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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김해로, 다시 세계로 뻗어가다-오페라 〈허왕후〉
김해를 대표하는 오페라를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4월 8일, 초연을 앞둔 오페라 〈허왕후〉.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연출감독과 출연진이 이 무대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의 존재는 오페라 〈허왕후〉가 김해를 대표하는 오페라를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는 작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INFO
일시 2021. 4. 8.~10.(목) 19:30 (금) 19:30 (토) 17:00
장소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연령 8세 이상
좌석 무료(사전예매)
※ 거리두기 좌석제로 운영됩니다.
문의 055-320-1234

문화예술의 토양을 다지다
이의주 | 연출감독

‘국립오페라단 최연소 상임연출’, ‘동양인 최초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에서 연출’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이의주 연출감독이 오페라 〈허왕후〉 연출을 맡았다. 그는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허황옥’이라는 인물이 가진 이야기와 김해문화재단의 의미 있는 사업에 매력을 느꼈고, 기쁜 마음으로 승낙했다.

“ 허황옥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사랑을 선택한 여인이었어요. 무려 2천 년 전에 자유, 평등, 박애를 주창한 거죠. 지금은 ‘김해’ 하면 ‘김수로’만 떠올리지만 ‘허황옥’이라는 인물도 부각한다면, 김해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인물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소재와 더불어, 장윤성 지휘자, 김주원 작곡가 등 최고의 제작진과 초연을 올리게 된 건 연출가로서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최상의 퀄리티를 추구해요. 오페라 〈허왕후〉는 훌륭한 제작진이 함께하기 때문에 김해를 넘어 세계에 진출해도 경쟁력 있는 작품이 될 거라 장담합니다.” 그는 오페라 〈허왕후〉는 자랑거리가 너무 많다며, 주역을 맡은 배우들은 물론이고, 지역 오디션으로 발굴한 배우들의 실력에 대한 찬사도 빼놓지 않았다.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었던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노래를 잘한다는 겁니다. 이번 작품을 발판으로 많은 배우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의주 씨는 오페라 〈허왕후〉가 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오페라인 만큼 전통은 계승하되, 유니크한 연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대 디자인, 의상, 안무 등도 그렇게 제작되었으며, 이 모든 게 모여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최고의 무대가 탄생했다. “작품을 감상하실 때 무대와 조명이 변하는 과정을 자세히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것 같은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시기가 시기였던지라 제작 과정에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공연을 반드시 올리겠다는 김해문화재단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김해문화의전당이라는 세계적인 극장과 좋은 제작환경을 갖춘 김해에 문화예술이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작곡가 바그너가 정착 했던 독일 바이로이트는 ‘바그너의 도시’라고 불린다. 그만큼 많은 관광객이 바그너라는 인물 때문에 바이로이트를 찾는 것이다. 그는 오페라 〈허왕후〉가 김해에서 바그너와 같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상상 그 이상을 그려내다
김신혜 | 허왕후 역

“인도 출신의 여인이 국제결혼을 하고, 가야 최초의 왕비가 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특별한 것 같아요. 설화라고는 하지만 기록으로 남아 있는 거잖아요. 다른 창작오페라에도 참여한 적이 있지만 역사적인 기록이 바탕이 된 작품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라 더 설레어요.”

소프라노 김신혜 씨는 이탈리아 피아첸자 국립음악원을 졸업, 피아첸자 시립극장 주관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으로 데뷔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 〈일 트리티코〉의 라우레타 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사랑의 묘약〉, 〈마술피리〉 등 다수의 오페라에서 주역으로 활동한 그. 김수로와 허왕후의 이야기가 오페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먼저 생겼고, 오페라 〈허왕후〉는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들과는 뭔가 다른 기대감이 있었다.

