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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가 일궈낸 발레음악의 지위
음악으로 인해 더욱 명작이 된 발레 <백조의 호수>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는 19세기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곡가다. 그는 러시아 음악의 민족주의적 성격을 국제적인 스타일로 끌어올리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국내에선 기악곡 작곡가로 환영받지만 기악곡뿐만 아니라 발레와 오페라에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피아니스트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바이올리니스트는 바이올린 협주곡을, 첼리스트는 첼로 협주곡 <로코코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선호한다. 지휘자들은 교향곡 전곡(1~6번)을 사랑한다. 현악 연주자들이 모이면 현악 6중주 <피렌체의 추억>을 즐겨 연주하기도 한다. 비발디의 <사계>와 동일한 제목의 피아노 독주곡 <사계>를 독주회의 메인으로 올리기도 한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유행한 민족주의적 정서는 성악곡에 특히 더잘 담겨있다. 가사가 있는 성악곡이 내용 전달에 있어서 기악곡보다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가 쓴 오페라만 11곡. 그중 <예프게니오네긴>(1879)과 <스페이드의 여왕>(1890)이 이러한 특징을 잘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두 오페라를 만나기는 힘들다. 그래서 그는 거의 기악 작곡가로 통용된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우승자들도 그의 이름을 알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반주에 불과하던 발레음악을 격상시킨 차이콥스키
<예프게니 오네긴>과 <스페이드의 여왕>의 인기가 무색할 만큼 발레음악 <백조의 호수>(1876), <잠자는 숲속의 미녀>(1889), <호두까기인형>(1892)도 불후의 명곡으로 손꼽힌다. 세 작품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선율, 화려한 관현악 기법, 줄거리와 잘 부합되는 분위기를갖췄다. 그중 <백조의 호수>는 장대한 짜임새와 다채로운 음악으로 오늘날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백조의 호수>는 애초에 반응이 별로였다. 실패의 이유는 좀 모순적이다. 비평가들은 음악이 부적합하다고 평가한 게 아니라 지나치게 훌륭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러시아에서 발레음악이란 춤출 때 사용하는 ‘오락용 음악’에 불과했다. 관객이 집중한 것도 음악이 아니라 춤이었다. 그래서 재능 없는 작곡가들이 발레음악에 손을 대곤했다. 하지만 차이콥스키는 이러한 관행을 깨부순다. <백조의 호수>의 음악은 춤에 종속되기를 거부하는 차이콥스키만의 몸부림과도 같았다. 1875년, 볼쇼이극장 감독 베기체프에게 발레음악을 의뢰받았을 때부터 이런 생각으로 일관해왔다. 결국 <백조의 호수>로 차이콥스키는 발레음악의 지위를 격상시켰다. 100년간 무용의 꼭두각시 역할을 해온 음악이 ‘반주의 쇠사슬’을 끊고 날아오른 것이었다.

장면과 줄거리를 상상하게 하는 음악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당대 최고의 안무가이던 마리우스 프티파가 무용을 만든 작품이다. 깊은 숲에 위치한 독일의 어느 작은나라의 왕자 지그프리트. 그는 사냥을 하다가 백조로 변신한 왕녀 오데트를 만난다. 그녀를 초대한 무도회에는 마법사 로트바르트의 딸 오딜이 함께 한다. 왕자는 그녀를 오데트로 잘못 알고 그녀와 약혼을 발표한다. 뒤늦게 자기의 실수를 깨달은 왕자가 숲으로 달려가 오데트와 함께 호수에 몸을 던지자 오데트의 마법이 풀리고 발레는 대단원을 이룬다.
4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는 총 36곡이 등장한다. 이 음악은 후대에 의해 1900년에 연주회용 모음곡으로도 만들어졌다. 모음곡은 발레 없이음악만 연주하는 형식이다. 엄선된 선율들은 발레의 명장면들을 연상시킨다. 한마디로 차이콥스키가 음악만으로도 줄거리와 분위기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것이 바로 <백조의 호수>라는 것을 모음곡이 증명하는 셈이다.

먼저 만나보는 <백조의 호수>의 음악
5월 31일, 모스크바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이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 오른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함께 할 텐데, 그 음악은 어떠할까? 전곡을 다 살펴볼 필요는 없고 모음곡만으로도 각 장면과 음악의 핵심을 알 수 있다.
제1곡 ‘정경’은 1막 끝에서 2막으로 이어지는 곡이다. 저녁 하늘에 백조 떼가 궁전을 향해 날아오르는 장엄한 광경이다. 이 곡은 ‘백조의 주제’라 불리며 오데트 공주가 등장할 때마다 나온다.
제2곡 ‘왈츠’는 1막 중 지그프리트의 성인식에 등장하는 우아한 왈츠다. 처음에는 피치카토(활을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현을 퉁퉁 튕기는 기법)로 현악기를 연주한다. 그러다가 왈츠의 리듬이 들려온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왈츠 선율을 노래한다.
제3곡 ‘작은 백조의 춤’은 2막 중간에 네 마리 백조의 춤에 등장한다. 목관악기 중 저음의 바순이 묘하게 반주를 하고, 클라리넷의 2중주가 리드미컬한 선율을 전개한다.
제4곡 ‘정경’은 2막에서 지그프리트 왕자와 오데트 공주가 선보이는 사랑의 춤이다. 목관악기의 화음을 배경으로 신비로운 분위기가 펼쳐진다. 하프, 바이올린으로 이어지는 독주는 감미롭다. 목관과 바이올린의 2중주에 이어 첼로와 바이올린의 2중주도 펼쳐진다.
제5곡 ‘차르다슈’는 3막에 등장한다. 지그프리트가 왕비를 정하는 무도회후반에 각 나라의 민속춤이 잇따라 추어진다. 차르다슈는 헝가리의 민속춤. 이 춤이 끝나고 지그프리트는 로트바르트의 간계에 빠지고, 그의 딸 오딜을 약혼자로 택하고 만다.
제6곡 ‘정경’은 마지막인 4막에 등장하는 웅장하고 슬픈 곡이다. 사랑에 패한 오데트는 도망치듯 호수로 돌아온다. 그 뒤를 쫓는 지그프리트. 오보에가 쫓기고 쫓는 자의 긴박감을 높인다. 이윽고 호숫가의 두 사람에 맞추어 관현악이 힘찬 합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일시 2019.05.31.(금) 19:30
장소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연령 8세 이상 관람가
좌석 R석 60,000원 / S석 50,000원 / A석 40,000원
문의 055-320-1234

글 송현민
글 송현민 음악평론가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음악가들을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 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박용구론(論)'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집필, 강의, 방송 활동을 통해 여러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작성일. 2019. 0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