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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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풍경을 바꾼 재미난 사람들의 공간
회현종합상사

행정구역상으로는 회현동이지만, 마을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봉황동이라는 옛 이름이 더욱 친숙한 원도심 동네. 언젠가의 호시절을 추억하던 마을에 다시 한 번 전성기가 찾아왔다.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니는 문화공동체 ‘재미난사람들’이 찾아와 회현종합상사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주소
김해시 김해대로2273번길 46

문의
하라식당 055-338-4751

낭만멸치 070-4643-6631
93vintage 010-4161-4812
낙도맨션 인스타그램 @nakdo_mansion
릴리로스터스 010-9197-8246
니들두들 010-2568-2324

즐거운 삶을 위한 여섯 가게의 동고동락

최근 몇 년 동안 김해를 향한 시선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는 봉황동, 이른바 봉리단길에 관한 것이다. 주말이면 골목길마다 자리한 가게는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SNS에서는 봉황동 핫플레이스에 관한 해시태그가 쏟아진다. 단조로웠던 구도심 마을에 이처럼 드라마틱한 변화가 찾아온 것은 젊은 상인들이 하나 둘 모여 자신만의 취향이 담긴 가게를 열면서부터. 그 중심에 회현종합상사가 있다. 식당, 카페, 의류판매점 등 총 여섯 개의 점포가 한 건물을 나누어 사용하지만, 영업시간과 휴무일은 모두 제각각인 것이 특징이다. 의견을 통일하는 것보다는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어야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이들의 운영방침 때문이다

회현종합상사 내에서 식도락을 책임지는 곳은 두 곳이다. 매일 다른 메뉴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하라식당’은 재미난사람들의 구심점인 김충도·김혜련 대표가 운영한다. 외부 쉐프를 초청해 음식을 내놓는가 하면, 인디밴드를 불러 공연을 여는 등 이름 그대로 재미난 생각을 실행에 옮기며 인기를 얻고 있다. 바로 옆으로 양대인 대표가 운영하는 ‘낭만멸치’가 입점해 있다. 국수와 돈가스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특유의 친화력으로 1020 세대뿐만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느긋한 휴식을 원한다면 빈티지한 분위기의 카페 ‘낙도맨션’이 제격이다. 하정화 대표의 취향이 담긴 인테리어와 그릇, 디자인소품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홈카페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로스팅숍 ‘릴리로스터스’ 방문을 추천한다. 허계숙 대표가 볶는 원두를 구입할 수 있음은 물론 커피 수업도 받을 수 있다

색다른 취미가 필요하다면 김서운 대표가 운영하는 바느질 공방 ‘니들두들’로 향하는 것도 좋겠다. 현재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의 일환으로 동네 할머니들을 위한 드레스 제작수업까지 진행 중인 이곳은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으로 사랑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입점한 ‘93vintage’는 장성윤 대표의 안목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20대 남성을 위한 빈티지 옷을 판매하는 가게는 예상 외로 동네주민들의 취향까지 만족시키며 매력을 발산 중이다.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마을이 될 수 있도록

회현동에 보금자리를 트기 전, 내동에서 ‘재미난쌀롱’이라는 문화카페를 운영했던 문화공동체 ‘재미난사람들’은 당시 정기적인 공연과 행사를 200여 회가량 치러내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문화기획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은 생각한 적도 없었단다. 그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잘 놀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고. 판이 커지기 시작한건 이들의 생각에 동조하며 찾아든 사람들 덕이었다. ‘수요쌀롱음악회’라는 이름으로 권나무, 그릇, 권지영 등 지역 뮤지션들과 공연무대를 만드는가 하면, ‘빈티지드레스 콘테스트’, ‘트로트 가요제’, ‘300초 영화제’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만들어내는 이들의 행보는 평소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에게도 흥미로웠을 것이다.

차곡차곡 이름을 알려가던 이들이 이사를 온 건 지난 2017년이다. 동네 주민들만 오가던 거리에 상점을 연다는 소식에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전부터 일대의 골목길 공사와 벽화작업에 참여하며 마을이 지닌 역사성과 가치에 대해 깊이 공감해온 이들에게 기존의 상권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 점집들이 자리해 진기한 풍경을 자아내는 마을의 모습은 아파트에서 자라온 젊은 세대들에게 낯설지만 새로운 경험 요소가 될 터였다. 그렇게 지금의 회현종합상사가 문을 열었고, 현재는 김해에서 가장 트렌디한 골목을 이끄는 주역이 됐다.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이들은 지금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페라 공연, 디너파티 등 영역도 무궁무진하다. 연말에는 독립영화관도 개관 예정이다. 상업적이기만 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기에 늘 거리에 문화와 예술을 심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이처럼 이들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장유가도 문화거리 조성사업의 한 축까지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재능이 그려낼 마을의 내일이 무척 기다려진다.

도시재생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며 동네의 얼굴을 바꾸어가는 회현종합상사. 이들의 재미난 시도가 궁금하다면 방문해 보자. 상업시설과 문화예술이 어울려 빚어낸 독특한 하모니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작성일. 2019. 0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