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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한우물 가게 – 외동떡방앗간
3대째 내려오는 맛있는 떡 사세요!

※ 김해시는 개업한 지 30년 이상 된 가게 26곳을 발굴해 ‘한우물 가게’로 선정했다. 본지에서는 오랜 시간과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한우물 가게를 매달 한 곳씩 다루고 있다.

뭉게구름 같은 수증기가 하얀 쌀가루를 만난다. 시루 위에서 100℃가 넘는 고온의 증기에 쪄진 쌀가루는 더는 가루라 불리지 않는다. 인고의 시간을 거친 그에게 새롭게 붙는 이름은 바로 전통 다과 ‘떡’이다. 여기 3대째 떡을 만드는 김민수 대표가 있다. 뜨거운 시루를 다루며 떡을 찌는 그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열정이 맺혀있다. 2대 대표이자 어머님이신 이옥란 대표가 물려준 기술을 가감 없이 발휘하는 그의 모습에서 시루 속의 떡이 생각난다. 인고의 시간을 버티며 맛의 전통을 이어가는 김 대표와 그런 김 대표의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주소 김해시 금관대로1204번길 15
문의 055-333-7704

‘떡집’에 시집을 간 새댁

김해에서 나고 자란 새색시는 경북 봉화의 떡집으로 시집을 가게 된다. 1982년 가을, 이 대표와 떡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시부모님께서는 경북 봉화에서 방앗간을 하셨어요. 제가 시집을 경북 봉화로 가면서 떡집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당시는 쌀이 귀했어요. 특히나 경북 봉화는 지리상 논보다 밭이 많다 보니 떡을 만드는 일보다는 방앗간의 일이 많았지요.”시부모님과 떡집을 운영하던 이 대표는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해 김해에 내려오기로 마음먹었다. “1989년 여름 김해 외동에 정착했습니다. 시부모님께 배운 떡 제조 기술로 방앗간을 차렸어요. 당시는 어렵게 살던 시절이라 모든 설비를 갖추지 못했어요. 떡국 떡을 만드는 기계는 가을에 돈을 벌어 겨울에 샀지요. 차츰 모든 장비가 갖춰지고 분주하게 떡을 만들기 시작 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리고 일손이 부족해 힘들었지만, 떡을 드신 손님들이 맛있다는 말 한마디면 기분이 좋았어요.” 떡집을 개업하고 31년 동안 김해 외동에서만 영업했다는 이 대표의 표정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였던 시루가 스테인리스로 변하고 피댓줄이 돌아가며 쌀을 빻아주던 제분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어요. 최근에는 떡을 포장하는 기계가 도입돼서 하나씩 포장을 해서 드립니다. 세월이 흐른 만큼 고객이 요구하는 니즈가 다르기 때문에 늘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떡집 아들로 태어난다는 것은

이 대표의 말을 김 대표가 이어갔다. “제가 고등학생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지병으로 병원에 계시면서 어머니가 많이 고생하셨어요. 저희 삼 남매가 어머니를 도와드렸지만, 학생이다 보니 학교에 가게 되면 어머님 혼자서 일을 하셔야 했습니다. 떡을 만들 때 작업자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 일이 많은데, 너무 힘들 때는 손님에게 부탁하기도 하셨어요. 어머님의 노고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가업이 이어지지 못했을 겁니다.” 김 대표의 말에 이 대표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가족이랑 일을 같이하는 것이 좋았어요. 바쁜 현대 사회에서 매일 가족 얼굴 보기도 어렵잖아요. 가족끼리 일을 하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일도 많았고 무엇보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제가 방앗간의 대표가 되었습니다. 옆에서 알려 주신 일을 차곡차곡 배워서 맛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어요.”

떡집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이 대표가 완성한 맛의 역사는 김 대표가 이어가는 중이다. 외동떡방앗간의 시그니처 메뉴 쑥떡은 전국에서 찾을 정도로 인기다. “어머님의 쑥떡 레시피는 손이 많이 갑니다. 하지만, 쑥떡을 깨물었을 때의 질감과 향 그리고 맛의 차이를 고객들이 알아주시고 계속 찾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매년 3월부터 5월까지 맛볼 수 있는 외동떡방앗간의 쑥떡은 최대 1주일까지도 주문이 밀릴 만큼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온다. “언제나 떡을 만들 때는 좋은 재료로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만들어요. ‘정직한 떡을 만들자’가 제 신념 입니다. 떡 주문이 들어오면 떡을 드실 사람 수와 용도를 고려해서 딱 필요한 만큼만 추천해 드려요. ‘그 집은 믿을 수 있는 가게구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집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가게를 만들고 싶습니다.”

떡의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당일 만들 수 있을 만큼만 주문을 받는 외동떡방앗간의 김 대표는 오늘도 뜨거운 시루 앞에서 떡을 찐다. 그가 찌는 떡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맛의 전통을 이어가는 그에게 여름보다 뜨거운 열정과 노력이 맛있게 쪄지고 있다.

작성일. 2020. 0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