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우리 사회가 어린이라는 대상을 그리는 태도에 주목하고 있다. 골프하는 어린이, 테니스하는 어린이 등 미디어 속 어린이는 미숙함을 나타내는 명사처럼 소비된다. 그러나 어린이는 다양한 권리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또 다른 나이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를 지나왔다. 어린이라는 가장 가까운 약자의 경험을 각 개인의 서사를 통해 공감하고 이해하는 동안 우리의 공존 가능성은 한결 커진다. 나아가 다양성을 포용하며 배제 된 것들을 다시 시스템 안으로 초대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미술관은 새로운 관계 맺기를 제안한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고경호 작가의 <아들 포지셔닝> 시리즈는 기독교 집안의 장남이라는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 작품은 사회 안에서 주어지는 역할과 개인의 정체성 사이의 대립을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전시장 곳곳에 숨겨진 이휘향 작가의 <숨바꼭질 시리즈>는 흙에 대한 실험을 통해 우리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쉽게 부서지는지 보여준다. 전시장 공간을 메우고 있는 전형산 작가의 <균형의 함정#1; 높은-소리, 낮은-소리>는 시스템 안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되는 불균형한 힘에서 새로운 균형점으로 가기 위한 혼란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개인의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된 소통의 문제를 사운드 설치 작업을 통해 소개하며 관람객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경험하고 재인식한다.
배제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허찬미 작가의 <땅과 벽과 모서리와 풀>을 통해 사람에서 더 작은 생명들로 이어진다. 시스템 밖으로 밀려난 변두리의 존재들을 캔버스 안으로 옮기며 다시금 그들을 우리의 안으로 초대한다.
이 밖에도 7월 28일(목)에는 동건물 키즈스튜디오에서 ‘새로운 질서 그 후...’ 팀과 지역민들이 함께 시각장애인, 기관 내부자들의 전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체 텍스트 워크숍’을 운영했다. 9월에는 뮤지엄 팜 일대에서 ‘콜렉티브 0-etc-1’이 잡초를 매개로 한 공공프로그램 ‘팝업스토어! 그냥 자란 풀’을 개최한다.
미술관은 전시장을 거대 담론으로 채우지 않는다. 미술관은 관람객에게 예술을 통해 공유한 경험으로 사회적역할 확장과 포용적 가치 창출이라는 실천적 예술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