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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시점> 전시가 반가운 이유
전시 <고양이 시점> 리뷰

6년 전 김하연 작가와 인연을 맺고 전시를 함께했다. 자칭 ‘허술한 길고양이 집사 겸 사진사’로 소개하지만, 길고양이 사진작가로 15년 동안 도심 속에서 길고양이의 삶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진에 등장하는 고양이 중에서 이름이 있는 아이도 있고 이름 없이 살다가 간 아이도 있다. 그중에 특히 ‘먼로’라는 이름을 가진 삼색(三色) 암컷 고양이 사진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5남매로 태어난 새끼 고양이 먼로는 김 작가와 8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묘연(猫連)을 이어나갔다. 먼로의 새끼 중에는 우뚱이와 만피가 있다. 김 작가의 강연장과 전시장에서 먼로와 우뚱이, 만피를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듯 김 작가는 길 위의 고양이의 삶을 지켜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구별에서 인간과 작은 생명의 따뜻한 공존을 이룰 수는 없을까? 인간의 생애와 별다른 바 없는 그들의 삶을 통해 공존의 의미에 대하여 메시지를 던지는 장을 열고 싶었다.

‘길고양이’는 한없이 스러져가면서도 척박한 도심 속에서 꿋꿋이 견뎌내며 살아낸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호기심 가득한 어린 생명은 알 길 없는 인간의 미움과 혹독한 추위, 배고픔을 겪으며 자신의 어미와 아비가 그러했듯 거친 생의 기록을 쌓아가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인내와 견딤의 시간 그리고 시행착오와 많은 경험을 통해 운 좋게 성묘가 된 고양이의 눈빛에서 우리의 인생사처럼 그들의 묘(猫)생사가 보인다.

여기 재개발지역에서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는 고양이가 있다. 여상희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그늘에 인간이 놓치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작은 생명에 관해 이야기한다. 잔뜩 웅크린 고양이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집어삼킬 듯 버티고 있는 크레인과 날카롭게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가 보인다. 재개발로 마을이 사라지고 사람이 떠나도 고양이는 남아 있다. 이 마을에서 고양이는 생을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곧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면 무지개다리를 건너 고양이별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한없이 스러지는 작은 생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대 문명은 거룩하고 힘차게 나아가며 눈부신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삶의 편의를 얻었지만, 마음의 평안을 잃었다. 삶의 허무와 권태가 밀려오는 순간이다. 나는 이 단상을 지켜보며 고양이의 삶이 인간의 삶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길고양이는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의 약자를 대변하는 존재다. 또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고, 보려고 하면 보이지만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도심 속 길고양이는 언제나 조용히 숨죽이며 가장 낮고 좁은 곳에서 살아간다. 길고양이에게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앞으로 내딛는 한 발 한 발이 조심스러운 그들의 삶에 평화는 언제쯤 찾아올까? 작금의 ‘공존’이라는 화두를 고민해본다.

올봄에 김하연 작가의 <티끌 모아 광고> 후원 모금 프로젝트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짧은 시간 동안 후원자 1,400여 명, 후원 총금액 33,015,073원이 모인 기적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지하철 옥외광고 작품은 공공미술의 성격을 가진 프로젝트로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인천 그리고 대구 총 6개 도시에 길고양이 사진 작품이 설치되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공존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고, 작은 움직임이 모여 큰 움직임이 되어 기적을 낳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뜻을 모아 힘을 합치면 어떤 일이라도 일어난다. 이러한 시점에서 고양이를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이들이 전시장에서 고양이와 만나면 좋겠다. 아이들이 편견과 오해를 거두고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의 사랑스러움과 귀여움, 그늘에 가려진 길고양이의 처연한 삶까지 모두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제 막 어른이 된 어른들과 오늘을 일궈낸 어른들까지 전시장에서 고양이를 만나 작은 생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다. 그들을 지켜낼 수 있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앞으로도 관객과 작가와 큐레이터가 공존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 화답하는 관련 전시를 고대한다. <고양이 시점> 전시는 김해서부문화센터에 이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두 번째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이후에도 이를 잇는 세 번째, 네 번째 전시가 지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공존의 올바름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약자의 편에서 오롯하게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중요가 자리가 될 것이다.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문화적 태도와 행동이야말로 세상의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전시장에서 고양이를 자주 만나고 싶다. 전시장 밖으로 나가는 순간 분명 미술관 주변의 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보려고 하면 보인다

일시 2019.08.23.(금)~12.15.(일)
장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참여작가 이경미, 강경연, 여상희, 김연
관람료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500원 / 미취학 아동 무료
※ 매표 1회 발권으로 미술관의 모든 전시 관람 가능
문의 055-340-7000

작성일. 2019. 0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