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미를 지닌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대영 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은 현재 수십만 점에 이르는 세계 최다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하루에 8시간 동안 1분에 한 점씩 감상한다고 하더라도 소장품을 모두 보려면 4개월이 족히 걸린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16세기 프랑수와 1세의 왕실 컬렉션에서 시작되어 450년이 넘는 긴 컬렉션의 역사를 자랑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은 나폴레옹 시대에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루브르 박물관이 보유한 수많은 유물은 나폴레옹 원정 당시 점령지에서 약탈한 전리품이 많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개관 초기에는 나폴레옹 미술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나폴레옹 군대를 따라다니며 수집만 하는 수집관이 있었는데, 루브르 박물관의 세 개의 관 중 드농관은 유명했던 수집관 드농을 기려 이름 붙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와 별도로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인들에게 프랑스 혁명의 상징적인 결과물로서 아주 중요한 곳이다. 민중이 투쟁을 통해 왕과 귀족으로부터 직접 쟁취해낸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본래 루브르 박물관은 루이 16세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왕가가 사용했던 왕궁이자, 프랑스왕들의 수집품들을 보존하던 곳이다. 공화정 이후 나폴레옹은 이 루브르궁을 민중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 것을 약속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1793년 대중들에게 처음 개방됐다. 이렇게 박물관을 귀족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개방한 것은 루브르 박물관이 최초다. 루브르 박물관이 중요한 이유는 근대적 개념의 최초의 공공 미술관이라는 점이다. 현재 공공 미술관의 주요 기능은 대체로 ‘전시’, ‘교육’, ‘수집과 보존’ 이 세 가지다. 루브르 박물관 이전에도 유럽에 미술관이 있었지만, 그것은 대체로 왕이나 귀족 가문이 부와 명예를 과시하기 위해 수집한 예술품 ‘보존’을 주된 기능으로 하는 ‘수장고’ 역할이 컸으며 특권층들에게만 작품을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가 미술관의 기본적 역할로 여기는 ‘전시’와 ‘교육’이라는 기능은 바로 루브르 박물관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교양 있는 귀족 계층이 아닌 교육받지 못한 대중들에게 전시를 개방하기 위해서는 ‘교육’ 기능이 반드시 필요했다.
완벽한 존재, 비너스의 황금 비율
루브르 박물관에는 엄청난 분량의 중요한 미술 작품과 유물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관람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작품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밀로스섬에서 발견된 고대 그리스의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이다. 본래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이 조각상을 그리스 시기의 다른 조각상들과 같은 전시실에 전시했는데, 사람들이 모두 다른 조각상들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밀로의 비너스> 앞에만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루브르 박물관은 비너스만의 전시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 <밀로의 비너스>에 매료되었을까? <밀로의 비너스>를 보는 관람자들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완벽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많은 이론가가 이 완벽함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애를 썼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비너스의 얼굴과 몸 전체에 적용된 황금비율이다. 황금 비율은 1대 1.618의 비율로, 고대부터 완벽한 균형과 미의 법칙으로 여겨져 왔다. 황금 비율은 고대 피라미드의 높이와 밑변으로부터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명함, 노트, 책의 가로와 세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되는 비례 원칙이다. 이 황금 비율은 보는 사람에게 안정되고 완벽한 균형과 미를 느끼도록 한다. <밀로의 비너스>는 이러한 고대의 비례와 균형의 규칙이 철저하게 적용되어 있다. 비너스의 몸 여러 곳에는 수많은 황금비례를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리스인들은 여신을 재현하는 데 왜 그렇게 강박적으로 황금 비율을 적용했던 것일까? 그리스인들은 아름다움에서 신의 위력이 나온다고 보았으며,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례와 균형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점 없는 존재 비너스는 시공을 초월하여 많은 사람을 매료시켜왔다. 대리석으로 인간의 형상을 만들어 내는 조각 기술은 이미 고대 그리스 시기에 확립되었다. 이상적인 비례와 균형을 갖춘 그리스 조각상은 르네상스 조각과 회화에 모범이 되었다. 특히 <밀로의 비너스>는 그리스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팔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원형 그대로 발굴되었다는 점에서 더 큰 가치가 있다. 대부분의 다른 그리스 조각상들은 원형에 가깝게 발굴되어 보존되는 경우가 드물었고, 남아있는 것들의 대개가 로마 시대 모상인 경우가 많다. <밀로의 비너스>는 다빈치의 <모나리자>, 루벤스의 <마리 드 메디치 연작>, 다비드의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 등의 걸작들과 함께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관람자들에게 고전적인 미의 전형을 제시하면서 세계 3대 박물관으로서의 루브르 박물관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