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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한우물 가게 – 무지개사진관
끝까지 놓지 않을 ‘사진’

1979년부터 그 자리 그대로 묵묵히 자리하고 있는 사진관. 같은 골목에 많은 사진관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동안에도 이곳 ‘무지개사진관’은 지금까지 동네를 지키고 있다. 한때 몇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와 붐볐던 곳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한적한 모습이다. 한평생 ‘사진’ 말고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사진사 문기태 대표가 있는 무지개사진관을 방문했다.

우연히 접한 사진, 평생을 함께하다

1973년쯤 문 대표는 지인 소개로 한 사진관에 들어갔다. 힘든 시절이었고, 나의 의지로 뭘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뛰어든 것이다. “그때는 밥만 먹여주면 일을 했으니까, 그냥 뭘 하나 배운다는 것 자체로 시작한 거죠. 처음에는 봉급도 없었고, 밥만 먹는 걸로 들어갔어요. 잠도 난로 하나 피워놓고 거기서 잤죠.” 그렇게 1년을 월급이 아닌 용돈을 받으며 일했다. 그때 그 시절 포토샵 같은 건 당연히 없었다. 대신 ‘연필 수정’이라고 불리는 기술이 있었는데, 이 기술이 사진사의 월급을 정하는 기준이었다. 필름을 연필로 수정해 피부 질감을 살리는 것으로, 지금의 포토샵 같은 개념이다. 문 대표 역시 연필 수정을 익혔고 기술이 좋아지면서 월급도 조금씩 올랐다. 1975~1976년에는 4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고. 그러다 사진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취직을 하러 김해에 왔다가, 김해에서 사진관이 잘된다는 이야기에 그동안 모은 돈으로 사진관을 인수하게 됐다. 그렇게 무지개사진관이 문을 열었고, 문 대표는 지금까지 사진을 찍고 있다.

황금기를 보내다

문 대표는 증명사진, 가족사진, 웨딩사진 등 인물사진을 주로 다룬다. 옛날에는 주민등록증을 갱신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어 수많은 사람이 일정 기간이 되면 사진관으로 몰렸다. “그때는 솔직히 사진관이 잘됐죠. 하루에 200~300명이 올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땐 사진을 바로 못 내줘서 합판에 핀으로 사진을 집어놓고 자기 얼굴 찾아가라고 하고 그랬어요.” 증명사진 한 판이 300원 하던 시절, 그 돈이면 식구들의 끼니는 거뜬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수백 명이 몰려들었으니 몇 개월 만에 백만 원이라는 돈을 벌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서상동은 번화가여서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지금 무지개사진관이 있는 골목에는 무려 10개의 사진관이 있었는데 다 잘됐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봄가을이면 야유회 출장도 많았다. “옛날에는 카메라가 없으니까 회사에서 야유회를 가면 사진사를 데리고 갔었어요. 가을이면 철길에 코스모스가 기가 차게 폈었거든요. 그럴 때가 참 재미있었죠. 그렇게 다녔던 것 자체가.”

변화를 받아들이다

문 대표는 좋은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형으로 맺었다. 디지털 물결에 주변 사진관은 모두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사진관을 찾지 않는다. 문 대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노력을 기울였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좋은 장비를 마련하고, 20평 남짓했던 매장을 60평 규모로 넓혔고, 인테리어에도 신경 썼다. 모든 게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이쪽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 고지식한 면이 있어요. 돈이 생겨도 다른 쪽에 투자할 생각을 안 하는 거죠. 오로지 좋은 장비 사려고 생각하고, 가게 늘리려고 하고 이런 데 신경을 써요.” 그렇게 평생을 ‘사진’ 일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의 상황, 앞으로의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요즘은 사진관을 찾으려면 동사무소 찾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좀 더 가면 동사무소 하나에 사진관 하나? 그렇게 되겠죠. 옛날에는 인구 5,000명에 사진관이 하나 있으면 잘된다고 했어요. 지금은 10만 명쯤에 하나 있으면 어느 정도 먹고 살 거예요.” 그렇기에 큰 욕심보다는 사진관을 지금 이대로 유지하는 게 문 대표의 바람이다.
문 대표는 자랑할 거라고는 이 자리에서 40년 동안 있었다는 것 뿐이고, 디지털화 때문에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그의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았기에 무지개사진관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더군다나 문 대표는 사진 찍는 기술이 자신보다 더 좋아진 아내와 함께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힘든 일도 같이 극복해나갈 최고의 파트너와 함께하고 있는 무지개사진관의 앞날을 응원한다.

주소 김해시 가락로 109-1(서상동)
문의 055-333-0257
※ 김해시는 개업한 지 30년 이상된 가게 26곳을 발굴해 ‘한우물 가게’로 선정했다. 본지에서는 오랜 시간과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한우물 가게를 매달 한 곳씩 다루고 있다.

작성일. 2021. 0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