 레퍼토리 가운데 화질은 많이 떨어지지만 천상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이 프로덕션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지구 반대편 작은 방에 앉아 전설처럼 내려오던 공연을 보다니. 세상에, 레나타 스코토의 소프라노는 얼마나 아름다운가!코로나19 발병 이후 공연이 대부분 취소됐고, 낯선 이와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하기가 두려운 지금. 사람들은 라이브 공연에 대한 목마름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달래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현장에 가

환상의 힘은 부재를 실재로 바꾼다

환상의 힘은 부재를 실재로 바꾼다

부재함으로써 존재하는…

인간이 두려움을 느낄 때는 정작 그 대상의 실체를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미지의 것들은 아직(未) 알(知) 수 없음으로 인간의 영혼을 잠식한다. 부재하지만, 바로 그 부재로 하여 인간의 정신을 압도한다. 부재를 실재로 바꾸는 건 환상의 이다. 어쩌면 인간은 상상력으로 인해 공포에 떨게 되는 게 아닐까. 무대 위에도 그런 존재들이 있다. 부재로 존재를 드러내고, 존재감을 뿜어내는 인물들이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제목에 그 이름이 들어간 타이틀 롤(Titel Role)이면서도, 등장 한 번 않고, 혹은 한두 번의 등장으로 모든 인물을 압도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작품 세 편의 예를 살펴본다.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먼저 오래된 예로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꼽을 수 있겠다. 등장인물 줄리어스 시

브라운의 ‘영국의 땅끝’과 야로센코의 ‘삶은 어디에나’

브라운의 ‘영국의 땅끝’과 야로센코의 ‘삶은 어디에나’

희망을 그린 그림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은 봄이 사라진 해가 되었다. 전 지구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희생자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희망만큼 큰 위로는 없다. 이번 호에서는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을 감상해 보자.절망의 시대에 발견한 희망의 순간영국의 화가 ‘포드 매독스 브라운’의 작품 <영국의 땅끝>은 낯선 곳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다. 브라운이 그림을 완성한 1854년은 영국에서 이민 행렬이 절정에 이른 해다. 무려 36만 9천 명이 영국을 떠났다. 브라운 또한 이 무렵 인도로 이민 갈 것을 심각하게 고민 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예술가들의 생존 환경 역시 좋지 못했다. 브라운의 친구 조각가 토마스 울너는 5년 동안 단 한 건의 작품 주문도 받지 못해 아사할 지경에 이르자 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결

낭만주의자 슈만이 다가오다

낭만주의자 슈만이 다가오다

슈만의 탄생 210주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니, 슈만의 탄생 210주년을 잊고 지나 갈 뻔했다. 베토벤(1770~1827)이 고전주의를 대표한다면, 로베르토 슈만(1810~1856)은 글과 음악으로 낭만주의를 온몸으로 구현하며 살다 간 인물이다. 문학과 음악에 빠진 법학도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전공에는 전혀 뜻이 없는 청년이었다. 오히려 음악과 문학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전공인 법학과 자신의 열정이 향해 있는 음악, 문학 사이에서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던 슈만은 1829년 마음을 다잡고 법학에 몰두하고자 하이델베르크 대학으로 적을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도리어 프랑크푸르트에서 파가니니의 곡과

‘예술’의 역할을 논하다

‘예술’의 역할을 논하다

전염병이 돌아도 예술은 필요하다, 더 절실하게

뮤지컬 <영웅본색>, <줄리 앤 폴> 등도 공연기간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막을 내렸다. 김해문화의전당에서 2월 말에 공연될 예정이었던 육군 뮤지컬<귀환>도 취소됐다. <위윌락유> 등의 라이선스 공연도 중단됐고 열렬한 팬층을 보유한 뮤지컬 <팬레터>의 안양, 인천 공연 또한 취소돼 5, 6월 공연의 예매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취소된 공연들 가운데는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부터 이미 티켓판매 상황이 저조했다가 더 큰 적자를 보기 전에 코로나19를 빌미로 막을 내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길을 던지는 작품들도 있지만, 흥행에 자신하던 작품들도 있다. 어느 쪽이 됐든 작품을 보고 싶었던 관객들에게는 상실감이 크다.물론 공연하는 작품도 있다. 뮤지컬 불패 신화를 이어온 배우 김준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뮤지컬 <드라큘라>는 프리뷰와

봄날처럼 로맨틱하고 감상적인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회화

봄날처럼 로맨틱하고 감상적인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회화

이주헌의 미술책장

19세기 영국에서는 화사한 봄날처럼 로맨틱하고 감상적인 회화가 활짝 꽃피었다. 이 회화를 ‘빅토리아조의 회화(Victorian Painting)’라 부른다. 1819년에 태어나 1837년부터 1901년까지 재위한 빅토리아 여왕의 치세가 이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그 낭만성과 ‘센티멘털리즘’을 대표하는 중요한 화가의 한 사람이 로렌스 알마 타데마(1836~1912)다. 로렌스 알마 타데마의 작품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라이벌>(1893)을 통해 알아보자. 저 멀리 청명한 하늘이 펼쳐지고 바다도 그 못지않은 푸르름을 자랑한다. 그림의 배경은 고대 로마의 한 실내 공간이다. 지중해의 빛이 기세를 한풀 꺾고 들어오는, 차분하면서도 화사한 로마의 한 실내에서 소녀들과 꽃, 그리고 대리석 조각이 서로

