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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한계를 느끼는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지역의 한계를 느끼는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김해에서 예술가로 살아남기

필자는 삼계초등학교, 삼계중학교, 분성고등학교로 이어지는 10대를 김해에서 보냈다. 처음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던 건 열여덟 무렵 실용음악 입시학원이었다. 2010년 김해문화의전당에 올려진 ‘올렉 룬드스트렘’의 연주는 생에 처음 맞이한 재즈공연이었고, 이를 기점으로 재즈에 빠지게 되었다.이후 학업을 위해 상경하여 20대의 대부분인 7년이라는 시간을 서울에서 지내며 느낀 점은 집안의 경제적 뒷받침이 없는 한 절대적으로 ‘청년’들은 힘들다는 것이다. 이제 막 예술로 먹고살기로 결심한 ‘젊은 아티스트’들의 경우 그들의 처지는 더욱 심각하다. 필자와 10대 시절 함께 음악을 공부하며 같이 상경한 몇몇의 동료들을 예로 들면 작업실, 연습실에서 보낸 시간보다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호프집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이는 앞서 열거한 매장들을 이용하기

배려, 공감 그리고 문화예술

배려, 공감 그리고 문화예술

장애와 문화예술

우리는 언어를 배울 시기부터 배려에 대해 교육을 받고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버스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다치거나 몸이 불편한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의 부족한 부분을 대신하기도 하고,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취약계층들의 생활을 소개하는 영상들이 공유되면서 우리는 배려와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부쩍 우리 사회에서 많이 등장하는 유니버설디자인·배리어프리 같은 단어들로 체감할 수 있다.그렇다면 우리가 배워온 배려들을 문화예술에 접목시키면 어떨까? 우리가 아무런 의심 없이 즐겨온 문화예술들이 그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어떠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시각장애인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시민들의 도시, 김해

시민들의 도시, 김해

법정 문화도시 지정과 시민 참여

법정 문화도시 지정김해시가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 경남 최초, 가야문화권 최초, 역사전통 중심형 최초의 법정 문화도시라고 한다. 지난해 한 차례 탈락 후 재도전이었기에 더욱 간절하기도 했고, 그 과정 속에 함께 참여하면서 애정을 쏟고 힘을 보탰던 일이기에 마치 내가 상을 받은 것처럼 기쁨과 성취감을 느낀다. 문화도시에 이렇게도 애정과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문화도시에서 말하는 ‘문화’가 흔히 생각하는 ‘문화예술’이 아닌,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으로서의 문화라는 점과, 그 문화가 전문가, 힘을 가진자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발전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문화도시는 시민이 공감하고 즐기는 도시문화의 고유성과 창조력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동네 책방지기가 권하는 책

우리동네 책방지기가 권하는 책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당신을 위하여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을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행운을 먼저 만난 누군가의 인생 책을 엿보고 나의 길 잡이가 되어줄 책도 찾아보면 어떨까. 두 번째 산데이비드 브룩스│인문교양│부키│p.600코로나 이후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우리는 시대적인 위기를 맞이했다. 누구나 다시, 다음, 제2의 인생을 고민하게 되었다. “어떻게 살지?” “버티는 삶이 아닌 진짜 인생은 무엇이지?” 삶에 대한 본질에 대해 고민할 때 이 책은 경제, 관계, 진로, 공동체, 건강이라는 키워드마다 문제를 안고 사는 우리에게 주제를 던져주고 함께 고민해보자 말을 걸며 산을 즐겁게 오를 수 있도록 지팡이와 나침반이 되어준다. 지금 이 시기를 잘 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오제은 교수의 자기사랑노트오제은│심리치료│샨티│p.317이 책을 읽고 책방을 시작했다. 인생에서 한 권의 책을 고

박물관 도시, 문화도시, 그리고 김해시립박물관

박물관 도시, 문화도시, 그리고 김해시립박물관

문화도시와 박물관

새해 벽두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김해시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문화도시’에 선정되었다.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스스로 도시의 문화 환경을 기획·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포괄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쉽게 말하면 정부에서 5년 동안 약 100억 원을 지원하며, 그 예산으로 주민 스스로 축제, 행사, 동아리 활동 등을 기획하고, 직접 실행한다. 문화운동의 마중물을 제공하는 셈이다. 2019년 1차 문화도시로 부천시, 원주시, 청주시, 천안시, 포항시, 서귀포시, 부산 영도구 등 7개소가 지정되었고, 2차 연도에 김해시, 인천 부평구, 춘천시, 강릉시, 완주군 등 5개소가 지정되었다. 문화도시는 문화예술 분야, 문화산업 분야, 사회문화 분야, 역사전통 분야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1, 2차 문화도시

