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와 허황옥의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고대 가야의 찬란한 문화를 펼쳐보일 오페라 〈허왕후〉가 오랜 산고 끝에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누구 보다도 큰 기대와 설렘을 안고 무대를 준비 중인 신선섭 예술감독을 만나보았다.
지역을 위한 사명감으로
신선섭 예술감독이 단장으로 있는 노블아트오페라단은 지난해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해 어렵게 준비했던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바람에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많이 기대했던 창작오페라 〈찬란한 분노〉가 연기된 것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취소되었는가 하면,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으로 초청받았던〈나비부인〉과 〈사랑의 묘약〉 또한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
낙심이 컸던 가운데 김해문화재단 윤정국 대표로부터 〈허왕후〉의 예술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뛸 듯이 기뻤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 문화재단과 민간 공연단체와의 협업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드문 일이지요. 기획과 예산이 확보되어 있는 문화재단과 작품 제작 경험과 인력이 풍부한 민간 공연단체와의 협업은 여러 면에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경남 출신인 신 감독은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늘 있었기에 이번 작품 제의를 더욱 흔쾌히 받아들였고, 즐겁게 준비하는 중이라고.
또한 〈허왕후〉는 코로나19 사태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도 희소식으로 다가왔다. 이번 공연으로 문화예 술계가 예전 같은 활기를 되찾게 되리라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재미와 감동 넘치는 스토리와 무대
지금까지 좋은 오페라 무대를 만들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해왔던 그 이지만 이번 〈허왕후〉는 그런 그에게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무엇보다 허왕후 스토리는 사료가 많이 부족해서 스토리를 꾸미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대본 공모에 당선된 김영숙 작가가 많은 고민 끝에 빈약한 사료를 바탕으로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해서 다행입니다. 신화적인 이야기보다는 사실과 역사를 근거로 하는 휴먼 드라마 이자, 전 세계인이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신 감독은 이를 위해 대본 작가와 함께 수차례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했다. 그 결과, 오페라로서 관객에게 ‘재미, 자극,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김해시민들이 좋아할 만한 지역 설화도 새롭게 찾아내어 적재적소에 녹여 넣은 훌륭한 대본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허왕후〉를 통해 당시 가야라는 나라가 다른 국가와 달리 얼마나 독특하고 찬란한 문화를 소유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체제를 갖추고 있었는지 관객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또한 철저한 고증과 재현을 거친 화려한 무대, 의상, 소품 등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이야기에 오늘날 관객들이 충분히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대표 문화 콘텐츠 되길 기대
그는 탄탄한 대본, 화려한 무대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면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허왕후〉에는 시적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를 갖춘 곡들이 많이 있습니다. 처음에 나오는 남성 합창곡은 고대 철기문화를 선도했던 가야의 강인하고 독창적인 민족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허황옥의 아리아 ‘해맑은 웃음 뒤에 강인함이’는 김수로를 향한 그녀의 애절한 마음과 김수로의 인품을 잘 드러내는 〈허왕후〉의 대표 아리아 입니다.”
한국 창작오페라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는 ‘허왕후’를 대한민국 창작오페라를 대표하는 명품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완성시킬 큰 포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제작진과 스태프,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출된 출연진이 함께 힘을 모아 완성도 있고 예술성 있는 작품으로 선보이게 될 것을 자신한다.
“오페라 〈허왕후〉는 김해의 대표 문화 콘텐츠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가야의 500년 역사가 우리 고대사에서 얼마나 크고 찬란한 역할을 했는지 알리는 동시에 김해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허왕후〉의 작품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그는 올해 상반기 초연을 앞두고 많은 스태프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공연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부디 〈허왕후〉가 지난해 힘들었던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큰 감동을 선사하여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