문화 영역의 장으로 탈바꿈하는

문화 영역의 장으로 탈바꿈하는

봉하마을마을로 간 예술 - 봉하창작센터

봉하마을은 김해의 문화자원이다. ‘문화자원’으로 규정하는 까닭은 봉하마을을 정치 영역에서 문화 영역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지난 10년간 봉하마을은 존재 자체로 정치의 장이었다. 정치란 어디에든 존재하지만, 특히 봉하마을은 뜨거운 격정과 팽팽한 긴장이 공존하는 현실정치의 장이었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의 사저가 퇴임 후 대중의 방문지로 주목받은 것도 새로운 일이었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서 생태 공동체를 일구고자 했지만, 정치적 음모가 빚어낸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봉하마을은 격동하는 정치적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정치적 장에서 발생하는 소통 불가능성과 이데올로기적 대립 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소통의장을 마련하고자 했던 그의 꿈은 남은 사람들의

문화도시로의 김해의 내일을 기대하며

문화도시로의 김해의 내일을 기대하며

김해역사문화도시 예비 선정과 과제

김해역사문화도시가 문화도시로 예비선정됨에 따라 김해의 역사와 삶의 문화가 재조명되고, 지역문화 변화의 핵심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도시는 시민이 공감하고 즐기는 도시문화의 고유성과 창조력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사회구조, 지속가능한 도시체계를 갖춘 법정지정도시이다. 문화도시의 이러한 정책 개념을 바탕으로, “김해는 왜 문화도시 지정을 추진하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김해를 바라보고자 한다.문화시민과 문화도시로의 성장 위한 고민김해역사문화도시 조성계획에 의하면 김해는 고대국가 가야문화의 중심지로써 가야 역사의 가치를 보존하고, 약 2,000년간 이어온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현재의 시민들에게 계승하고자 한다. 또한 미래 김해의 도시성장과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새

2018 클래식 트랜드

2018 클래식 트랜드

클래식, 새로운 변화에 눈을 뜨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시행 1년을 맞은 2017년, 기업 후원에 의지하는 해외 악단 초청과 국내 오페라 제작은 힘겨웠다. 통상적으로 빈체로·크레디아등의 대형 공연 기획사와 민간 오페라단은 1-2년 전 미리 해외 공연단체·공연장과 각각 수입·대관 계약을 맺은 이후, 공연 전까지 기업 후원사를 물색하면서 공연을 제작해왔다. 통상적으로 후원 금액의 30~50퍼센트를 기업에 티켓으로 제공하면서 타이틀-메인-서브 스폰서십으로 제작비를 충당해온 구조가 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흔들리게 됐다. 기업은 김영란법을 근거로 오케스트라-오

김해, 문화도시에 미래를 묻다

김해, 문화도시에 미래를 묻다

세계문화도시들의 성공전략

지난 세기동안 서구와 한국의 도시들은 모더니즘 도시계획 큰 영향을 받아 왔으며, 이러한 도시계획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현대 한국의 대도시들은 사람이 주인이 아닌 아파트와 자동차 등 비핵심적인 요소들이 장소를 점유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비문화적인 도시활성화 전략은, 자동차 중심의 도로 확장과 함께 창조적인 커뮤니티의 상호작용을 방해했으며, 지역의 이야기와 역사성이 사상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자율성’과 ‘다양성’, ‘창의성’이 강조되는 현재의 문화기조와는 배치되는 것이다. 문화도시, 인간의 문화적 삶의 실현을 위한 조건이런 측면에서 도시계획 뿐 아니라 도시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문화특화지역 조성

2017년 미술계 트렌드

2017년 미술계 트렌드

비엔날레의 피로감, 미술가의 생계, ‘관객참여’라는 유행어

2017년 우리 미술계를 정리하려면, 올해가 세계 동시대 미술계에 각별한 해였음을 전제하고 시작해야 한다. 끝자리가 7인 연도는 국제 미술 축제 셋(격년 주기 베니스 비엔날레, 5년 주기 카셀 도큐멘타, 10년 주기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이 10년에 한번 겹쳐 열리는 해다. 국경 너머 미술축제지만 세계화로 연결된 오늘날, 국내 미술계도 이런 행사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끝없는 실험, 그리고 변화의 움직임잇따른 매머드 급 `비엔날레`는 피로감을 남겼다. 작품마다 달라붙는 장문의 해설은 피로감을 가중시켰고 지역 공동체와 연대하며 ‘사회참여기능’을 내세우는 방향은 분명 철지난 느낌을 준다. 현재 동시대 미술은 스스로의 고립을 자초하는 감이 분명 있다. 비엔날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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