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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김해박물관
가야문화를 담는 공간에서 다양한 담론이 오가는 공간으로

국립김해박물관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가야’ 그리고 ‘고고학’이다. 김해 일대를 중심으로 번영을 누렸던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전시하고 있는 박물관 내에는 가야가 남긴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어 마치 시간 여행이라도 떠난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역사적 공간으로서의 소임은 물론 이제는 휴식을 위한 공간이자 때로는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깊숙이 다가가고 있는 국립김해박물관을 찾았다.

기획전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는 역사

지난해 <황금문명 엘도라도> 전시에서 콜롬비아 문화재를 소개하며 새로운 행보를 알렸던 국립김해박물관이 올해 6월부터는 우리 고유의 옻칠문화를 소개하는 <고대의 빛깔, 옻칠> 전시를 선보이며 시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칠기가 출토된 창원 다호리 유적이이관되며 기획된 전시다. 옻나무에서 나오는 진을 덧칠한 물건을 일컫는 칠기는 색과 광택이 더해져 미적인 기능은 물론 방습, 방충 등에도 효과가 있다. 선조들에게는 천연으로 만든 도료였던 셈이다. 이처럼 옻칠은 다방면의 쓰임새를 자랑하며 선사시대부터 발전해왔지만 오늘날 대부분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옻칠 기법 중 한 갈래인 나전(조개 껍데기를 붙여 장식함)만 남아있다. 이번 전시는 나전 외에도 평탈(금이나 은을 붙임), 칠화(옻칠로 그림을 그림), 시회(채색 가루를 뿌려 장식함), 조칠(조각을 하여 장식함) 등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꽃 피었던 옻칠문화를 보다 폭넓게 알리고자 기획됐다. 전시관을 들어선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웅장한 분위기 속에서 빛나는 8점의 유물이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나무 봉황모양 꾸미개’(국보제164호)를 비롯해 통일신라시대 말안장 발걸이인 ‘청동 옻칠 발걸이’(보물 제1151호), 창원 다호리에서 발굴된 ‘옻칠 굽다리접시’ 등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은 국가지정문화재를 포함해 약 280여 점. 주로 가야의 토기나 철기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간의 전시와는 확연히 다른 주제에 관람객들은 색다른 재미가 있다는 반응이다. 가야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국립김해박물관은 지속적으로 특별전 개최에 힘을 쏟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가야본성-칼과 현> 전시가 그 예다. 12월 3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시작으로 순회전을 치를 예정이다.

박물관 나들이의 즐거움을 더하는 체험 콘텐츠의 확대

1998년 7월, 가야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연구 및 전시·교육을위해 건립된 국립김해박물관은 명실공히 지역 문화를 상징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김해>전을 개최하면서 당해 방문 인원이 약 40만 명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선사시대부터 가야에 이르기까지, 박물관은 김해·경남 일대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가야문화와 관련된 유물을 집중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가야의 왕이 사용했던 ‘금동관’(보물 제1922호), 당시의 제철기술이 집약된 고대 철갑옷, 북방지역과의 교류를 짐작하게 하는 청동솥은 빠뜨리지 말고 챙겨보아야 할 주요 전시품. 별관인 가야누리관에서 열리는 다채로운 주제의 특별 기획전은 시민들에게 역사를 읽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박물관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국내 주요 박물관을 두루 거친 전시·기획 및 고고학 분야에 능통한 오세연 관장이 취임하면서 앞으로 더욱 활발한 기획전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는 가야인의 말 문화에 대한 전시를 위해 준비하는 단계다.

최근 많은 박물관들이 역할의 다변화를 꾀하며 전시 이외에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은 많은 사람들이 유물을 관찰하며 역사를 배우는 공간으로만 인식했다면 이제는 인상 깊은 경험을 하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이를 위해 국립김해박물관은 매년 어린이 문화재 그리기 대회, 가족영화 감상회, 가야학 아카데미, 가야학술제전 등 전 연령대가 고루 참가 가능한 행사를 개최하며 시민들의 발걸음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추석에는(명절 당일 제외) 민속놀이 체험, 전통공연, 이벤트 등이 진행될 예정이라니 가족들과의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 마무리로 구지봉으로 이어지는 25,785㎡ 규모의 정원까지 거닐다 보면 어느새 어렵게만 느껴졌던 박물관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주소  김해시 가야의길 190
운영시간  (화~금) 09:00~18:00 (주말, 공휴일) 09:00~19:00
          *4월~10월에는 토요일 야간개장으로 21:00까지 연장
          *신정, 설날, 추석은 휴관
홈페이지  gimhae.museum.go.kr
문의  055-320-6800

작성일. 2019. 0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