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가을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푸른빛이 충만한 하늘을 우러르니 단연 그럴 것이다. 밤잠 설치게 하던 강렬한 온기는 온데간데없다.
더한 말이 필요할까. 산책하기에 완전한 계절이다.
비대면 관광지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최근 전국 각지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소는 자연을 품은 숲과 길이 되었다.
오늘은 김해에서 부담 없이 걷기 좋은 둘레길 2곳을 추렸다.
같은 길이라도 각 장소가 지닌 테마가 다르니 취향에 따라 선택해 보자.
가리지 않고 두 곳을 두루 걸으면 산책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고즈넉한 시골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평지못 둘레길
주소 김해시 진례면 신안리
백숙촌으로 유명한 진례면 평지마을을 아는가? 김해의 9미(味) 중 아홉 번째 진미인 백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동시에 평지마을에는 저수지 둘레길이 하나 있다. 지난 6월 김해와 창원 양 지역을 이으면서 주목 받은 진영읍 우동누리길 못지않다. 진례저수지로도 알려져 있는 ‘평지못 둘레길’이다. 평지못 둘레길은 전체 거리가 1.5km 정도로 걷는 데 큰 부담이 없고 시 외곽에 자리해 슬로시티 김해와 잘 어우러지는 장소다. 또한 김해시가 2018년 개발 제한 구역 환경 문화 공모 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6억 원을 확보, 저수지 둘레에 꽃·나무 5,000그루를 심고 데크로드와 벤치, 정자, 공중화장실을 설치하여 지난해 초 개방했다. 벚나무 길, 야생화 꽃길, 자연숲 길, 메타세쿼이아 길, 장승 소공원으로 구분한 스토리텔링 산책로이기도 하다. 남서쪽으로 비음산과 남산봉, 대암산, 용지봉에 둘러싸인 산 아래 저수지여서 물도 깨끗하다. 이곳이 주는 안정감은 저수지를 끼고 있는 길 ‘한 바퀴’ 코스라는 사실이다. 어느 각도에서든 산책자를 향해 둥글게 굽어 있는 길에 줄곧 마음이 편안하다. 둘레길 중간 즈음 비치된 벤치에 앉으면 앞으로는 저수지 풍광, 뒤로는 작은 폭포가 있어 물아일체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름을 지나며 마지막으로 녹음을 토해 내는 듯 푸릇푸릇한 풍경에 눈이 시원해지는 것은 덤이다. 닭·오리백숙 식도락을 겸해 나섰다면 음식을 먹고 나서 가볍게 걸어도 좋겠다. 이 가을, 때론 내내 걷고 싶다.
자연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삶의 풍경을 걷고 싶다면 서낙동강 둘레길
주소 김해시 식만로(불암동
경전철 불암역 2번 출구에서 나와 동쪽으로 200m 정도 걸으면 서낙동강 둘레길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진입로가 강가 아래로 향해 있어 도심과 산책로의 경계가 확실한 느낌을 준다. 장어마을을 품은 불암동답게 계단을 내려오자 특유의 장어 맛이 코끝을 자극한다. 서낙동강 둘레길은 장어마을을 따라 펼쳐진 길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김해에서 낙동강을 둘러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애당초 낙동강(落東江)의 낙동(落東)은 가락(금관가야)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라는 의미다. 이만큼 김해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강이다. 마침내 2017년, 김해시는 ‘서낙동강 둘레길’이라는 도보 여행길 조성사업에 나서 길이 1.8km 규모의 둘레길을 완공했다. 지난 7월에는 김해의 ‘우리 동네 걷기 좋은 길’ 12곳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명품 길로서의 명성을 증명했다. 진입로에서부터 가장 처음 셔터를 누르게 하는 대상은 강 위로 놓인 ‘김해교’다. 다리 위로는 5분 정도의 간격으로 경전철이 지나다닌다. ‘도심 속에서 천천히’ 걷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서낙동강 둘레길은 퇴근 후 시간쯤 걷기에 적지다. 일몰을 눈에 담는 것도, 가벼운 조깅도, 애완동물과 시간을 보내도 좋다. 강 저편에서 여유롭게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길은 직선으로 뻗어 있어 원할 때 언제든 되돌아올 수 있다. 일몰 시각 출발하여 돌아오는 길 왼편에는 장어 가게들이 하나둘 불을 밝힌다. 오른편에서는 연신 재잘대는 철새의 아쉬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평지못 둘레길이 가을햇살 비친 윤슬과 동행하는 길이라면, 서낙동강 둘레길은 당신에게 오늘도 수고했다고 말해 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