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search
Interview 마에스트로 금난세
지휘 단상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이름이라는 ‘금난새’는 ‘나는 새’처럼 세계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그에게 가장 걸맞은 이름일 것이다. 오늘날 마에스트로 금난새는 과거 일부 사람들만 향유하던 클래식 음악의 유리온실을 깨고 나와 클래식의 대중화를 개척해 왔다. 2018년 1월 12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뉴월드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앞두고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다른 질문에 앞서, 먼저 선생님의 음악적 생애의 시작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작곡가이셨던 만큼, 집에 늘 음악이 있었습니다. 집안에는 늘 SP 레코드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왔고, 다 함께 가족음악회 열기도 했어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음악은 자연스럽게 제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되었죠. 그러다가 레너드 번스타인의 청소년 음악회를 AFNK 주한미군방송 통해 우연히 보게 되면서 지휘자가 내게 잘 맞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Q. 선생님은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가장공이 많은 지휘자로 손꼽히고 계신데요, 일부 사람들에게만 향유됐던 클래식 음악을 적극 알리려고 노력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독일 베를린 유학 시절의 영향이 컸어요. 자국민 학생은 물론, 한국이라는 머나먼 나라에서 온 고학생까지 학비를 받지 않고 꿈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줬어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화두는 이때 생겼다고 볼 수 있겠죠. 또 한편으로는, 독일에는 베를린뿐 아니라 지방에도 작은 오페라 하우스를 하나씩 갖추고 있었어요. 아무리 훌륭한 연주라도 그것을 즐기는 청중이 없으면 가치가 없지 않습니까. 이런 생각에서, 귀국한 이후 줄곧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해설이 있는 음악회는 금난새 선생님의 전매특허로 말해지기도 하는데요, 청중에게 음악을 해설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저는 지휘자이기도 하지만 청중과 연주자의 중간역할을 매치하는 사람으로서 클래식이 얼마나 생활에 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데뷔 후 줄곧 음악적인 면과 대중적인 면을 동시에 고민해온 이유죠. 데뷔 당시 우리 사회가 음악을 대형 공연 위주로 편식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관객 모집, 좋은 홀과 같은 목적 달성 위주로 음악이 평가되는 게 늘 아쉬웠죠. 무엇보다 저는 음악이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해설을 흥미롭게 해서 많은 청중을 오게하자’는 게 저의 큰 목표가 됐죠. 청중 없이 각만 잡는 음악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마에스트로 금난새의 고향과도 같은 김해에서
뉴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소프라노 윤정빈·베이스 전태현·하모니카 이윤석과의
다채롭고 풍성한 협연을 펼친다


Q. 오랜 시간 동안 유로아시안 오케스트(現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을 맡아 오셨습니다.

유로아시안 오케스트라는 제가 수원시향을 그만두면서 만든 벤처 오케스트라에요. 보통 오케스트라는 정부나 기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데, 이 오케스트라는 그런 형식의 지원금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우리가 직접 지원을 끌어오자는 게 유로아시안 오케스트라의 기본적인 방침이었죠. 처음엔 리스크였지만,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고 차별화될 수 있었죠. 재정적으로 자립하는 것을 통해, 모든 연주자들이 개인적으로도 발전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더 좋은 연주를 들려줄 수 있었습니다.


Q. 늘 신선한 발상으로 다양한 클래식 공연을 기획 및 지휘하고 계시는데, 이러한 음악적 원동력은 어디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까지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뛰어왔어요. 제가 이처럼 열심히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일을 내 힘으로 해내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열심히 하는 것이, 제 원동력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또, 이런 힘은 제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가능한 것이라 생각해요. 누가 시키는 걸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즐겁고 신명 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Q. 음악가 혹은 지휘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원칙이나 가치관은 무엇일까요?

제일 중요한 것은 모든 연주자가 ‘지휘자’라는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혹은 지휘봉에 따라 수동적으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이 연주를 해내겠다고 하는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해요. 그 자신이 이 오케스트라에, 그리고 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래서 저는 항상 연주자들에게 ‘You are the conductor(당신이 지휘자예요)!’이라고 끊임없이 주문해요.

Q. 금난새 선생님은 지휘자 및 음악 감독이자,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교장을 맡고 계신 교육자이기도 하십니다. 음악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 평소 가지고 계신 교육관이나 신념을 말씀해주세요.

재능 넘치는 학생들은 부모님의 아이들이 아닌 우리 사회의 연주자라고 생각해야 해요. 따라서 개개인의 실력뿐만 아니라 함께 음악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죠. 특히, 서울예고 학생이면 이미 개인의 기량을 인정받은 아이들이잖아요. 앞으로는 개인 위주의 학습에서 벗어나 실내악이나 오케스트라를 통하여 함께 소통하는 음악으로 보다 완성도 높은 음악 세계를 추구하고자 합니다.

Q. 앞으로 성취하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최근에 외국에 가다가 비행기 안에서 옛날 영화 ‘맨 포 올 시즌(Man For All Seasons)’ 을 봤어요. 영국 헨리 8세와 갈등을 빚은 토머스 모어에 관한 영화예요. 모어가 사형장에서 죽는 장면에서 그는 사형집행인에게 ‘자기 일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팁을 줍니다. 이게 굉장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어요. 죽는 순간까지도 지켜야 하는 인간의 존엄성이랄까, 이런 메시지를 예술은 지녀야 해요. 1000만 관객도 필요하지만, 아트라고 한다면 이런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해요. 앞으로 음악을 통해 계속해나가고 싶은 일도 이런 것과 연장선에 있겠죠.

Q. 금난새 선생님께 음악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음악은 ‘매직’ 같아요.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도 있고, 지휘자와 단원들이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천지 차이죠. 저는 아직도 음악이 신비롭습니다.

Q. 내년 1월 12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신년 음악회 지휘를 앞두고 계십니다. 음악회에서 선보일 레퍼토리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 하나를 소개해주세요.

하모니카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구성한 무디의 하모니카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스페인 환상곡 〈Toledo〉입니다. 최근 알게 된 하모니시스트 이윤석 씨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젊은 인재인데, 그분과의 협연을 통해 정열적이고 활기찬 스페인 도시 톨레도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한편, 클래식 무대에서 하모니카의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Q. 말씀하신 대로 이번 음악회 프로그램 중 소프라노와 테너, 하모니카 협연이 특히나 기대되는데, 이에 관련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릴게요.

뉴월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소프라노 윤정빈 씨, 베이스 전태현 씨, 하모니카 이윤석 씨의 협연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윤정빈 씨와는 오페라 《쟌니스키키》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의 왈츠〉을 공연할 예정이고, 전태현 씨와는 《사랑의 묘약》 중 〈Udite〉을 선보일 생각입니다. 이윤석 씨와의 협연은 〈Toledo〉 외에도 영화 〈미션〉의 삽입곡 〈가브리엘 오보에〉가 준비돼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김해문화의전당 신년음악회에서 선보일 무대에 앞서, 지면으로 먼저 만나게 될 관객분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해는 제 고향과도 같은 도시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신년음악회를 가질 것이 특히나 기대됩니다. 왜냐하면 제가 태어난 곳이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이에요. 대저가 부산시의 시역확장으로 부산에 편입되기 이전에는 김해에 속해 있었잖아요. 그래서 김해문화의전당에서의 공연을 위해 김해로 가는 길이 무척이나 감흥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우한가람 기획자 작성일. 2018. 01.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