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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를 이어주는 공간
다섯 번째 가치가게 통 카페

다섯 번째 가치가게
통 카페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가락로94번길 7
문의 055-312-6349

‘통하다’라는 단어는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통할 통(通)’을 따 이름 지어진 통 카페 역시 그 이름에 걸맞게 너와 나를 받아들이고, 우리를 이어주는 등 많은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통 카페의 시작

2012년 1월 문을 연 ‘통 카페’는 ‘통 주식회사’라는 사회적 기업이다. 결혼 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현재 4호점까지 운영 중이다. 4호점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1호점 운영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일 터. 하지만 1호점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1호점은 서상동 골목에 위치했는데 당시만 해도 (외국인이 많이 다녀서) 골목이 무섭다는 이유로 찾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카페는 아무래도 주말에 손님이 많은데, 직원들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말에 카페 문을 열지 않았다. 당연히 매출은 안 좋았고 1호점은 시작부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여러 이유로 주변 상인들과 갈등까지 있었다는데, 이때 이곳 관계자가 오미숙 씨(현재 통 카페 대표)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2012년 6월부터 카페 운영을 맡게 된 오미숙 대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던 그는 카페 운영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가 카페를 맡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거리 홍보였다. “이 동네에 있는 가게를 알리기 위한 지도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이곳에 근무하면서부터는 지금까지 가게 문을 닫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본인도 직원도 고된 일이지만 명절에도 문을 열었던 이유는 우리나라가 고향이 아닌 사람들은 명절에 갈 곳이 없다보니 여기라도 와서 쉴 수 있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날에는 약밥이나 편육을 나눠 먹기도 한다고. 뿐만 아니라 동네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음식 체험 코스를 만들어 주는 등 여러 기획이 이 공간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 활동 덕분에 주변 상인들과의 거리도 조금씩 가까워졌다.

국적이 아니라 고향이 다른 우리

오미숙 대표에게 통 카페 운영 제안이 왔던 것과 제안을 받아들였던 건, 그가 이주여성들과 남다른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창 우리나라로 이주여성이 많이 왔을 때, 2008년과 2009년에 김해 여성 자치회에서 결혼이주여성 ‘친정엄마맺기’라는 사업을 추진했다. 말이 잘 통하지도 않는 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친정 엄마가 되어 작은 도움이라도 주자는 거였는데, 오미숙 씨는 이 사업을 함께하며 이주여성과 다문화, ‘다양성’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그는 단순히 관계를 맺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주여성들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었다. 그때 가족이 된 사람 중에는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자원봉사단을 만들어 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통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 중 한 명도 그때 인연이 된 친구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한국인이죠. 고향이 필리핀이고, 베트남인 거에요.” 오미숙 씨는 남편이 다른 나라에서 근무하는 3년 동안 가족이 떨어져 살아 봤기에 누구보다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티베트, 파키스탄, 미얀마, 인도 등 여러 곳을 다녀 본 경험으로 외국인에 대한 경계가 없었다. 그래서 외국인이 무섭다는 말을 들을 때면 들려주는 일화가 있다. “외국인이 삼삼오오 지나갈 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면 웃으면서 같이 인사를 해줘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나갈 때 똑같이 인사를 하면 저를 이상하게 쳐다봐요.” 당연히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이야기다. 이처럼 그의 행보가 가치가게의 취지와 일맥상통했기에 통 카페가 가치가게에 참여하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문화, 다문화 하다가 ‘문화 다양성’, ‘다양성’으로 넘어왔잖아요. 문화 다양성이라고 하면 지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우리가 각각 다르듯 포괄적으로 모든 게 다 들어가는건데 아직까지 다양성이라고 하면 다문화를 먼저 떠올리는 것 같아요.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겠지만,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오미숙씨는 이런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의 이런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길 응원한다.


작성일. 2021. 0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