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삼계초등학교, 삼계중학교, 분성고등학교로 이어지는 10대를 김해에서 보냈다. 처음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던 건 열여덟 무렵 실용음악 입시학원이었다. 2010년 김해문화의전당에 올려진 ‘올렉 룬드스트렘’의 연주는 생에 처음 맞이한 재즈공연이었고, 이를 기점으로 재즈에 빠지게 되었다.
이후 학업을 위해 상경하여 20대의 대부분인 7년이라는 시간을 서울에서 지내며 느낀 점은 집안의 경제적 뒷받침이 없는 한 절대적으로 ‘청년’들은 힘들다는 것이다. 이제 막 예술로 먹고살기로 결심한 ‘젊은 아티스트’들의 경우 그들의 처지는 더욱 심각하다. 필자와 10대 시절 함께 음악을 공부하며 같이 상경한 몇몇의 동료들을 예로 들면 작업실, 연습실에서 보낸 시간보다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호프집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이는 앞서 열거한 매장들을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거주를 위한 월세, 창작활동을 위한 작업실 대관비용 등 음악활동에 드는 비용까지 20대 초반의 젊은 아티스트가 모두 감당하기에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열정’만으로 버티던 동료들은 군대를 가거나, 귀향을 선택하는 등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떠난 동료들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고향으로 돌아간 동료는 크나큰 자괴감에 빠져있었다. ‘서울’ 즉, 수도권에서의 멀어짐은 곧 도태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필자도 서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올 때 다시는 예술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안정적인 생활의 영위와 음악활동을 함께 지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토록 서론을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지역의 청년들을 포함한 많은 아티스트들이 입이 닳도록 부르짖는 ‘수도권과 지역의 편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직접 보고 겪은 수도권에서의 삶은 지역 청년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김해로 돌아와 만난 필자의 지인들을 포함한 청년들은 여전히 서울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필자는 “서울에서의 생활이 훨씬 더 고되다.”고 말하고 싶다.
다시는 예술 활동을 하지 않기로 맹세하고 김해로 돌아왔을 때와는 달리 필자는 지금 이곳에서 음악활동을하며 아주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잘 먹고 잘 산다는 기준은 절대적인 잣대를 들이밀어 측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필자는 월세를 걱정하지 않고, 먹고 싶은 것을 고를 때 가격표를 보며 망설일 필요가 없는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누군가에게는 동경인 ‘서울’에서의 생활은 그토록 치열하고 힘들었건만 그 어릴 적 함께 꿈을 키워온 동료들이 도태의 반증으로 삼는 지역에서의 생활이 이토록 쾌적하다니…
‘지역과 수도권의 편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은 그 편차는 제대로 ‘준비된 자’에 한해 해당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대로’라 함은 본인의 역량과 마인드가 충분히 준비됨을 의미한다. 최소 이 두 가지를 갖추고 나서 지역의 한계를 논하길 바란다. 스스로 지역에 묶여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준비된 자는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선택될 수 있다. 좋은 예로 작년과 올해 김해에서 최고의 아웃풋을 내준 뮤지션 ‘정홍일’을 알아보길 바란다.
현재 코로나19로 이전보다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주어진 여건 안에서 아주 번듯하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지역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많다. 그들은 각 지자체 및 유관기관의 제도를 적절히 잘 활용한다. 또한 크게는 지역의 문화예술 부흥과 작게는 자아실현이라는 각자 자신만의 미션을 이루고자 밤낮으로 열심이다. 반면에 매일같이 불만을 토로하며 지역과 수도권의 편차를 내세우고, 지역의 한계성을 부르짖는 젊은 아티스트들도 많이 보았다.
지자체의 지원제도에 대한 말이 나왔으니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려한다. 현재 필자는 ‘김해젊은아티스트네트워크G.A.P’라는 청년 문화예술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G.A.P는 마케터, 미디어작가, 심리상담, 댄서, 뮤지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주 훌륭한 역량을 지닌 인원들로 구성되어있다. (이 지면을 빌려 구성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지난해 G.A.P는 김해문화재단의 예술인(예술단체)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김해 청년 아티스트 온라인 박람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외에도 경남청년센터,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여러 유관기관의 지원을 받아 구성원들의 역량을 다양하게 녹여 낼 수 있는 사업을 다수 진행했다. 또한, 필자는 개인 자격으로 김해시 예술인 활동지원금을 벌써 두 차례나 받았다. 이러한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김해시를 비롯해 지자체의 예술인, 예술단체를 위한 지원제도는 상당수 존재하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물론 지원과정이 신규 문화예술단체 및 상당수 예술인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지원금에 대한 ‘정산’이라는 큰 숙제와 일방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지원기관 관련 담당자들은 꽤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아티스트’, ‘청년’이라는 키워드가 지자체의 중심 지원 대상이 되었으며, 특히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청년 아티스트’는 어느 지자체에서든 지원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관심을 갖고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오히려 자신이 설 자리를 만들 수 있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이에 지금 김해에서 살아가는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역과 수도권을 비교하며 거기에 매몰되거나 좌절하지 말고, 지역에 관심을 갖고 지역성을 본인의 마케팅 수단으로 삼으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역량강화에 힘쓰신다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