영화로 만나는 미술가

영화로 만나는 미술가

화면으로 만나는 미술사

2008년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신윤복이라는 화가에게 큰 관심이 집중되었던 적이 있다. 그즈음 열린 간송미술관의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 서화대전> 개막일에 2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간송미술관에는 신윤복의 <미인도>를 관람하려는 사람들로 수백 미터의 줄이 이어졌다. 아마 그 드라마가 방영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광경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한 예술가와 그의 작품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데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대중 매체는 더없이 좋은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미술가의 생애는 이미 오래전부터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어 왔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 미술가들의 삶 자체가 허구적인 소설보다 훨씬 더 극적인 경우가 많다. 화가들은 일부러 지어낼 수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전과 같지 않으리라

코로나19 이후의 공연예술계 전망

애당초 이 구절은 매우 아름다운 내용이다. 조선 정조 때 유한준이라는 사람이 썼다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문장으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언급되면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하지만 2020년에 이 문장의 아름다운 부분은 다 사라지고 마지막 부분만 남은 듯하다. 마치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가 선물로 받은 상자를 열었더니 모든 고통과 질병이 튀어나온 뒤 바닥에는 ‘희망’ 한 단어만 남아있었다는 것처럼, 역병이 튀어나온 세상에서 우리에게는 지금 ‘가냘픈 희망’만이 남아있다. 그 희망은 백신이 잘 듣고 치료 약이 효과를 발휘하면 ‘잃어버린’ 일상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다. 하

<세계 미술관 기행> 프라도 미술관

<세계 미술관 기행>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을 대표하는 프라도 미술관과 프란시스 데 고야

스페인을 대표하는 프라도 미술관은 1819년 ‘왕립 회화 및 조각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프라도 미술관의 건축물은 1785년 건축가 후안 데 빌라누에바(Juan de Villanueva)가 설계했다. 프라도 미술관의 수집품 역사는 합스부르크 왕조의 스페인 왕들이 미술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16세기에 시작되었다. 이 시기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신대륙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스페인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으로 올라서기 시작하던 때였다. 스페인 제국은 신대륙에서 꾸준히 부를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 미술 시장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사들일 수 있었다. 카를로스 5세와 그의 아들 펠리페 2세 그리고 수집가로 이름난 펠리페 4세를 포함해 계승자들이 모두 미술 작품을 열정적으로 의뢰하고 주문했다.프라도 미

<세계 미술관 기행> 오르세 미술관

<세계 미술관 기행> 오르세 미술관

당대 최고의 문제작이자 모던 아트의 선구, 마네의 <올랭피아>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와 함께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오르세 미술관. 19세기 이후의 근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이곳에는 반드시 감상해야 할 그림이 있다. 바로 프랑스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가 그린 <올랭피아>(1863)다.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화인 <올랭피아>는 마네가 1865년 정기 전람회 살롱전에 출품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전람회에서 입선이라는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그의 그림은 스캔들을 일으키며 혹평과 빗발치는 야유로 전시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의 그림이 비난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마네의 <올랭피아>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 떠나보자금기(禁忌)에 주목한 작가 마네마네의 작품 <올랭피아>(1863)를 보면 불쾌한가? 당시 사람들

어딘가에는 밝은 면이 있기 마련

어딘가에는 밝은 면이 있기 마련

세상 밖 즐거움이 사라져도 예술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문화 예술 분야가 캄캄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여기에도 어두운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위험해지면서 배달이 늘어났다. 배달 업체는 라이 더 구인난에 시달릴 정도로 호황 중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어마어마하게 발생하는 포장 쓰레기라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덩달아 배달 수수료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사람들이 극장과 전시관, 도서관 등의 공공장소를 가지 못하게 되면서 영상 산업 중에서도 극장 개봉관은 울고 스트리밍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영화관은 파리가 날리지만, 스트리밍 선점업체인 넷플릭스는 물론 디즈니, 아마존 등

