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과 같지 않으리라
애당초 이 구절은 매우 아름다운 내용이다. 조선 정조 때 유한준이라는 사람이 썼다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문장으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언급되면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하지만 2020년에 이 문장의 아름다운 부분은 다 사라지고 마지막 부분만 남은 듯하다. 마치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가 선물로 받은 상자를 열었더니 모든 고통과 질병이 튀어나온 뒤 바닥에는 ‘희망’ 한 단어만 남아있었다는 것처럼, 역병이 튀어나온 세상에서 우리에게는 지금 ‘가냘픈 희망’만이 남아있다. 그 희망은 백신이 잘 듣고 치료 약이 효과를 발휘하면 ‘잃어버린’ 일상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