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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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온라인 워크숍
컨택트를 위한 언택트 – 내일의 미술관

문화 예술계에도 해마다 유행처럼 회자 되는 몇몇 키워드가 있었다.
융복합, 4차 산업 혁명, 문화 다양성, 인류세와 같은 키워드들이 이제 더는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오늘.
우리는 어제와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팬데믹’, ‘뉴 노멀’, ‘언택트’, ‘코로나 블루’, ‘포스트 코로나’와 같은 키워드들이 일상을 잠식하며,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이전과는 다르리라는 것을 예고편처럼 내보인다.
당연히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오늘도 어제와 달라졌다. 제법 긴 휴관의 시간을 지나 다시 개관한 미술관 곳곳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관람 안내와 비대면 감상 교육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미술관 교육 담당자들 역시 이런 변화된 시대에 상응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고민에 빠졌다.
‘실물 기반 및 대면을 중심으로 하는 미술관 교육이 시민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과연 참여자들과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걸까?’
이런 질문들로 출발하게 된 2020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온라인 워크숍은 질문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뉴 미디어 아티스트인 송예슬 작가가 함께하는 예술적·교육적 실험이다.

거리두기 시대의 미술관 교육

2020년 초 교육팀은 작년부터 지속해오던 4차 산업 혁명 관련 융복합 교육을 위해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뉴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NYU 연구원인 송예슬 작가와 연락을 이어왔다. 그리고 여름에 있을 워크숍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코로나19의 기세는 절정에 달하여 송 작가의 입국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따른 권고로 인해 행사의 진행도 어려워졌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미술관 교육 역시 변화에 대응해야 했다. 우리는 오프라인 워크숍을 온라인 워크숍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우회했고, 쏟아져 나오는 미술관 및 문화 예술 기관의 온라인 프로그램 속에 이 워크숍은 어떤 차별성을 둘 수 있을 것인가를 고심했다. 장고 끝에, 7월 21일(화) 첫 수업을 시작으로 총 3회차로 구성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여름 온라인 워크숍을 운영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미술관과 송 작가는 워크숍을 통해 3가지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티 빌딩의 가능성과 한계, 가상 공간에서의 몸, 새로운 창작 환경과 문화 예술 교육의 확장성 등이다. 이 모든 실험을 가능케 하는 인물은 워크숍의 리더이자 강사인 송 작가였다. 비대면(언택트) 교육이 급부상하며 온라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우리의 신체는 점점 제한된 감각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눈이 아닌 촉각을 이용한 예술을 경험하게 하는 탠저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Tangible Interactive Media Art)를 연구해온 송 작가는 시각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예술 경험에서 벗어나 확장된 다른 감각을 통해 새로운 예술 경험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는 클레이아크가 소개할 온라인 워크숍의 가장 중요한 차별점이 되었다.

온라인 공간 속 커뮤니티 빌딩의 가능성과 한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실험적인 워크숍인 만큼 참여 대상은 기존 미술관 대면 교육에서 다소 소외되어 있었던 청년층, 그중에서도 창작자와 문화 예술 분야의 예비 전문 인력으로 정했다. 사전 접수에서 예상할 수 있었듯 다양한 창작자, 예비 전문 인력 들이 미술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여주었다. 참여자는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온라인 워크숍이라는 기술적·환경적 한계를 고려해 프로그램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다수의 참여자를 받는 대신 소수 인원으로 정했다. 8명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에 함께했다. 화상 회의 앱 Zoom을 통해 매주 화요일 10시 영화, 건축, 과학, 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참여자들이 온라인 출석을 했다. 3회차로 운영된 워크숍 동안 아바타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미로를 같이 탈출하며 셀카를 찍기도 했다. 참여자들은 코딩을 통해 온라인 작품을 만들기도 했고 어려운 부분은 메이트 시스템을 도입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극복했다. 그 결과 참여자들은 온라인 교류를 통해 웹캠을 이용하여 신체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완성되는 인터랙티브 작품을 완성하였다. 워크숍이 없는 날에는 Slack(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통해 서로의 일상과 영감이 되는 작업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렇게 진행된 온라인 워크숍에서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온라인 워크숍을 통해 과연 커뮤니티가 빌딩 되었나?’ 하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을 때, 모든 참여자가 오프라인 공간에서 꼭 다시 만나자는 답변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장장 9시간에 걸쳐 진행된 우리의 실험은 코로나19 종식 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끝이 났다. 다회차로 운영되는 워크숍에 참여자들이 잘 따라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했을 정도로 참여자들은 3회차가 너무 짧았다며 마지막 접속을 아쉬워했다.

 

오늘부터의 미술관

온라인 커뮤니티 빌딩의 한계를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다음을 약속했으며, 가상의 몸은 실재를 대신할 수 없다 했지만 대신 다른 감각을 일깨우게 했다. 미술관은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의 보완재에 불과하다는 언택트, 온라인 워크숍을 통해 다시 콘택트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포스트 코로나 세상에 대해 질문하는 책 『오늘부터의 세계』에서 소개한 유발 하라리의 글에서 이 워크숍의 답을 찾아본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이 어떠할 것인지 예측하기란 불가능해졌습니다. 확실성은 바닥을 쳤고, 선택의 자유는 최고치에 도달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완전히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일들이 갑자기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십억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대미문의 사회적 실험을 강요받고 있으며, 날것의 제안들이 권력의 회랑 안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내일의 미술관은 어떠할지 모르겠다. 당장 내일부터 다시 휴관에 들어갈 수도, 반대로 다시 대면 교육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내일을 궁금해하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에만 가능한 제안을 통해 미술관이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글 정지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교육홍보팀 작성일. 2020. 0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