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며 그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화포천습지생태공원 내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포함해 약 812종이 공생하고 있다.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인위적인 손길은 최대한 배제,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쁘고 가지런하게 정돈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야생의 자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을 찾았다.
생태해설전문가가 들려주는 화포천 이야기
“선생님! 이게 뭐예요?” 생태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초등학생이 눈을 반짝 거리며 질문을 던진다. 출발점인 큰기러기교 바닥에 찍힌 수상한 발자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발톱자국이 있는 것은 너구리, 없는 것은 삵의 발자국이라는 생태해설가 선생님의 답이 돌아오자 곁에 선 또래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당장이라도 너구리와 삵을 찾아 나설 기세다. 관심의 대상은 다시 바뀌어 이번엔 물가에 촘촘히 이는 잔물결이다. 수면 아래에는 잉어, 가물치, 메기 등이 헤엄치며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이따금 하늘을 날던 왜가리가 내려와 긴 다리로 물가를 휘젓는 자태도 관찰 가능하다. 원래는 철새였으나 화포천의 생활환경이 마음에 들어 아예 텃새로 지내게 됐다는 검둥오리도 보인다. 화포천습지생태공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책에서만 보아왔던 특별한 풍경이 일상으로 자연스레 스며들기 시작한다.
모르면 스쳐갈 것들이 아는 순간 보이기 시작하는 법. 생태공원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환경·진로체험 프로그램부터 주말 나들이객들을 위한 가족체험 프로그램까지 다채로운 생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매달 계절에 맞추어 바뀌는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하다. 이달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직박구리, 딱따구리 등 화포천 내에서 텃새로 서식하는 작은 새들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조용히 사색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화포천 아우름길 3코스 버들길(화포천습지생태학습관-영강사-화포천습지생태학습관)’을 추천한다. 일곱 가지 코스 중 가장 짧은 2km로 걷기에 부담 없고, 무엇보다 이곳의 풍경을 아우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볕이 좋은 날에는 벤치에 앉아 찬찬히 책 한 권을 읽는 여유도 누려봄직하다.
지역사회가 되살려낸 화포천의 아름다운 풍경
대암산에서 발원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화포천의 중·하류를 따라 조성된 화포천습지는 국내에서 가장 큰 하천형 배후습지다. 산업화와 함께 인근으로 공장이 들어서면서 쓰레기로 가득했던 때도 있었지만, 인근의 봉하마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착하면서 모습이 바뀌었다. 유년시절 보았던 고향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정화활동에 나선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인근의 공장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동참하면서 오늘날의 화포천습지생태공원으로 거듭나게 됐다. 지역사회 전체의 노력이 빚어낸 값진 성과였다. 현재는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민물조개인 귀이빨대칭이가 서식할 정도로 청정한 환경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멸종 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큰고니, 독수리, 수달 등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계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지난 2014년에는 화포천습지 인근으로 새 한 마리가 나타나 일대가 술렁이는 일도 있었다. 7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야생 황새가 날아든 것이었다. 당시 일대에서 우렁이농법, 오리농법 등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 황새가 머무를 만한 환경이 조성된 덕분으로 추측된다. 일본에서 복원해 야생으로 방사했던 황새 ‘봉순이’는 2016년까지 이곳저곳을 누비며 다시 이 일대를 찾아왔다가, 지난해 짝을 만나며 일본에 정착했다. 봉순이가 머물면서 화포천은 친환경의 상징적 장소가 됐다.
우리에게 공원은 쉬어가는 곳이다. 하지만 화포천습지생태공원은 이름 그대로 동식물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공원의 존재 역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지켜야 할 사항도, 금지된 활동도 많다. 그 중 하나가 반려동물의 출입제한이다. 외부 동물의 흔적은 공원 내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방해가 되고, 특히 개는 개과의 동물인 너구리와 전염병을 주고받을 소지가 있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방문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사항에도 불구하고 방문자들을 불러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야 비로소 자연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왜 보호하고 아껴야 하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이번 주에 떠나야 할 곳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 홈페이지를 통해 체험 프로그램 예약부터 서둘러 보자.
주소 김해시 한림면 한림로 183-300
홈페이지 hwapo.gimhae.go.kr
문의 055-342-9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