황금 비율의 결정판, <밀로의 비너스>

황금 비율의 결정판, <밀로의 비너스>

<세계 미술관 기행>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다양한 의미를 지닌 ‘루브르 박물관’영국의 대영 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은 현재 수십만 점에 이르는 세계 최다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하루에 8시간 동안 1분에 한 점씩 감상한다고 하더라도 소장품을 모두 보려면 4개월이 족히 걸린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루브르 박물관은 16세기 프랑수와 1세의 왕실 컬렉션에서 시작되어 450년이 넘는 긴 컬렉션의 역사를 자랑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은 나폴레옹 시대에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루브르 박물관이 보유한 수많은 유물은 나폴레옹 원정 당시 점령지에서 약탈한 전리품이 많아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개관 초기에는 나폴레옹 미술관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나폴레옹 군대를 따라다니며 수집만 하는 수집관이 있었는데, 루브르 박물관의 세 개의 관 중 드농관은

<세계 미술관 기행>우피치 미술관

<세계 미술관 기행>우피치 미술관

인간 세상을 사랑하기 시작한 르네상스 화가들

고대 그리스로의 부활서양 미술사 최고의 황금기인 르네상스 미술의 정수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Uffici) 미술관’으로 간다. 여기에는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회화 작품이 다수 소장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나 관람자들로 붐빈다. 이탈리아어 ‘우피치’는 사무소, 관청을 의미하는 단어로 영어로는 ‘Office’에 해당한다. 원래 이 미술관은 르네상스 시대의 중요한 도시 국가였던 피렌체를 다스린 명망 있는 가문 메디치가 행정 관청으로 사용했던 건물이었다. 소장된 많은 컬렉션은 메디치 가문이 후원했던 미술가들의 작품이다. 메디치 가문은 미술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덕분에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미술의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르네상스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신 중심 세계였던 중세로부터 인간 중심 세계로의 전환으로서 그 모범

세기의 대결: 브루넬레스키와 기베르티

세기의 대결: 브루넬레스키와 기베르티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피렌체 두오모

<세계 미술관 기행> 이탈리아 피렌체이탈리아 피렌체에 가면 어디에서나 우뚝 솟은 한 성당을 볼 수 있다. 바로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의미를 가진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피렌체 두오모’라 부른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본 사람이라면, 10년 만에 두 연인이 다시 만나게 되는 피렌체 두오모 성당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은 아름다운 이 성당을 완성한 건축가와 그의 라이벌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세기의 대결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대 로렌초 기베르티(Lorenzo Ghiberti). 승자는 누구였을까?두오모는 성당 이름이 아니다‘두오모’(Duomo)는 둥근 지붕을 의미하는 이태리어로, 영어에서 돔(Dome)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태리 각 도시에 있는 가장 큰 성당들은 대부분 이 둥근 지붕으로 된

‘미래가 보이는 망원경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나날

‘미래가 보이는 망원경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나날

극장 속 관객의 고독

공연이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서 ‘땡잡았다’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제일 복 터진 경우는 본 공연이 가슴 미어지게 좋을 때지만 때로는 그러한 감동도 옆자리나 근처에 앉은 관객들의 상식을 깨는 행동 때문에 바사삭 부서지기도 한다. 그 때문에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극장에서 좌석을 찾아 앉았는데 불이 꺼지고 막이 올라가고도 앞자리나 옆자리가 비면 속으로 신나게 ‘앗싸!’를 외치며 마치 그 자리가 내 자리이기라도 한 듯 쓱 좌석을 내려 가방을 올려놓는 만용을 부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모든 관객에게 말이다.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의 극장가가 문을 닫고 오로지 한국의 극장만 문을 여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한국의 공공극장들은 문을 닫아걸었고 상업 공연장 가운데 일부만 공연을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좁은 극장 안에서도 관객 사이의 거리 2m를 유지하라는 권고가 내려왔기 때문

역사와 함께 그려진 빵의 의미

역사와 함께 그려진 빵의 의미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향긋한 빵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식하는 횟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배달 주문을 해서 먹는 경우는 훨씬 늘었다. 덩달아 배달 주문하는 빵의 매출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완제품을 사서 먹기도 하고 발효시킨 냉동 생지를 사서 에어 프라이어 등으로 구워 먹기도 한다. 향긋한 빵 냄새가 집안에 퍼지면 바이러스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호에서는 빵을 그린 그림들을 살펴보자. 빵의 역사와 의미빵은 밥과 더불어 인류가 먹어온 가장 중요한 주식에 속한다. 특히 서양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탄수화물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 빵은 단순히 영양 공급의 차원을 넘어 역사·사회·정서적 가치를 띤 상징물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밥이 한국인에게 그러하듯이 말이다. 동료 혹은 회사를 뜻하는 영어의 company는