대본과 음악을 통해 허왕후라는 인물이 기품 있으면서도 강인한 면모를 지녔다는 게 느껴졌다. 그는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 타국에서 온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매 순간 그때의 분위기를 상상하며 몰입하고 있다. “다들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러브스토리는 이미 잘 아실 텐데, 오페라 〈허왕후〉는 제목처럼 허왕후라는 인물에게 좀 더 집중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혜롭고 강인하면서도 때론 밝고 귀여운 모습 등을 보시면 진짜 허왕후의 모습이 상상되실 거예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출연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에 임했다. 그냥 노래를 부르는 것도 힘들지만, 상대방의 표정으로 나눌 수 있는 교감이 불가능해 연기를 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공연 일정이 연기되고, 연습이 중단되면서 불안과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김신혜 씨는 일정 변경으로 출연진이 바뀌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컸는데, 다행히 처음부터 호흡을 맞춰온 출연진과 함께 초연을 올리게 됐다. 그리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막바지 연습에 매진 중이다.

“ 탄탄한 대본, 멋진 음악에 맞춰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표현하는게 중요해요. 저는 누가 봐도 인도에서 온 인물로 보일 수 있게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어요.”

김신혜 씨는 오페라 〈허왕후〉가 언제 어디서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작품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 그 바람과 노력을 담아 그가 그려내는 허왕후는 분명 많은 사람에게 오래오래 사랑받는 인물이 될 것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연기하다
정의근 | 김수로 역

독일 오페라 매거진 ‘오페른벨트(Opernwelt)’ 선정 2001~2002 시즌 올해의 영테너, 스위스 일간 ‘루체르너 자이퉁(Luzerner Zeitung)’ 선정 2001년 올해의 음악가로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테너 정의근. 1997년 유럽 데뷔 이후 정상급 테너로서 유수의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연을 한다는 건 명예와 위험이 함께하는 기회에요. 작품이 세상에 어떻게 알려지게 될지 결정되는 순간인 만큼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의근 씨는 오페라 〈허왕후〉에서 주요 배역을 맡게되어 기쁘면서도 좋은 의미의 부담도 느끼고 있다. 섭외를 받았을 때도 이런 부담과 책임감이 예상 됐음에도 출연을 결심한 건 제작진에 대한 믿음 때문. 그는 초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험 많은 제작진의 참여라고 생각한다.

“ 훌륭한 작곡과 대본을 바탕으로 뛰어난 제작진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출연진이 펼치는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시면 좋겠어요.”

경상남도 마산 출신인 그는 이웃 도시 김해를 자주 방문했었고, 단편적으로나마 김수로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페라 〈허왕후〉에서 신화적인 존재로 여겼던 김수로를 또 다른 상상이 더해진 인물로 연기하게 된 것. “시간만 다를 뿐 같은 공간에서 일어 났던 우리의 이야기에요. 그렇기 때문에 상상 속에 있던 캐릭터를 현재의 인물로 표현하기 위해, 현재와 가장 가까운 시기에 존재했던 위대한 인물을 떠올렸습니다. 그 존재를 참고하여 시대를 초월한 사상과 신념을 가진 인물을 표현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오페라 〈허왕후〉에는 백성을 우습게 생각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과 다르게 백성을 소중히 여기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 바로 김수로다. 정의근 씨는 김수로가 왕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보여주는 대사로 ‘하늘의 뜻이 바로 백성의 뜻’을 꼽았다. 덧붙여 현재의 정치인들도 이 대사를 주의 깊게 들어주길 바란다고.

한국어로 제작된 오페라의 장점은 외국어로 제작된 오페라보다 내용 이해가 수월해 출연자의 연기와 노래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의근 씨는 이해가 잘되는 만큼 관객 분들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 역시 작품에서 느끼는 감동의 한몫을 담당하기 위해 기량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운명적인 배역을 만나다
김성은 | 허왕후 역

이탈리아 베로나의 아레나극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을 맡았던 소프라노 김성은 씨. 오랜 기간 외국에서 프리마돈나로 활동한 그는 국내에서 오페라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역을 맡은 이후 한국 대표 소프라노라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립급장 개관 70주년 기념공연 중 오페라 〈원효〉의 요석 공주 역을 맡았는데, 그때 ‘우리말’로 하는 오페라의 매력을 알았다고 한다. 외국어로 노래할 때는 언어에 담긴 문화적인 요소를 파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했지만, 한국어로 노래할 때는 이미 문화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정 표현이 더욱 자연스러웠던 것. 그 경험으로 한국 오페라를 또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고, 오페라 〈허왕후〉를 만났다. ‘김해김씨’인 그가 허왕후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마치 잃어버린 집안 족보를 찾은 기분이었다고.

