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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속 작은 책방 탐방
작지만 가득히, 마음을 채워주는 동네 서점

김해의 독서문화를 이끄는 새로운 움직임이 눈에 띈다. 책을 구매하는 장소로서뿐 아니라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이 오갈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는 김해 속 작은 책방들의 이야기다. 독서토론, 심야책읽기, 저자와의 만남 등 흥미로운 기획으로 문화도시 김해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책방 세 곳을 소개한다.

묵직한 사색을 위한 인문 공간,
생의 한가운데

연지공원 근처의 속닥한 골목길에 위치한 ‘생의 한가운데’는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서점이다. 쉽사리 답을 내릴 수 없기에 갑갑해지는 삶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들. 지난 2015년부터 공간을 운영 중인 박태남 대표는 늘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 생각을 함께 나누기 위해 시작된 곳이 바로 생의 한가운데다. 초기만 해도 이곳은 배움의 공간으로 존재했다. 동서양 인문고전 수업을 비롯해 문학, 역사, 생태 등 분야를 초월해 학문을 나누며 담론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강의를 진행하는 ‘달달인문학’, 2박 3일 릴레이 강연으로 진행되는 ‘생가인문강의축제’ 등은 지금까지 계속돼 지역사회에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처럼 서점을 겸업으로 운영하게 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책방의 경계로 들어서며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더욱 넓어져, 상반기에는 심야책방과 역사 관련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박 대표의 동분서주 덕에 그 혜택이 고스란히 동네사람들의 품으로 돌아간 셈이다. 생의 한가운데에 서서 의미 있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박 대표는 오늘도 서가를 채운다. 지역 현안이나 마을 교육공동체처럼 그 자신의 관심사가 담긴 책들로 큐레이션한 코너가 인상적이다. 인문서의 고전이자 입문서로도 좋은 <필경사 바틀비>를 비롯해, 입구엔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문 서적도 놓여있으니 조금은 발걸음 가볍게 들어서도 좋을 것 같다. 책방에서 판매하는 책과 관련된 수업, 독서모임 등도 진행 중이라니 참고하자. 이달 생일을 맞은 생의 한가운데는 아주 특별한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인문에 좀 더 쉽게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주소 김해시 금관대로1365번길 10-11
문의 010-6590-9321
홈페이지 blog.naver.com/ptn9363021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이 되는 곳,
페브레로

지난 2017년 문을 연 ‘페브레로’는 김해 내에서 독립출판물을 취급한 최초의 서점으로 유명하다. 한편으로는 카페 공간도 운영하고 있어 커피 마시러 들어온 사람도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 가게 인테리어의 한 축인 목재 책장이며 선반, 커튼 등은 김일중, 정유진 대표 부부가 모두 직접 만들었다. 때문에 가게의 모든 풍경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책을 좋아해 한때 작가를 꿈꾸기도 했던 정 대표는 출판사나 기존의 등단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기획, 편집 등의 과정을 비전문가인 개인들이 책임지고 제작하는 독립출판의 투박한 매력에 빠지며 진로를 수정하게 됐다. 글 쓰는 직업 대신 자신의 취향이 담긴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택한 것이다. 삶이변한 것은 남편인 김 대표도 마찬가지. 책과 내외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페브레로 온·오프라인 매장의 도서 입고를 책임지고 있을 정도로 전문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물론 표지 디자인이나 제목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없다며, 그래서 늘 관련 트렌드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는 답변이 사뭇 진지하다. 현재 책방은 독립서적을 비롯해 기성출판사에서 발간되는 다양한 장르의 책을 구비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의 대부분은 2030이다. 인생에서 한창 흔들릴 시기를 맞은 누군가에게 이곳은 따뜻한 안식처가 된다. 그간 진행해 온 책 만들기, 글쓰기 수업 등이 이들의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기여했을 것이다. 이달에는 칠암도서관과 협업으로 독립출판물 관련 행사를 진행 예정이라니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줄지 기대된다.

주소 김해시 김해대로2715번길 17-1
문의 010-7248-7241
홈페이지 blog.naver.com/febrero_

문학의 향기에 흠뻑 취하고 싶은 날,
숲으로 된 성벽

독특한 이름이 인상적인 ‘숲으로 된 성벽’은 시, 소설등 순수문학을 위주로 하는 책방이다. 봄이면 매화와 벚꽃이 가을이면 단풍이 자태를 뽐내는 율하천을 그대로 투영하는 커다란 통유리창 덕에 요즘처럼 선선한 계절엔 문을 열고 자연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기는 맛도 있다. 한 번 방문하고 나면 이후부터는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공간을 방문한다는 손님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가게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건 책 표지가 보이게 진열된 시집 코너다. 소설이나 에세이에 비해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기에 판매량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시를 좋아하는 장덕권 대표의 아내가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공간이다. 숲으로 된 성벽이라는 가게 이름 역시 평소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형도 시인의 작품에서 따왔다. 책방엔 문학작품이 주류를 차지하지만 인기 신간이나 동화책도 마련되어 있어 세대를 불문하고 자신의 맘에 드는 책을 고를 수 있다. 대부분은 장 대표 부부가 고심을 거쳐 책을 고르는데 때로는 책을 좋아하는 동네주민들의 서적 주문 리스트를 참고하기도 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편리할 법한데도 동네에 이런 사랑방 같은 공간이 계속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방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 더 책 선정에 신경 쓰게 된다.
가을의 책방은 문화로 가득하다. 매달 마지막 주에 열리는 심야서점을 비롯해 작가초청 강연, 영화 관련 프로그램 등이 기다리고 있으며, 특히 이달에는 인디밴드가 참여하는 작은 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란다.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엔 이만한 선택도 없을 것이다.

주소 김해시 덕정로204번길 6
문의 010-8026-2747
홈페이지 blog.naver.com/forestgate01228

작성일. 2019. 0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