암울한 시기를 견뎌내기 위한 ‘영상’이라는 대안

암울한 시기를 견뎌내기 위한 ‘영상’이라는 대안

무대를 영상으로 보는 낯섦에 익숙해지기

2020년 5월 7일(목) 어두운 새벽, 문득 기적 같은 기쁨을 맛보았다. 노트북에 내장된 스피커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로돌포’, 레나타 스코토의 ‘미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1977년 녹화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프로덕션 공연 실황이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매일 한 작품씩 스트리밍하던 레퍼토리 가운데 화질은 많이 떨어지지만 천상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이 프로덕션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지구 반대편 작은 방에 앉아 전설처럼 내려오던 공연을 보다니. 세상에, 레나타 스코토의 소프라노는 얼마나 아름다운가!코로나19 발병 이후 공연이 대부분 취소됐고, 낯선 이와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하기가 두려운 지금. 사람들은 라이브 공연에 대한 목마름을 ‘스트리밍 서비스’로 달래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현장에 가

환상의 힘은 부재를 실재로 바꾼다

환상의 힘은 부재를 실재로 바꾼다

부재함으로써 존재하는…

인간이 두려움을 느낄 때는 정작 그 대상의 실체를 알지 못할 때가 많다. 미지의 것들은 아직(未) 알(知) 수 없음으로 인간의 영혼을 잠식한다. 부재하지만, 바로 그 부재로 하여 인간의 정신을 압도한다. 부재를 실재로 바꾸는 건 환상의 이다. 어쩌면 인간은 상상력으로 인해 공포에 떨게 되는 게 아닐까. 무대 위에도 그런 존재들이 있다. 부재로 존재를 드러내고, 존재감을 뿜어내는 인물들이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제목에 그 이름이 들어간 타이틀 롤(Titel Role)이면서도, 등장 한 번 않고, 혹은 한두 번의 등장으로 모든 인물을 압도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작품 세 편의 예를 살펴본다.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먼저 오래된 예로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꼽을 수 있겠다. 등장인물 줄리어스 시

브라운의 ‘영국의 땅끝’과 야로센코의 ‘삶은 어디에나’

브라운의 ‘영국의 땅끝’과 야로센코의 ‘삶은 어디에나’

희망을 그린 그림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은 봄이 사라진 해가 되었다. 전 지구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 안타깝게 생명을 잃은 희생자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희망만큼 큰 위로는 없다. 이번 호에서는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을 감상해 보자.절망의 시대에 발견한 희망의 순간영국의 화가 ‘포드 매독스 브라운’의 작품 <영국의 땅끝>은 낯선 곳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다. 브라운이 그림을 완성한 1854년은 영국에서 이민 행렬이 절정에 이른 해다. 무려 36만 9천 명이 영국을 떠났다. 브라운 또한 이 무렵 인도로 이민 갈 것을 심각하게 고민 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예술가들의 생존 환경 역시 좋지 못했다. 브라운의 친구 조각가 토마스 울너는 5년 동안 단 한 건의 작품 주문도 받지 못해 아사할 지경에 이르자 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결

낭만주의자 슈만이 다가오다

낭만주의자 슈만이 다가오다

슈만의 탄생 210주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니, 슈만의 탄생 210주년을 잊고 지나 갈 뻔했다. 베토벤(1770~1827)이 고전주의를 대표한다면, 로베르토 슈만(1810~1856)은 글과 음악으로 낭만주의를 온몸으로 구현하며 살다 간 인물이다. 문학과 음악에 빠진 법학도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그는 전공에는 전혀 뜻이 없는 청년이었다. 오히려 음악과 문학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전공인 법학과 자신의 열정이 향해 있는 음악, 문학 사이에서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던 슈만은 1829년 마음을 다잡고 법학에 몰두하고자 하이델베르크 대학으로 적을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도리어 프랑크푸르트에서 파가니니의 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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