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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하반기 기획전 연계 비지팅 아티스트 이강효 도예가를 만나다
대한민국의 옹기 마스터 이강효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면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전염병 확산 차단 및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전시, 교육, 체험 등 모든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내외는 연신 한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세라믹창작센터에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오는 6월 27일(토) 개최를 앞둔 전시 <달: 일곱 개의 달이 뜨다>를 준비하는 이강효 도예가의 작품 활동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종식과 함께 곧 되찾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활기찬 모습을 기대하며 이강효 도예가와 전시 준비 과정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을 찾은 이강효 도예가

이강효 도예가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20년 하반기 비지팅 아티스트 연계 전시 <달: 일곱 개의 달이 뜨다>를 준비하기 위해 세라믹창작센터에서 두 달간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도예가는 세라믹창작센터에 머무는 동안 가장 중요한 요소를 ‘체력 관리’라고 말했다. “아침 8시부터 산책을 하고, 작품 제작을 9시에 시작한 뒤 오후 6시까지 작업을 하고 스트레칭, 독서 등 휴식 시간을 갖습니다. 두 달 동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체력 관리가 중요합니다.”

그가 이번 하반기 전시의 비지팅 아티스트로 참가한 이유는 ‘평소와 다른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젊은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자극도 받고, 스태프분들의 재료 준비뿐만 아니라 큰 가마 등 여러 형태의 작업을 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 작품 활동에 깊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가진 에너지를 받아 작업에 임할 생각입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역할을 논하다

그는 세라믹창작센터에서의 레지던스 생활 중 느낀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세계적인 미술관입니다. 도자를 단일 소재로 한 전시, 작업 공간을 갖출 만한 곳을 찾기 힘듭니다. 직접 다녀본 곳 중에서도 단연 ‘A Class’입니다”라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을 향해 호평을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같은 시설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두 가지로 역설했다. “첫째, 타국에 우리나라 예술의 위상을 높입니다. 우리나라 예술에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그중 깊은 역사와 문화를 가진 ‘도자기’가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타국의 예술계 작가, 큐레이터, 관계자를 초빙하여 우리 것을 보여주며 자국 문화를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둘째는 도예를 배우는 학생들이 대학교나 대학원을 졸업한 후 개인 작업장을 갖추기가 어려운데, 이런 레지던시 공간을 통해서 젊은 작가들이 서로 교류하고 좋은 작가가 양성될 수 있어야 합니다”라며 “그중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그 선두주자이며, 지금처럼 잘 유지된다면 도예와 문화 발전 등 여러 부분에서 유익할 것입니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다가오는 전시에 선보일 작품 <달, 산수>

이강효 도예가를 일컫는 다양한 표현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칭호는 ‘옹기 마스터’(Onggi Master)다. 국내에서는 흔히 장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에 더해 도예가로서 전 세계적으로 존중받고 있는 그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도예가는 옹기 위에 분칠하는 분청 작업으로 하늘, 산, 구름, 바람 등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물을 주로 그려 넣는다. ‘분청산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전통 옹기 제작 기법과 분청 기법을 접합해 현대화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가장 한국적인 옹기 제작 및 장식 기법을 한데 섞어 작업했습니다. 전통적인 도자의 모습을 새롭게 표현한 것입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20년 하반기 비지팅 아티스트 연계 전시 <달:일곱 개의 달이 뜨다>에 선보일 그의 작품에도 산수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은 <달, 산수>로 정했고, 동그란 달 모양의 항아리와 산의 형상을 한 조형물을 만들 예정입니다. 달과 산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그려 넣을 것 이고요.”

도자는 끝없이 걸어 나갈 나의 ‘길’

젊은 세대의 옹기에 대한 외면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그가 전통을 잇고 있는 이유는 옹기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 때문이다. “옹기는 2천 년 동안 발전한 기술 문화임에도 문화사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도자 문화가 200년밖에 되지 않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자신들에게 없는 옹기 기술에 대한 갈채를 보냅니다. 옹기는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영어로도 ‘Onggi’로 불립니다. 큰 항아리를 세계의 모든 사람이 ‘옹기’라고 부릅니다. 문화사적 쾌거라고 볼 수 있죠. 이제는 옹기가 우리나라의 주류 도자 문화로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자와 희로애락을 함께한 40년의 인생을 돌아본 그는 도자를 한마디로 ‘길’이라고 표현하며,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끝없이 걸어가는 것이자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길이라고 믿습니다. 20년 전까지는 삶의 목표가 흙, 도자라는 매체를 통해서 끝 단계인 ‘명인’이 되면 그것이 길이자 이치,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꼭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너무 도자에만 몰입해 있으니까 경제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졌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현재,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힘닿는 데까지 충실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글·사진 권혁제 에디터 작성일. 2020. 0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