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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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비대면 예술 감상 ‘한 점 갤러리’
사이 공간으로 연출되는 새로운 풍경

지난 8월, 기록적인 장마가 들고 폭우가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 물난리가 일었다. 그야말로 혼비백산의 상황.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잠잠해져 가던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시민들은 피해 복구, 폭염, 생활 방역 등 삼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모든 사람의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겨우 재개하는 듯했던 미술관, 박물관 등의 공공 문화 시설은 또다시 문을 닫게 됐다. 언제쯤 마음 놓고 가까운 갤러리나 전시장에 가서 작품을 마주할 수 있을까?

이번 호 지면에는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요즘, 비대면 방식을 통해서라도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점 갤러리’를 마련했다. 처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건축 도자 전문 미술관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소장품 <풍경(Landscape)>이다.

작가 강기호(Kang Ki-ho, 1980/한국)
규격/크기 다양
재료 및 재질 백자토, 코일링, 유약
소장 연도 2016
취득 방법 기증

내가 처음으로 흙이라는 재료를 접했을 때, 이른바 ‘기(器)’ 작업은 항상 나의 작업이자 소재이자 토대였다. 물론 ‘기’의 기능성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형과 재료 표면의 상호 작용을 중점으로 둔 채 그 아름다움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어느 공간에 놓인 아름다운 ‘기’는 하나이건 여러 개체가 놓여 있건 간에 그 공간뿐만 아닌 보이는 넓은 공간을 포용하는 매력이 있다.
나의 도자 조형 작업이나 그 외의 타 재료를 사용한 작업도 이러한 공예 오브제의 공간 포용 능력을 기반으로 하고, 한 공간에서 오브제와 공간 간의 어우러짐을 표현했다. 이로써 순수 예술과 공예 사이의 연관성을 찾으려고 했으며 ‘공예냐, 예술이냐’의 논쟁을 넘는 작업을 추구했다.

작가 및 작품 소개

개관 기념 전시인 <건축 도자-EARTH>에 출품됐다. 강기호 작가는 독일에서 작품 활동을 했는데, 이 전시의 참여를 위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레지던시 공간에 머물며 작품을 제작했다. 강 작가는 전시를 마친 후 출품 작품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 기증했다.

이 작품에는 건물과 건물, 물체와 물체 사이에서 발견하는 공간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표현됐다.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변형된 원기둥의 기(器) 형태를 하고 있으며 외형에서 나타나는 선은 정갈하고 차분한 직선, 사선 들의 집합을 이룬다. 창백한 그레이 톤의 백자토를 긴 시간과 공을 들여 차분하게 말아 올린 74개의 피스로 구성됐다. 이들은 관람자의 눈높이에서 기물의 형태와 사이 공간이 잘 보일 만한 높은 좌대 위에 일정한 규칙은 없지만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었다. 작품들은 외부 공간과 만남, 관람자의 시선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풍경을 빚어낸다. 이 작품은 애초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독일 회어 그렌츠하우젠(Hoehr Grenzhausen) 마을의 풍경 사진과 함께 놓여 전시돼야 할 작품이었다. 그러나 관람객들에게 너무나 직관적인 해석을 요구하는 것을 피하고 싶다는 작가의 요청으로 풍경 사진은 제외됐다.

작성일. 2020. 0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