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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한 그릇
초여름 별미, 차가운 면 요리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아닌데 거리에서는 벌써부터 이글거리는 열기가 느껴진다. 점심때면 든든한 식사보다는 시원하고 가벼운 한 끼가 생각나는 이유다. 이번 호에서는 시원한 육수와 면발로 김해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게를 소개한다. 몸속 열기를 가라앉히고 달아난 입맛까지 되살려줄 시원한 음식점을 만나보자.

진주를 대표하는 여름 음식
진주황포냉면

주소 김해시 호계로 419
문의 055-323-2880

예부터 다양한 식문화가 발달한 진주 내에서도 대표적인 음식으로 손꼽히는 진주냉면. 소고기 육전이 고명으로 올라간 차림새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진주냉면의 핵심은 육수에 있다. 냉면과 달리 육수를 만들 때 해산물을 첨가해 독특한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다. 김해에서는 육류로 우린 국물과 다진 양념을 넣은 냉면이 대중화 되어 있어 3년 전 양우영 대표가 진주황포냉면을 오픈했던 당시만 해도 손님들에게 맛에 대해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단다. 하지만 이제는 마니아층까지 생겼을 정도로 맛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다. 양 대표는 진주 내에서도 진주냉면으로 손꼽히는 스승을 찾아가 일을 배웠다. 허영만 만화가가 <식객>진주냉면 편을 위해 자료조사를 했을 무렵 양 대표의 스승을 찾기도 했을 정도였다고. 고생한 시간에 대한 결과는 충분했다. 역사문헌을 고증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변주가 더해진 방법으로 만드는 진주 황포냉면의 물냉면은 짭조름하면서도 시원하다. 양지, 사태 등 20여 가지의 재료가 들어간 육수와 해산물을 삭혀서 만들었다는 해물간장의 풍미가 일품이다. 여기에 매일 직접 반죽해 탄력 있는 면발과 육전, 계란 지단 등의 고명이 더해진다. 먹다 보면 면발의 구수한 메밀 맛이 육수로 스며들고, 육수의 짭조름한 맛은 면발에 배어 마지막에는 육수에서 은은한 단맛이 난다. 배가 불러도 쉽사리 젓가락을 놓기 힘들다. 새콤한 맛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개발했다는 섞어냉면은 양파와 배를 갈아 두 달가량 삭혀 양념에 넣는 것이 특징이다. 자극적이지 않아 질리지 않고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초반에는 낮은 인지도 탓에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가게를 통해 진주냉면과 가까워진 손님들을 마주할 때면 행복해진다는 양 대표.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담백함에서 오는 진한 감칠맛을 알아주는 이들이 있어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겠단다. 고향의 맛을 제대로 전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전통 사누키 방식으로 만드는 면발
유타우동

주소 김해시 율하3로 56
문의 055-338-1956

율하신도시에 위치한 유타우동은 쫄깃한 식감의 우동 면발로 사랑받는 곳이다. 전통 사누키우동을 표방하는 가게답게 면발부터 육수, 소스 제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를 직접 만드는 것이 특징. 품은 많이 들지만 손님들에게 제대로 된 사누키우동의 맛을 전하고 싶기에 어느 것도 허투루 할 수 없다는 것이 김태욱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평소 좋아하던 우동집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실력을 쌓았다. 당시 스승이 사누키우동의 본거지 일본 가가와현 출신이었기에 전통 사누키우동 제조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그렇게 기술을 익혀가던 그는 마침내 자신만의 손맛을 발휘할 가게를 열게 됐다. 사누키우동의 핵심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면발. 재료는 단순하다. 밀가루, 소금, 물이다. 하지만 들이는 노력은 단순하지 않다. 면발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매일 온도와 습도에 따라 소금과 물의 양을 달리해야 함은 물론, 반죽을 비닐에 넣어 수차례 발로 밟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우동 국물도 직접 만든다. 매일 먹을 수 있어야 하는 음식이기에 자극적이지 않을 정도로 간을 맞춘단다. 이렇게 완성된 붓가케우동(특제 간장과 각종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우동)은 식감이 일품이다. 무즙과 레몬이 곁들여져 상큼한 느낌. 시원한 국물과 면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냉우동은 붓가케우동에 비해 염도는 낮고 단맛은 살아있다. 메뉴의 특성에 따라 간 기준을 달리하는 것이다. 메뉴별로 사용하는 간장도 달리 만든다 하니 한 그릇에 들어가는 정성이 새삼 대단하다. 어묵, 오징어 튀김 등을 곁들이면 더욱 푸짐하고 맛깔난 한 그릇이 완성된다. 유타우동은 단골손님이 많다. 특히 특정한 날, 특정한 시간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아 이들을 기다리며 우동을 만드는 순간이 김 대표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장인정신이 더해진 시원한 요리가 생각나는 날 들러보자.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국수의 조화
어디손국수물회

주소 김해시 활천로237번길 8-24
문의 055-339-2001

독특한 상호명이 눈길을 끄는 어디손국수물회는 다양한 특허를 지닌 손세호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평소 자신이 상상하는 것들을 직접 손으로 만드는 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손 대표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손재주를 지닌 한국의 에디슨(Edison)으로 출연하기도 했단다. 현재의 가게 상호는 그때 만들어진 셈이다. 에디슨 못지않은 손 대표의 실력은 국수를 쫄깃하게 삶아내기 위한 방안 강구 끝에 탄생한 대형 압력솥에도 녹아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개조해 사용 편의를 높인 압력솥은 어디서도 맛보지 못했던 식감의 소면을 제공하며 가게의 매력지수를 더하고 있다.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는 참가자미물회다. 손 대표의 고향인 경주 감포항에서 잡아 올린 자연산 참가자미를 사용한다. 여기에 고추장, 과일, 조청, 멸치육수 등이 더해진다. 무작정 많은 재료를 넣는 것 보다는 각 재료가 지닌 맛을 잘 살려낼 수 있도록 배합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자신만의 계량 비율이 담긴 레시피북을 참고해 요리한다고. 이렇게 완성된 물회는 우리에게 익숙한 물회와 달리 너무 시거나 달지 않고 은은한 단맛과 함께 상큼함이 맴돈다. 슬러시 형태로 얼려둔 육수 덕에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은 덤. 국수는 물회를 절반 정도 먹고 난 뒤에 넣는 것이 좋다. 퍼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압력솥에서 빠르게 끓여낸 국수는 물회에 넣어 다 먹을 때까지 탱탱한 식감을 유지한다. 가게는 8년째 음식값을 동결 중이다. 그동안 농수산물 가격도, 인건비도 많이 올라 마진은 낮아졌지만 대신 그때보다 더 많이 팔고 있기에 박리다매로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찾아주는 손님들이 고마워 꾸준히 재료를 업그레이드하는 모습까지. 과연 잘 되는 곳은 이유가 있구나 싶다. 여기선 뭘 먹어도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는 어느 손님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작성일. 2019. 0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