“ 허왕후에 대해서는 대본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허왕후는 순수하고 장난기 있는 보통의 16세 소녀와 다를 바 없지만, 궁지에 몰린 김수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강인함이 느껴졌어요.”

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허왕후와 디얀시의 이중창을 꼽았다. 이중창에서 허왕후는 디얀시의 잘못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들추어 질책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충직함을 오래된 악기에 비유하는데 이런 내용은 허왕후의 강인함과 관대함, 왕후로서의 자질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페라 〈허왕후〉는 허왕후를 중심으로 많은 배역이 등장한다. 국내 정상급 성악가가 함께하는 무대인 만큼 김성은 씨 역시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었지만, 모든 출연자가 열정을 가지고 연습에 몰두했어요. 덕분에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안겨줬어요. 무대의 소중함도 깊이 느꼈고요.”

그는 허왕후를 연기하며 가야의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고, 가야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놀라움과 동시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김해에서 해상 교류가 왕성했다는 건 상상도 못 했어요. 이탈리아는 해상국가로 정말 유명하잖아요. 제가 이탈리아에서 느꼈던 건, 그들은 역사적인건 조그마한 것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김성은 씨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오페라 〈허왕후〉가 많은 사람이 가야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설렘과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작품에 임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다
박성규 | 김수로 역

 

테너 박성규 씨는 이탈리아 라보 국제콩쿠르, 프랑스 마르세유 국제콩쿠르 등 수 많은 콩쿠르에서 1위를 휩쓸었으며, 로마에서 바리톤 레나토 부르손과 함께한 오페라 〈리골레토〉를 통해 정상급 테너로 인정받았다. 런던, 로마, 나폴리, 피렌체, 프라하 등 30여 곳의 주요 오페라 하우스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국립오페라단 주최 오페라 갈라콘서트 출연 후 오페라 〈허왕후〉 섭외 연락을 받았다. 박성규 씨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던 만큼 다양한 언어로 노래했지만, 한국어로 노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게 오페라 〈허왕후〉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한국어로 하는 첫 오페라이자, 첫 창작오페라이기 때문이에요.” 첫 도전을 위해 한국어 발음에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다. 단,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으면서 의사전달이 될 수 있도록 맹연습 중이라고 한다. 그는 오페라 〈허왕후〉 섭외 연락을 받았을 당시에도 발음 등 염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있다.

“ 이집트 카이로에서 오페라 〈아이다〉 초연을 올렸어요. 저도 거기 출연했습니다. 이야기의 본고장에서 하는 공연, 그것도 초연에 출연한다는 건 정말 의미 있잖아요. 오페라 〈허왕후〉 초연을 김해에서 올린다는 점이 저한테 크게 다가왔어요.”

오페라 〈허왕후〉에서 김수로는 용맹함과 겸손함을 겸비,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지닌 너무나 완벽한 인간의 모습이다. 박성규 씨는 김수로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으로 1막에 나오는 김수로의 아리아를 꼽았다. ‘아름다운 선율과 하늘의 뜻을 받들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백성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오!’라는 가사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고.

그는 오페라 〈허왕후〉가 그동안 자신이 유럽에서 경험한 그 어떤 유명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무대와 의상 등의 연출이 어우러진 대작이라며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작품을 관람할 때 사랑, 오해, 음모 등 역할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선 위주로 감상한다면 좀 더 극에 빠져들 수 있을 거라며 오페라를 즐기는 팁을 전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노래할 때가 아니라 상대방이 노래할 때 제가 취하는 리액션이에요. 노래를 부르는 인물에만 집중하게 되면 나중에 기억에 남는 건 노래뿐이지만, 전체적인 부분을 보시면 나중에 그 장면 자체가 기억에 남으실 거예요.”

작성일. 2021. 0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