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동의 한 주택가. 가정집으로 보이는 철문 위로 예술 공간임을 드러내는 하얀 간판이 보인다.
어떤 곳인가 궁금해 기웃하고 있으면 미소를 닮은 모녀가 마당까지 나와 반겨 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정면으로 넓은 대강당처럼 보이는 공간이 보인다. 대공연장이란다. 위층으로 가면 소공연장도 있다.
이곳은 김해의 유일 전통예술복합공간 ‘예술공간 예닮’이다.
주소 김해시 가야로515번길 4(동상동)
운영 시간 평일 10:00~18:00 ※ 법정공휴일 휴무
SNS 인스타그램 @minkyung06216
문의 055-338-5569
‘옛것’으로 현재를 뛰노는 곳
“이곳을 열게 된 사연은 간단해요. 김해에는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없는 곳이 많이 없어요. 돈을 지불하고 배울 수 있는 곳도 현저히 적지만, 전통문화 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은 한 군데도 없더라고요. 한국 음악을 하는 딸과 함께 이 공간을 차리게 됐어요.” 김해 동상동에 있는 예술공간 예닮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한 2020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의 문화 예술 부문에 선정,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공예 활동가인 이민경 대표와 한국 음악 전공의 딸이 국장으로 자리했으며, 우리나라 전통 국악기 공연 및 체험, 교육을 기반으로 김해 내 전통 예술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모녀는 어떻게 하면 김해 시민들이 우리 전통 예술을 더 쉽게 접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본격적인 공간 운영의 틀을 잡던 찰나였다. 우선 전통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 주기를 바라며 꿈길의 교육 담당자를 찾았다. 꿈길은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 체험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가 운영하는 대국민 서비스 플랫폼이다. “담당자분이 그러셨어요. 김해에 한 줄기 빛이 비치는 것 같다고요. 김해에서 전통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잘 없다는 실정에 크게 공감하셨어요. 그렇게 예술공간 예닮이 꿈길 진로 체험처로 정식 등록됐어요. 김해의 특수성인 ‘전통’과도 어울리는 곳이라며 좋아해주셨어요.” 예술공간 예닮은 ‘옛것을 닮는다’, ‘예술을 담는다’의 중의적 의미를 가졌다. 옛것을 잘 아우르며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곳이다. 우리의 것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점, 원도심인 동상동에 있는 점,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는 점 등의 모든 것이 이곳의 친근함을 대변하는 요소다.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에게 허물없이 다가가는 공간이다. 이번 달에는 <전래 동화와 함께하는 국악 연주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연말에는 정식 공연을 치를 예정이다. 또한 매월 15일에 있을 전통 공예 프로그램인 ‘사랑방’, 올해를 결산하는 정기 연주회를 계획 중이다. 정기 연주회에서는 작품 전시회도 열릴 예정이다. 그동안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를 찾지 못해 아쉬웠다면 때맞춰 방문해 보자. 잊고 지냈던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통예술복합공간은 처음이죠?”
예술공간 예닮은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장구 등의 국악기 중심 교육 프로그램과 수요자 맞춤형 여가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여가 프로그램으로는 공예 활동가인 이 대표가 지도하는 액세서리 만들기, 에코백 디자인하기 등 공예 프로그램과 전통 한복 제작, 요가 등의 수업이 마련돼 있다. 액세서리의 경우 매듭 하나하나 전통 매듭으로 사용하여 팔찌, 목걸이, 핸드폰 고리 등을 만든다. 에코백 또한 전통 문양을 가미하여 디자인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각자의 일상 속에서도 옛것을 닮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곳은 2층으로 공간이 구분돼 있다. 1층에는 공연, 상영회, 세미나, 댄스홀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100명까지도 수용 가능한 다목적 홀인 대공연장, 소규모 회의나 모임이 가능한 상담실, 야외 공연 및 휴식 공간으로 편안하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야외 마당이 펼쳐져 있다. 2층에는 공예 체험, 한복체험 등 원데이 프로그램이 가능한 체험 공간과 공연,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다목적 공간인 소공연장, 액세서리 만들기, 손바느질 인형, 에코백 디자인 등 공예 관련 교육 및 체험을 하는 공예실로 이루어져 있다. 아담한 규모지만 공연장이 세 군데나 갖춰져 있다. 대공연장, 소공연장,야외 마당. 테마별로, 원하는 대로 공연을 펼치고 감상할 수 있다. 대공연장은 건물 입구에서 신발장을 지나면 바로 통하는 곳으로 이 공간의 첫인상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회관에서 볼 듯한 친숙함을 갖추어 어르신들이 머물기도 좋고, 동시에 현대 장비를 두루 갖추고 있어 젊은이들도 즐기다 가기 충분하다. 세 공연장 모두 자율 대관 또한 가능하다. 예술공간 예닮에는 젊은 국악인 3명이 팀원으로 이루어진 국악 앙상블 ‘라별’이 소속 팀으로 등록돼 있다. 정기 공연을 진행하며 이 공간을 젊고 활기찬 기운으로 물들이는 주역이다. 지난 8월에는 2020 예술인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역 어린이 및 차등 계층 자녀를 위한 전통 체험 콘서트인 <국악으로 놀자!>를 두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예정 된 공연 일정이 변동될 수 있겠지만 이곳은 예술 전통 향유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갈 것이다. 국악기·공예 체험은 1시간이면 충분하니 김해시민이라면 이색 데이트 코스로도 좋을 곳이다. 그렇게 가볍게 와서 즐겨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