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는 온통 겨울 냄새로 가득하다. 이 계절을 대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추운 날씨를 활용한 놀이로 이 시기를 즐기기 혹은 겨울을 핑계로 실내에서 게으름 피우기. 우리는 두 번째 선택지를 고르고자 한다. 실내 공간의 온기를 마음껏 누리는 것도 겨울의 또 다른 진가를 알아본 자의 특권이다. 이 계절의 포근함을 간직할 수 있는 네 곳을 김해의 일일 여행 코스로 소개한다.
눈이 즐거운 쉼터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주소 김해시 김해대로 2060 김해문화의전당
문의 055-320-1234
미술관은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아 비교적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손꼽힌다. 추운 겨울날 자연스레 생각나는 실내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김해문화의전당에는 윤슬미술관이 있다. 현재 윤슬미술관은 지난 10월부터 11월, 12월까지 대관 전시를 진행 중이다. 이 대관 전시에서는 김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예술인들의 그림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윤슬미술관은 김해 지역의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더 넓은 공간에서 큰 꿈을 키워가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윤슬미술관은 대관 전시를 제외한 달에는 기획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대부분의 기획 전시 또한 지역 작가를 ‘위한’이라는 대관 전시의 목적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작가들의 각양각색 매력이 한데 모여 공간을 밝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겨울날에 잠들어 있던 든든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스콘이 맛있는 카페
고동집
주소 김해시 가락로23번길 40
문의 010-7185-7298
미술관에서 눈을 바삐 움직였으니, 여행지에서 꼭 필요한 ‘여유’를 만끽할 차례다. 날이 추우니 이왕이면 따뜻하면서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겠다. 윤슬미술관이 있는 박물관역에서 지하철 두 정거장만 이동하여 봉황역에 내리면, 겨울날에 생각나는 디저트인 스콘이 맛있는 카페 고동집이 있다. 고동집은 이소라·김동영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고동집이라는 가게 이름은 이소라 대표의 이름에서 연상되는 별명 ‘고동’에서 따온 말이다. 아늑한 분위기의 외관 덕에 가게에 들어가기 전부터 마음이 편안해진다. 차분히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고소한 스콘 냄새가 우리를 반겨준다. 고동집의 스콘은 이소라 대표의 오래된 스콘 사랑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곳의 스콘이 특별한 점은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스콘 특유의 퍽퍽한 식감을 마스카르포네 치즈, 사워크림 등의 재료를 더해 조금 더 촉촉하게 만드는 데 있다. 스콘 종류 중 앙버터 스콘, 초코 스콘이 특히 인기이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또 편안하게 머무르고 가기를 바라는 봉황동의 작은 공간, 고동집. 이곳에서 스콘이 전하는 따뜻함으로 몸을 녹이고, 마음도 달큰해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사랑을 전하는 향기 상점
리틀 러빈
주소 김해시 김해대로2315번길 25 (2층)
문의 010-8521-1358
고동집에서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5분이 채 걸리지 않아 하얀 이층집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아기자기한 캔들 공방 리틀 러빈을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밖의 찬 기운을 앗아가는 향기와 함께 윤지빈 대표가 다정한 미소로 반겨준다. 리틀 러빈은 가게명 그대로 작은 사랑이라는 단어와 윤지빈 대표 이름의 ‘빈’을 합친 이름이다. 선물용으로 캔들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캔들을 통해 작은 사랑을 선물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윤지빈 대표는 이전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바쁠 때마다 향이 나는 것을 만드는 시간을 가지면서 여유를 찾았다고 한다. 원래 향에 민감한 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향기에 대한 고마움에서 출발한 공간이라 그녀에게는 더 의미 있어 행복하다고. 리틀 러빈은 캔들 판매와 함께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각자의 취향을 향으로 담아내는 것을 주 커리큘럼으로 하여 진행되고 있다. 향은 그때 그 시간으로 이동한 듯한 기억을 생생하게 상기시키곤 한다.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할 연말 선물로 향으로 기억될 추억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볍게 걸어보는 걷기 여행
회현동 벽화마을
주소 김해시 가락로63번길 33
마지막 장소는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를 추천한다.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며 느슨해졌던 몸과 마음을 정리하는, 짧지만 사소하지 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리틀 러빈에서 도보로 10분 정도를 이동하다 보면, 회현동 벽화마을이 펼쳐진다. 위치가 헷갈린다면 회현동행정복지센터를 검색하여 찾아오면 된다. 회현동 벽화마을은 단순히 벽화만 그려진 것이 아니라 옛 가락국 시절 이야기가 어우러진 곳이다. 황세장군과 여의낭자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한 벽화, 가야 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표현한 벽화 등 몇 가지의 테마로 골목길이 조성되어 있다. 한 가지 참고할 점으로, 이곳은 실제 마을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니 조용하고 차분하게 둘러보는 배려의 마음이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벽화가 그려진 골목을 걷다 보면 어느새 봉황동 유적을 만나게 되고 패총 전시관도 더불어 만나게 된다. 자연스레 유적지까지 산책할 수 있어 심심하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 벽화마을-봉황동 유적-패총 전시관 산책 코스를 쭉 걷고 나면 골목골목 맛집이 숨어 있는 봉리단길이 펼쳐진다. 여기서 저녁을 해결하고 가도 괜찮겠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이 산책이 타박타박 겨울을 걸으며 올해를 정리하는 재충전의 순간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