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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가치의 재발견; […]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버려진 것들,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지난 2013년 섬유설치작가 윤필남, 왕경애와 함께 《업사이클_Art; 가치의 재발견》展을 개최한 바 있다. 수집된 폐현수막과 폐오브제 등을 활용하여 폐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일련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인간과 운명공동체인 환경의 보존 및 영구적인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자연을 동반자로서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철학을 미학적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 재해석한 전시였다.

8년 전 《업사이클_Art; 가치의 재발견》 전시의 연장선상에서 올해 새로운 버전으로 탄생한 이번 전시는 ‘[…]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라는 소타이틀을 가지고 전개된다. 지난 2013년 전시의 새로운 변주이자, 자연환경의 사회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재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전시다. 2020년 전 세계를 엄습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팬데믹 상황은 정상적인 삶의 패턴을 바꾸고, 자연 생태계의 파괴로 악화된 자연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자연환경은 누구 하나가 아닌 우리가 아끼고 가꾸어 후대에 온전하게 남겨줘야 할 인류 모두의 유산이다. 이번 특별전은 이와 같은 사회적 배경과 시대적 흐름을 담아내고자 기획된, 사물의 재활용을 통한 ‘가치의 재발견’ 전시다.
《가치의 재발견; […]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 박인선, 파브르 윤 작가는 주변 일상 속에서 효용가치가 끝나버린 옛날 물건이나 생활폐기물을 이용하여 새롭게 조합하고 가공하여 폐자재에 새로운 미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기발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박인선은 고철, 비철 등의 폐기물처리장 한편에 마련된 작업실에서 생명과 자연, 그리고 인간을 테마로 사물의 재활용이라는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일상의 물건들을 아상블라주로 용접, 압축하여 폐품의 새로운 존재가치를 부여하는 작업과정 너머에는 자연의 본질을 이해하는 작가의 미적 통찰력과 재활용에 대한 오픈 마인드, 그리고 일상 속에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이어나가려는 작가의 겸허한 의지가 엿보인다. 파브르 윤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주변의 오브제처럼 생소하지 않은 편안함으로 시나브로 다가온다. 유머와 해학 넘치는 여러 작품의 형상들은 진중한 삶을 넘어설 수 있는 편안하고 경쾌한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것은 윤영기 작가가 소소한 일상의 미시적 세계가 빚어내는 삶의 본질적 모습에 항상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본 전시의 기저와 기획의도에는 ‘잠시 빌려 쓰는 지구’, ‘잠깐 스쳐지나가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겸허함이 내재되어 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 중심적이고 친환경적 관점에서 인간이 자연과 구별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연환경과 상생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선명한 메시지가 관람객에게 전달되길 기대한다. 또한 작가만의 고유한 심미안으로 재활용품에 새로운 예술적 생명을 불어넣은 결과물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가 폐자재와 재활용품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란다.
본래의 용도 및 사용가치를 떠나 오브제 이면의 성질을 발견할 수 있는 나름의 안목과 관심을 갖고 있다면 누구든지 폐자재에 대한 재활용의 쓰임새를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사물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네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면서, 피폐해져가는 환경을 보호하고 상생의 길을 가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수 있다. 본 전시에서 사용가치를 잃어버린 사물들의 극적인 예술적 반전은 일상 속 예술을 우리가 몸소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INFO
기간 2021. 4. 2.~8. 29.
장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5, 6갤러리
관람시간 10:00~18:00(월요일 휴관)
참여작가 박인선, 파브르 윤
관람료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500원 / 미취학아동 무료
※ 매표 1회 발권으로 미술관의 모든 전시 관람 가능
문의 055-340-7000
※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갤러리 적정수용인원 30인 이하로 운영됩니다.

글. 박세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레이터 작성일. 2021. 0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