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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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는 밝은 면이 있기 마련
세상 밖 즐거움이 사라져도 예술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문화 예술 분야가 캄캄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여기에도 어두운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위험해지면서 배달이 늘어났다. 배달 업체는 라이 더 구인난에 시달릴 정도로 호황 중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어마어마하게 발생하는 포장 쓰레기라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덩달아 배달 수수료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극장과 전시관, 도서관 등의 공공장소를 가지 못하게 되면서 영상 산업 중에서도 극장 개봉관은 울고 스트리밍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영화관은 파리가 날리지만, 스트리밍 선점업체인 넷플릭스는 물론 디즈니, 아마존 등이 코로나19로 인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업을 확장 중이다. 그중에서도 아마존은 기존의 공연 장르 가운데 기록용으로 찍어뒀던 영상들까지 스트리밍 권리를 사들이면서 공연 장르까지 스트리밍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자체 제작에 중점을 두는 넷플릭스나 기존 브로드웨이 무대를 현장감 있게 다시 촬영하는 방식을 택한 디즈니와는 차별점을 두며 신규 고객을 넓혀가고 있다. 아마존은 심지어 학생들에게는 영상 서비스와 프라임 서비스를 6개월간 무료로 제공하며 6개월이 지나도 염가에 제공하면서 잠재적 수요자인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공원에서 달리기 등의 야외 활동이 곤혹스럽다 못해 고통스러워지면서 집에서 소위 ‘홈트’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유튜브 등에서는 따라 하기 쉬운 동작들로 구성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로 이득을 본 일부의 일이다.

춤이 대중적인 예술 장르가 되지 못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언어’다. 말은 가장 쉽게 사람들에게 감정과 줄거리를 설명해 준다. 발레는 가장 많이 사랑받는 춤 장르지만 초보자들에게는 발레 언어라는 진입 장벽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도 발레에는 발레 언어라는 약속된 몸짓의 언어가 있지만 현대무용으로 넘어오면 그마저도 기댈 수 없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느낌’만으로 어두운 극장에 앉아 있는 것만큼 당황스러운 일도 없다. 그런데 바로 그 ‘느낌’이 짧은 댄스 필름에는 언어의 장벽을 넘고 국경을 초월해 통한다. 말 없음이 장점으로 치환되고 설명이 필요 없는 ‘느낌’이 그 자리를 채운다. 짧은 단편이 이러한 강렬한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스크린에 옮기는가를 고민해 왔다면 최근 점점 길어지고 있는 댄스 필름은 그곳에 서사를 채워 넣는 시도를 하고 있다. 결국 상업적인 성과는 납득할 수 있는 서사의 표현이라는 지점까지 다다른 셈이다. 국내에서는 서울무용영화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발, 서울독립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댄스 필름이 상영되고 있다. 현대무용단 고블린파티의 <나는도깨비입니다>, 김병준 감독의 <플리커>, 남정호 안무가의 <구르는 돌처럼>, 김시헌 감독의 <부카니마: 춤>, 이병윤 감독의 <유월>, 김보라 안무가의 <초기화된 몸> 등 생각보다 많은 작품이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대부분의 도시의 극장들이 문을 닫았을 때 가장 먼저 온라인 클래스를 열고 무료로 공개한 것도 댄서들이다. 코로나19가 이렇게나 오래 갈 줄 몰랐겠지만, 최초로 개설된 스트리밍 서비스가 브로드웨이 안무가들과 댄서들의 댄스 교실이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무대 공연 장르 가운데 춤은 가장 먼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무료나 혹은 수강 신청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춤 교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만약, 집 안에서 춤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코로나 시대가 끝났을 때 발레 기초부터 탭댄스까지 어떻게든 출 수 있는 몸으로 다시 태어날 기회다. 잘 출 수 있는지는 물론 다른 문제지만, 어쨌든 방구석에 열정을 뿜어내기에 춤만 한 것도 없다. 코로나19는 끔찍하다. 여행이 사라졌고 세상 밖의 즐거움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으려고만 한다면 예술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작성일. 2020. 0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