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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소문난 이야기꾼이 전하는 삶과 사람의 이야기
인간 통찰의 귀재, <달걀의 모든 얼굴> 연출가 이해제

“그저 매 순간 빠져들어 함께 즐겨주시면 그뿐입니다. 그리고 극장을 나서실 때, 우리는 말 없이 대화하고 있는 사이가 되어있을 겁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흥미로운 소재와 연출력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작품 속에 묻어나는 놀라운 통찰력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탐구의 자세에서 비롯되는 게 분명해 보였다. 이해제 연출가는 죽을 때까지 배우, 관객과 함께 ‘삶과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그를 만나 담백하고 진솔했던 그의 생각을 들어본다.

<달걀의 모든 얼굴> 비하인드 스토리

<웃음의 대학>, <톡톡>, <앙리할아버지와 나> 등 잇단 흥행을 이어온 이해제 연출가는 2018년, 8년간의 침묵을 깨고 <달걀의 모든 얼굴>을 제작했다. 긴 공백이 있었던 만큼, 부담 역시 심했을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과 달리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관했다. “부담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하루하루 먹고사는 우리네 이웃의 고단한 하루가 더 심할 겁니다.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으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면,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할 것입니다. 그게 무대를 준비하는 사람의 임무이자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 <달걀의 모든 얼굴>은 ‘안면인식 장애’를 모티프로 삼아 주변의 관심과 호기심을 더하고 있다. 10년 전, <달걀의 모든 얼굴>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새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10년은 더 됐습니다. 절친한 박수영 배우님이 술자리에서 ‘세상에 이런 병도 있다는데, 이거 어때?’라며 아이디어를 주셨는데, 그 순간 뭔가 있을 것 같다며 마음을 모았던 것이 시초가 됐습니다. 거간비도 없이 세월이 지나 이제야 극으로 풀어낸 작품이죠.”

이해제 연출가는 현재 공연은 성황을 이루고 있지만, 제작 당시 겪었던 두려움을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주인공 장 총재는 자신의 방법대로 사람을 인지·인식해야 하는 설정의 인물이고, 그의 재산을 노리는 심복들은 장 총재 집안의 수많은 가족을 연기해야 하는 다층 연기가 필요해서 다소 황당하고 믿기 어려운 설정과 상황에 관객들이 호응해줄까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관전 요소; 연기, 풍자 그리고 자신의 얼굴

<달걀의 모든 얼굴>이 주목을 받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배우들이 일인다역의 연기를 펼친다는 것. 그래서 배우들의 연기력은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그는 정석용, 윤유선, 신승환 등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밝혔다. “배우님들의 캐스팅은 평소 긴밀하게 교류하던 ‘스타빌리지 엔터테인먼트’와 공조하여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당시 좋지 않던 제작상황에도 베테랑 배우님들이 모르는 척의기투합해주셨습니다.” 그는 연출가로서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관객들을 위해 중요한 관전 요소를 콕 집어 설명했다. “유언장을 고치기 위해 목숨 걸고 장 총재를 완벽하게 속여야 하는 심복들의 아슬아슬하고도 능청스러운 연기, 그동안 쌓아왔던 장 총재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가족들의 가면을 쓰고 교묘히 비꼬는 풍자를 마음껏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는 이번 <달걀의 모든 얼굴>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고 전했다.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이 만들어나가는 마음의 거울입니다. 어느새 자신도 못 알아볼 정도로 변해버린 자신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얼마나 슬퍼질까요. 자신의 얼굴은 타인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웃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입니다. 그 부분만 잊지 말고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갔으면 합니다.”

글 권혁제 에디터 작성일. 2019. 0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