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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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DMC의 를 빼먹은 이들에게 보내는 나의 SWAG
음악덕후의 보물창고

1. <Juicy>, Notorious B.I.G. / 2. <Fight The Power>, Public Enemy / 3. <Shook Ones (Part II)>, Mobb Deep /
4. <The Message>, Grandmaster Flash&The Furious Five / 5. <Nuthin’ But A ‘G’ Thang>, Dr. Dre /
6. <C.R.E.A.M.>, Wu-Tang Clan / 7. <93 ’Til Infinity>, Souls of Mischief / 8. <Passin’ Me By>, The Pharcyde /
9. <N.Y. State Of Mind>, Nas / 10. <Dear Mama>, Tupac Shakur / 11. <Electric Relaxation>, A Tribe Called Quest /
12. <Runaway>, Kanye West / 13. <Paid In Full>, Eric B&Rakim / 14. <Rapper’s Delight>, Sugarhill Gang /
15. <They Reminisce Over You (T.R.O.Y.)>, Pete Rock&C.L. Smooth / 16. <B.O.B.>, OutKast /
17. <It Was A Good Day>, Ice Cube / 18. <Fuck Tha Police>, N.W.A / 19. <U.N.I.T.Y.>, Queen Latifah /
20. <International Players Anthem>, UGK / 21. <Doo Wop (That Thing)>, Lauryn Hill / 22. <Lose Yourself>, Eminem /
23. <Grindin’>, Clipse / 24. <All Of The Lights>, Kanye West / 25. <Rosa Parks>, OutKast

살면서 크게 아쉬워하거나 후회한 일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2008년에 한국을 방문한 RUN DMC의 방한기념 공연을 찾지 못한 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큰 후회로 남는다. 그들이 누군가. 파티류 음악이 주류이던 힙합신(Scene)에 하드코어 랩이라는 혁명을 선사하며 힙합이라는 장르를 주류 음악에 편입시킨 선구자다. RUN DMC는 N.W.A의 Dr. Dre와 더불어 나를 힙합의 세계로 인도한 이들이었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전설적인 트리오를 보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야근 때문에 서울행 기차표를 취소하던 그 날의 차오르던 분노가 아직 세포 어딘가에 남아 있다고 느낄 만큼, 내게는 너무나도 아쉬운 기억이다. 힙합 신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힙합 레이블 데프 잼(Def Jam)의 창시자 러셀 시몬스는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으로 오바마가 당선되자 이렇게 말했을 정도다.

“오바마의 당선은 마치 런 디엠시(RUN DMC)가 MTV에 출연했을 때와 같다.”

RUN DMC가 힙합 신에서 어떤 존재이며 어떤 영향력을 가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수많은 명곡 중에서도 최고를 꼽으라면 역시나 <WALK THIS WAY>다. RUN DMC는 Aerosmith가 만든 Funk풍의 록넘버 <WALK THIS WAY>를 자신들의 스타일로 편곡했고, 원곡의 인기를 뛰어넘어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WALK THIS WAY>가 랩뮤직으로는 최초로 MTV에 방영되던 날은 힙합이 비로소 진정한 음악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편견이긴 하지만) 백인의 음악으로 인식되던 록과 흑인 음악인 힙합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는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훗날 또 다른 전설이 된 Beastie Boys나 Public Enemy가 대표적인 아티스트. 그런 그들이건만… 그들이 없다.

고백컨대, 나는 사실 이 글을 분노에 차 쓰고 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은 분노의 불꽃으로 이글거린다. 서문에서 밝힌 저 순위 때문에. 눈을 씻고 세 번을 정독해도 찾을 수 없는 그 이름 때문에. 저 순위는 BBC가 역대 최고의 힙합 노래를 찾기 위해 15개국 100명 이상의 비평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다. 그런데 그들이 없다. <WALK THIS WAY>가 없다. 『롤링스톤』이 선정한 100대 아티스트에, 록 명예의 전당에도 오른 그 RUN DMC가 순위에 없는 거다. 세상엔 비평가적 관점의 차이, 개인의 취향 따위로 감히 재단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는 것도 있는 법이다. RUN DMC라는 그룹의 존재 가치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없다. 15개국의 비평가 100명은 대체 어떤 이들이란 말인가. 도저히 믿을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 저 순위에 이름을 올린, 평소 내가 좋아하는 힙합 뮤지션들의 이름조차 짜증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칼 말론이 득점을 많이 하고,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최다승 기록을 깼다고 그들이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보다 위대해지나? RUN DMC를, <WALK THIS WAY>를 뺐다고? 용서할 수 없다. 순위를 매긴 100인이여, 팬심과 부심으로 똘똘 뭉친 나의 SWAG을 받으라.

“‘Cypress Hill’이 부릅니다. Insane In The Brain...” .

작성일. 2020. 0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