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 숲속에서 갖는 나만의 시간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복잡한 일상은 잠시 잊고, 조금은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혼자서도 좋고 함께해도 좋을 여행지를 소개한다.
깊은 향을 만끽하다
금란다원
사방에 푸르름이 가득한 산골짜기를 따라가면 2층짜리 통나무집이 보인다. 우리나라 금송으로 지어진 잎차전문 찻집, 바로 ‘금란다원’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진한 솔향과 편안한 음악이 먼저 반기는데,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가만히 앉아서 그저 주변 경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 같다.
예전보다는 차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차를 만날 수 있는 곳도 꽤 되지만, 막상 즐길 수 있는 차는 한정적이다. 금란 다원은 2004년 개업해 17년째 운영 중이며, 나라별로 유명한 차를 등급별로 모두 구비하고 있어 차 종류가 무려 200가지에 달한다. 때문에 깊은 향을 지닌 다채로운 차를 만날 수 있다. 또, 차와 어울리는 수제 차과자도 빼놓을 수 없다. 계절마다 특색 있는 꽃잎과 앙금이 들어간 화과자부터, 대만식 디저트 등 맛도 좋고 모양도 예쁜 차과자를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차는 몸속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유익한 성분을 가지고 있다.
금란다원에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우리나라 전통다례(차를 대접하는 의식)를 배우는 ‘전통다례 체험’, 6대 다류(각기 다른 가공법으로 만들어진 차)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티클래스’, 아이와 엄마가 함께하는 ‘어린이다례’ 등이 진행된다. 체험 후에는 나와 맞는 차를 찾는 것을 넘어, ‘차 문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로, ‘시절인연 다회’, ‘VIP 티 프로그램’은 차를 즐기는 것과 함께 식사도 포함되어 있다. 프로그램은 전화 또는 네이버예약으로 예약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업을 할 때가 있으니 방문 전 확인은 필수.
금란다원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상동면 장척로 150 / 문의 055-323-7230
오감 자극 힐링 가득
신어산 자연숲 캠핑장
상동면에는 금동산, 석룡산 등 많은 산이 있다. 높이 630m의 ‘신어산’은 상동면에 위치한 산 중에서도 높은 산에 속한다. 사계절 내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며, 기암괴석이 또 하나의 볼거리다. 경관과 기암괴석 등을 둘러보면서 산을 오르며 일상 속 복잡한 생각은 잠시 잊어 보자. 정상까지 올랐을 때는 탁 트인 경관에 남아 있던 약간의 스트레스마저 사라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신어산에는 김해를 대표하는 자연 계곡인 ‘장척계곡’이 있다. 신어산 물줄기를 따라 생성 되었으며 산림과 암석이 어우러진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혹시 등산보다는 그저 산속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신어산 자연숲 캠핑장’(이하, 캠핑장)을 주목하자. 캠핑장은 도시와 근접한 곳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무엇보다 산속 마을인 만큼 맑은 공기가 가득하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이 올라가는 느낌과 상쾌함은 숲에서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다양한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눈도 즐겁다. 이렇게 숲속에서 제대로 된 힐링을 만끽했다면, 또 다른 즐거움을 누려보자. 캠핑장에서는 목공체험, 숲 해설, 짚라인 등 오감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캠핑장 중심에 위치한 어울림 센터에는 냉동 창고, 화장실, 샤워장 등의 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을 위한 편리함도 놓치지 않았다. 가족이 함께 이곳을 찾는다면 모두가 만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목공체험과 숲 해설은 운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신어산 자연숲 캠핑장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상동면 장척로462번길 140 / 문의 010-3999-1293
장척계곡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상동면 묵방리 신어산 자락
불의 여신, 백파선의 고향
대감벽화거리
김해시는 2018년에 슬로시티(Slow City) 인증을 받았다. 슬로시티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행복 공동체 운동으로, 전통문화와 자연을 보호하는 ‘느림의 삶’을 추구한다. 김해시는 슬로시티 운동의 의미와 어울리는 지역 슬로시티를 소개했는데, 그중 한 곳이 ‘대감마을’이다.
대감마을은 삼통(三通) 문화마을이라고 불린다. 삼통은 3가지 문화자산을 일컫는데, 분청사기 도요지(도기를 굽던 가마터), 가야 야철지(철 생산과 관련된 작업장), 조선시대 사창(곡물 저장과 물류 거점)을 말하는 것이다. 대감마을은 이러한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알리기 위해 ‘대감벽화거리’를 조성했다. 약 600m의 벽화거리를 걸으며 대감마을의 과거와 현재, 가야 도자 변천사 등을 만날 수 있다. 대감벽화거리의 가장 큰 장점은 나만의 속도로 투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안내판의 안내에 따라 천천히 역사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고, 내키는 대로 구경을 해도 좋다. 마치 그림책을 보듯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찬찬히 그림을 보다보면 곳곳에서 ‘백파선’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대감마을이 조선 최초 여성도공 백파선의 고향이기 때문. 백파선은 평범한 도공의 아내였다. 그러다 일본으로 끌려간 남편을 찾아 일본으로 가게 됐고, 일본에서 남편과 도예촌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기술을 전수하였을 뿐만 아니라 도공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특히, 백토를 발견하여 백자를 구웠는데 그 기술로 인해 도자기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벽화거리를 걷다 잠시 쉬고 싶을때 ‘백파선쉼터’에 들러 백파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봐도 좋을 것 같다.
대감벽화거리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상동면 상동로 554 일원
백파선쉼터 |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상동면 상동로 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