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동의 특별한 매력이 자꾸만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번화가처럼 가게가 많지는 않지만, 옛 건물 형태를 최대한 보존·재정비한 인테리어의 가게들이 요즘 세대의 취향을 100% 만족시키며 포토존으로서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유니크한 분위기로 SNS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봉리단길 맛집을 소개한다.
국물 자작한 태백식 전골닭갈비
빠다집
주소 김해시 가락로7번길 23
문의 010-8277-4141
가게 입구 양옆으로 걸린 세로형의 긴 목재 현판이 인상적인 빠다집은 김해에서는 찾기 힘든 태백식 전골닭갈비 전문점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춘천닭갈비와 달리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끓여내는 음식이다. 태백지역에서는 ‘물닭갈비’로 칭하지만 낯선 이름이 어색할 것 같아 전골닭갈비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 장대범 대표의 설명이다. 원래 버터를 사용한 음식을 내놓을 생각이었기에 빠다집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까지 마쳤던 장 대표는 우연히 전골닭갈비를 맛보면서 계획을 바꾸게 됐다. 독특한 가게 이름에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얽혀있었는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장 대표와 어머니인 김수연 씨가 만드는 태백식 전골닭갈비의 핵심은 사골을 푹 우려내 만든 육수와 신선한 생닭이다. 여기에 양배추, 파, 부추, 라면사리 등이 함께 어울려 친숙한 맛을 선사한다. 순한맛, 보통맛, 매운맛으로 맵기 조절도 가능하다. 주방에서 끓여서 나오기 때문에 바로 먹어도 되지만, 취향에 따라 계속 끓여서 진한 국물 맛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칼칼하면서도 진한 국물과 녹아내릴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의 닭고기가 자꾸만 숟가락을 들게 만든다. 식사로도, 술안주로도 어울리는 메뉴를 만들고 싶었다는 장 대표의 이야기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다 먹은 후 밥을 볶아먹는 것도 별미다. 이 근방에 새로 생겨난 가게들이 그러하듯 빠다집 입구에는 출입구 위로 커다랗게 설치된 간판을 찾을 수 없다. 대신 이 자리를 사용했던 옛 가게 간판을 떼어낸 자국만 남아있다. 내부 공사 때도 최대한 오랜 흔적들을 남길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했다. 한편엔 옛날 오락실에서 보던 커다란 게임기까지 놓여 있어 가게는 온통 레트로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맛과 멋이 어우러진 가게. 오픈 직후부터 지금까지 쭉, 변함없이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독특한 비주얼, 하얀양념 떡볶이
무궁화양분식
주소 김해시 김해대로2273번길 58-14
문의 055-337-5157
봉리단길 사이에 난 작은 골목길 끝에 위치한 무궁화양분식은 떡볶이와 돈가스, 쫄면 등 가볍게 분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표메뉴는 떡볶이로 특히 여태껏 보지 못했던 하얀양념 떡볶이라는 다소 도전적으로 보이는 메뉴가 인기다.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독특한 비주얼에 사진 찍기 좋아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외식업체에서 근 10여 년을 근무, 평소 레시피 연구가 생활화된 최성원 대표가 로제 떡볶이를 떠올렸다가 지금의 형태로 방향을 틀며 완성시켰다
최 대표가 만드는 하얀양념 떡볶이의 양념은 일반 떡볶이와 유사하다. 다만 물 대신 우유와 치즈가 들어가 훨씬 부드러운 맛을 낸다. 떡, 어묵, 소시지, 베이컨, 메추리알, 느타리버섯, 라면사리 등이 들어가며 제일 위에는 가게 이름을 그대로 담아내듯 얇게 튀겨낸 만두피를 무궁화꽃 모양으로 담아낸다. 한창 끓이고 나면 떡볶이의 빛깔은 흰색에서 분홍색으로 변신. 투박한 모습으로 여겨지던 떡볶이의 색다른 변신에 테이블 이곳저곳에서는 연신 인증샷 세례가 펼쳐진다. 국물 떡볶이기 때문에 국물을 함께 떠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며, 튀김, 삶은달걀, 사리 등 원하는 토핑도 추가해 먹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이곳 손님 대부분이 마치 세트인 듯 떡볶이와 돈가스를 함께 주문한다는 것. 질 좋은 제주산 돼지고기 등심부위를 사용해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돈가스는 새콤달콤한 맛의 데미그라스 소스를 얹어내 느끼하지 않다. 메뉴 다양화를 위해 이달부터는 대창떡볶이와 대창덮밥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옛 가정집과 슈퍼 건물을 활용한 무궁화양분식 내부는 요즘 유행하는 뉴트로를 그대로 담아내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계단을 따라 오르는 다락방과 낡은 소년잡지, 브라운관TV, 자개화장대 등은 40, 50대 손님에겐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경험을 전하기 때문이다. 마당에 놓인 500원짜리 뽑기는 상품으로 무궁화양분식에서 판매하는 메뉴가 걸려있다니 빠트리지 말고 체험해 보자
정미소 공간에서 먹고 마시는 맥주&피자
안인정미소
주소 김해시 김해대로2273번길 62-1
문의 055-336-3065
옛 정미소 건물을 활용해 투박한 듯 빈티지한 멋이 살아있는 안인정미소는 수제맥주와 피자를 판매하는 공간이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김해표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어 특히 인기다. 카페와 밥집 위주였던 골목에 맥주가게가 들어서게 된 건 이전부터 맥주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던 박병훈 대표덕이다. 김해 지역색이 담긴 콘텐츠를 활용해 의미 있는 매장을 만들고 싶었던 박 대표는 평소 잘 아는 분야인 맥주를 김해특산품인 장군차와 진영단감에 적용시켜 현재의 ‘차장군 골드라거’와 ‘킹수로 페일에일’을 탄생시켰다. 두 원료 모두 김해가 시배지인 만큼 여행자들에게는 김해를 기억하는 색다른 방법이 되고 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에 곁들일 안주로 가장 인기인 메뉴는 정미소 피자와 마르게리타 피자다. 직접 개발 했다는 피자 도우에는 타피오카가 들어가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이외에 치즈, 페퍼로니, 하와이안 피자 등을 주문할 수 있으며, 다양하게 맛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한 판당 두 가지 맛(큰 사이즈는 네가지 맛) 선택이 가능하니 참고하자. 가벼운 안주거리로는 바삭하게 튀겨낸 가지튀김을 토마토 베이스 소스에 찍어먹을 수 있는 토마토가지튀김도 좋다.
안인정미소 한편에는 정미기, 연미기, 분리기 등 정미소 시절 사용되던 낡은 기계들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다. 마치 박물관에 들어온 느낌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정미소로 운영되며 호황을 누렸던 가게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자 박 대표가 마련한 공간이다. 때문에 가게는 공간탐방을 즐기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연세 지긋한 동네 어르신까지 함께 어울려 이색적인 장면을 자아낸다. 수익보다는 상징적인 공간 조성을 원했던 박 대표의 희망사항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금도 가게에는 쇼핑몰의 촬영과 결혼식 피로연, 그리고 옛 추억에 흠뻑 빠진 동네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함께 머무르고 있다. 새로운 랜드마크의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