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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와 만세 백성들아: 여성, 독립운동, 김해 展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여성 독립운동가들

일시 2020.02.29.(토)~05.31.(일)
장소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참여작가 권혜원, 김민혜, 김미진, 배달래, 서상희, 손수민, 최규락, 최영미, 최정수, 막땅 삐에달류
관람료 무료(월요일 휴관)
문의 055-320-1234
※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공연 및 전시 일정이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1910년부터 35년간 지속된 일제 강점기. 그 치욕에서 벗어나고자 전국 각지에서 독립운동이 벌어졌고 해방까지 무수히 많은 선조의 희생이 뒤따랐다. 매년 후손들은 거국적 민족운동이 일어났던 3월 1일을 기리며 많은 순국선열의 헌신에 감사를 드린다. 다만 아쉬운 것은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들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 여성 독립 운동가의 이름은 유관순 열사 이외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그동안 집중적으로 조명되지도 않았다.

사실 여성들도 항일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을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군자금을 모으고 연락책과 밀사 역할을 했으며, 남성 독립운동가들을 먹이고 입히는 등 생존을 위한 뒷바라지를 하고, 임시 정부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안살림을 도맡았다. 이러한 여성들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독립운동을 과연 해낼 수 있었을까? 게다가 3·1운동은 많은 곳에서 여성의 주도 아래 이루어졌으며, 이후 전개된 항일운동의 근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도 여성들의 연대였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는 성별의 차이가 없으나 그간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노고가 주목받지 못했다. 최근 들어 여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들의 헌신을 뒷받침 할 사료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조명하기에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다.

김해 지역에도 치열하게 나라를 위해 싸웠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분명 존재 했기에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이름들을 알리고 그들의 헌신을 기리는 <어와 만세 백성들아: 여성, 독립운동, 김해>展이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유관순 열사 서거 100주년을 맞이하여 개최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전시는 전체적으로 사료(史料)와 예술 작품을 결합한 방식을 취했다. 사료는 현재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기록을 토대로 한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역사적 사실 규명과 함께 예술가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사라진 여성 독립운동의 역사를 복원한다. 여성 독립운동의 역사적 측면과 현대 미술을 결합함으로써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진 역사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한 것이다.

특히 잊힌 여성의 이름으로서 김해 장유 지역에서 3·1운동을 주도 했던 김승태 독립운동가의 어머니인 조순남 여사를 큰 축으로 전시는 전개된다. 조순남 여사가 남긴 내방가사 <김승태 만세운동가>는 김승태 독립운동가가 3·1운동을 주도하여 옥고를 치르는 과정과

일제 강점기에 직접 보고 겪은 일제 만행에 대해 정확하고 상세하게 기술한 것으로, 독립운동의 주류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인 조순남 여사에 대한 조명을 통해 여성의 역사, 독립운동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가고자 한다.

전시장 초입 ‘여성의 새로운 역사 쓰기’라는 전시 주제에 대한 선언문으로서 최영미 시인의 시 <여성의 이름으로>가 막땅 삐에달류(Martin Piedallu)의 장엄한 음악과 함께 흐른다. 최규락 작가는 유관순 열사를 담은 도자 부조를, 손수민 작가는 조순남 여사의 초상화를 출품했다. 김민혜 작가는 조순남 여사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2020년을 살아가는 김해 시민 '조순남'씨 3명과 과거의 조순남 여사를 기리며 함께 만든 바느질 작업을 설치와 영상으로 보여준다. 배달래 작가는 회화와 퍼포먼스를 통하여 서로 기댄 어깨에 희망을 걸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결연한 저항 의식과 독립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다. 서상희 작가와 김미진 작가는 도자 조각, 설치 작품을 통해 여성 열사들을 추모하고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고난과 역경, 영광과 승리라는 상반된 감정을 형상화했다. 최정수 작가는 여성 지사들의 이름을 쓰고 지우는 영상을 통해 추모와 기록의 역설을 표현하였다. 마지막으로 권혜원 작가는 과거의 독립운동이 저항의 행위로서 현세대와 미래의 개인이 갖게 될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오랜 세월 학습의 기회를 잃고 존중받지 못한 채 주변적 삶을 살았던 여성들이 나라를 되찾는 데 남녀가 따로 없다는 성평등 정신의 깃발을 올리고, 용감하게 구국의 대열에 앞장서 고난의 파도를 헤치며 그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정치적 자각 속에서 공동체의 주체로서 자신의 신념을 펼치고자 했던 그 여성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소망은, 현재를 사는 여성들이 지향하는 사회·정치적 열망과 같은 맥락 속에 있다.

여성 독립운동의 역사는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인권과 성평등을 논할 때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번 전시가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에 새로운 여성의 역사를 쓰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작성일. 2020. 0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