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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나누는 사랑의 마음
꽃과 사랑의 전시, <너의 이름은 꽃>展

갤러리 안에 꽃이 만개했다. 지난 5월 2일(목)부터 6월 1일(토)까지 약 한 달 동안 김해서부문화센터 스페이스 가율에서 꽃 내음 물씬 풍기는 <너의 이름은 꽃>展이 개최되었다. 김인지, 박에스더, 정희진, 허소연 4인의 예술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꽃’을 해석한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절정에 이른 봄을 더없이 만끽할 수 있는 전시였다. 작품은 꽃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고 있지만, 그 내용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벽에 갇힌 현대인들의 불안’을 위로하고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힘을 북돋아 주고 있었다.

먼저 갤러리 입구에서부터 화려하고 거대한 꽃 기둥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린 분홍의 색감을 지닌 장미와 붉은 작약, 모노톤의 달리아 등 종이 재질의 자이언트 플라워로 둘러싸인 꽃 기둥은 허소연 작가의 작품이다. 실용에 기반한 공예 작품을 선보이는 허소연 작가는 기존 작품 <자이언트 플라워>를 회화적으로 변용해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였다. 특정 공간의 장식성을 가진 공예품에서 벗어나, 작품이 가진 자유로움과 개성을 부각하고 회화 작품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과 변주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섬세하고 정교한 화풍이 돋보이는 김인지 작가는 ‘꽃’을 통해 불안하고 여린 현대인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작품 <보이지 않는 벽> 속의 꽃밭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화면에 맺힌 물방울로 인해 꽃잎이 군데군데 굴곡지고, 왜곡되어 이는 곧 ‘유리 벽 속 꽃밭’을 그려낸 것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꿈과 삶의 이상적인 균형이 유지되지 못하는 사회 속, 현실적 가치만을 좇을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우리의 모습을 드러냈다.

박에스더 작가는 꽃 이미지와 텍스트를 결합한 독특한 풍경화를 선보였다. 작가는 2015년부터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꽃송이와 줄기로 변환한 ‘꽃 글자’를 고안해 작업하고 있다. 꽃 글자는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기반으로 자음과 모음을 꽃과 줄기로 변환한 것이다. 작가는 이를 회화적으로 배치해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이미지이자 완결된 메시지를 갖춘 기호를 제안하며, 회화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정희진 작가는 공생과 관계라는 상호 현상을 선인장과 꽃의 형태를 빌린 뒤, 전시장을 압도하는 대형 설치 작품 <군락지>를 선보였다.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광목천에 꽃 패턴을 새기고, 선인장의 형태를 빌려 계속해서 자라나는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작가는 즉흥적인 드로잉을 비롯해 형태의 변형과 해체를 통해 나와 타인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개인과 집단 혹은 주체와 객체의 상관관계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한편, 전시와 함께 <꽃으로 쓰는 한글-사랑>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되었는데, 이는 박에스더 작가의 ‘꽃 글자’를 응용한 엽서 꾸미기 활동이다. 꽃으로 변환된 두 글자 ‘사’와 ‘랑’을 꾸미고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랑과 감사의 달 5월을 맞아 그간 소중한 이들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의 마음을 나누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포토존 ‘플라워월’ 아래에서 전시장을 방문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사진을 찍고 웃음을 나누는 순간들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작성일. 2019. 0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