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감을 돈독히 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같은 음식을 함께 나눠먹는 것이다. 외식메뉴로 고기, 찜 등이 손꼽히는 인기메뉴인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가족들과 함께 들러보기 좋은 음식점을 담았다. 그간 바쁜 일상을 핑계로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사람이라면 잊지 말고 체크해 보자. 맛있는 음식으로 점수를 만회할 적기다.
자꾸만 생각나는 육즙 가득 갈매기살
갈매기대도
주소 김해시 김해대로 2371번길 12-12
문의 055-336-1218
김해시청 근처,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갈매기대도는 30년째 같은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명실상부 동네의 터줏대감 고기집이다. 1990년 가게를 오픈했을 당시 언양숯불구이라는 상호로 소고기를 판매 했었지만, 이후 조민우 대표가 가업을 물려받으며 갈매기살 전문점인 갈매기대도로 거듭나게 됐다. 삼겹살, 항정살 등 돼지의 다른 부위 없이 오로지 갈매기살만 판매하는 것이 특징. 손질이 많이 가는 부위이기는 해도 그만큼 전문성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갈매기살은 삼겹살 부위에 속하지만 갈비뼈에서 분리한다. 횡격막과 인접해 원래 막이 달라붙어 있지만, 조 대표는 이를 모두 제거한 후 사선형 칼집을 넣어 고기를 손질한다. 덕분에 질기지 않고 적당히 쫄깃한 식감의 갈매기살을 맛볼 수 있다. 갈매기대도의 고기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너무 바짝 익혀먹지 않는 것. 김해 주촌면에서 체계적으로 사육한 신선한 돼지고기를 사용하고 있기에, 미디움 정도로 구워도 충분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함께 곁들여 나오는 멸치액젓 소스에 찍어먹으면 갈매기살의 맛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고기를 먹은 후 마무리 식사메뉴도 빠트릴수 없다. 조 대표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묵은지 김치찌개와 시래기 된장찌개도 좋고, 조 대표가 술안주로 즐기곤 한다는 된장죽도 추천할 만하다. 간이 세지 않고 구수해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인기다. 일반적인 고기집 인테리어와 달리 갈매기대도 내부에는 복고 느낌의 소품들이 놓여 눈길을 끈다. 옛 음악다방의 DJ부스를 닮은 고기 손질 공간과 나팔꽃 모양의 축음기, 조 대표의 서툰 손길이 담긴 민화까지 모두 가게의 역사를 오롯이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가게의 옛 시간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덧칠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조 대표의 목표는 오래도록 김해를 대표하는 식당으로 남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고기를 손질하는 그의 손길은 멈출 새 없이 바쁘다.
밥도둑 고등어조림과 고단백 갈치구이
갈치랑고등어랑
주소 김해시 삼계중앙로 76
문의 055-332-9694
맛있고 영양가도 풍부하지만 손질과 환기 문제 때문에 집에서 해먹기는 조금 망설여지는 생선요리. 박선희 대표가 운영하는 갈치랑고등어랑은 그런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가게다. 주력메뉴는 고등어와 갈치를 이용한 조림과 구이지만 이외에도 옥돔, 자리돔, 한치 등 다양한 생선을 취급해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다. 때문에 지난 2006년 영업을 시작한 이래로 동네주민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메뉴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역시 고등어조림. 가장 대중적이고 친숙한 메뉴이기에 가족들과 집에서 함께 먹는 밥이 그리울 때면 종종 떠오르는 음식이다. 박 대표가 만드는 고등어조림에는 제철인 겨울에 잡아 올려 기름진 고등어만 사용한다. 묵은지와 우거지, 무, 양파 등을 함께 넣어 센 불에서 조려낸 고등어조림은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해 자꾸만 식욕을 자극한다. 함께 나오는 상추와 치커리에 쌈을 싸 먹어도 좋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손님들에게는 갈치구이가 인기다. 역시 제철에 잡아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갈치를 사용한다. 겨울에 잡아 배에서 바로 급랭시킨 선동 갈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계절 내내 일정한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팬에 기름을 둘러 굽는 대신 그릴에서 갈치 자체의 기름으로 구워낸 갈치구이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주인공인 생선요리뿐만 아니라 함께 곁들여 나오는 반찬 하나하나에도 박 대표의 정성이 어려 있다. 모두 아침 일찍부터 가게에 나와 직접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약 7~8가지로 구성된 김치, 게장, 나물류, 볶음류 등의 반찬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구성을 달리하며 밥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로 벌써 영업 14년차, 긴 시간을 함께 나눠온 단골손님들도 감사하지만 박 대표에게 무엇보다 뿌듯한 순간은 여기 와서야 제대로 먹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건네는 손님들의 만족스런 표정이다. 제대로 된 한상을 맛보고 싶을 때 방문해 보자.
푸짐한 해산물과 칼칼한 국물의 조화
남해해물탕
주소 김해시 삼문로43번길 4-11
문의 055-314-5800
장유 아파트촌 사이에 위치한 남해해물탕은 1994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해물탕 하나만 파고든 이상영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전남 흑산도가 고향인 이 대표는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해산물을 보고 만지며 자랐다. 게다가 어머니가 요리를 할 때면 어깨너머로 지켜보며 스스로 만들어보곤 했을 정도로 요리에도 관심이 많았다. 평범한 은행원에서 해물탕 가게 주인으로의 변신이 자연스레 느껴지는 대목이다. 가게 오픈 당시 요식업에 대해서는 조금도 아는 것이 없었던 이 대표는 실패는 안 된다는 각오로 레시피 개발에 몰두했다. 집까지 다녀오는 시간이 아까워 가게에서 밤을 새우는 일도 허다했다고. 그렇게 남해해물탕만의 맛이 탄생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된 해물탕의 맛은 과연 어떨까? 키조개, 가리비, 게, 새우, 낙지, 생합, 대합, 미더덕, 이리 등 열다섯 가지가량의 해산물이 들어가는 해물탕은 들어가는 재료만으로 벌써 시원한 국물 맛이 연상된다. 해산물의 상태에 따라 맛이 좌우 되는 해물탕의 특성상 이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신선도. 손님이 줄지어 찾아와 회전율이 높은 만큼 신선도는 확실해 보인다. 매일 아침 이 대표가 끓이는 육수도 맛의 비결. 무, 대파, 양파, 바지락 등의 재료에 약간의 한약재가 더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25년간 이 대표가 아무에게도 비법을 알려주지 않은 양념까지 더해지면 시원하고 칼칼한 해물탕이 완성된다. 국물을 떠먹는 손님마다 ‘캬아’하는 탄성을 내뱉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만족스런 표정이 덤으로 따라온다. 식당을 운영하는 빠듯한 와중에도 이 대표는 인제대학교에서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음식점 운영에서의 마음가짐, 요식업계 트렌드 파악, 업계 전망 등에 대해 심도 있게 접근하기 위해서 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쌓인 지식은 이 대표가 음식을 차려내는 방식과 손님을 대하는 태도 등에 전달돼 가게의 새로운 동력이 된다. 단골손님이 자꾸만 늘어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