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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그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돌아온 뮤지컬 <귀환>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잊힌 6·25전쟁의 단면을 다시 한번 들춰내다

일시 2020.02.28.(금) 19:30 / 02.29.(토)~03.01.(일) 14:00, 19:00
장소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연령 8세 이상 관람가
좌석 R석 98,000원 / S석 88,000원 / A석 77,000원 / B석 55,000원
문의 055-320-1234

 

뮤지컬 <귀환>의 제목은 이중적인 의미로 쓰인다. 대표적인 의미는 6·25 전쟁이 끝난 이후 7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어딘가에 묻혀 있는 미확인 전사들의 귀환이다. 두 번째는 이미 소멸한 그들의 청춘이 되돌아오는 귀환이다. 6·25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며 우리의 전쟁이기에, 우리는 이 전쟁으로부터 객관성을 유지할 수도, 거리를 둘 수도 없다. 그런데도 시간은 착실하게 흘렀고, 그 자리에 뮤지컬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뮤지컬 시장의 성장과 군대에 간 아이돌이라는 조합 덕분에 애당초 ‘군대 뮤지컬’의 객석이 빌지 모른다는 걱정은 크지 않았다. 최소한 군인들이라도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군대 뮤지컬’은 가장 뜨거운 티켓 경쟁의 장이다. 단지 아이돌이 등장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작품 자체가 뮤지컬 팬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저력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군대를 소재로 한 뮤지컬의 시초는 2008년의 육군 창작 뮤지컬 <마인>이다. 마인 이후 약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아이돌이 군을 거치면서 뮤지컬도 함께 발전해 왔다. 최초의 육군 뮤지컬 <마인>에는 원조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는 H.O.T, 그중에서도 가장 큰 팬덤을 가지고 있던 강타와 래퍼이자 배우인 양동근 등이 출연한 바 있고,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등으로 유명해진 배우 고상호는 이 작품으로 일반병사 오디션에 합격해 훗날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건군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이 작품은 지뢰 폭발 사고로 다리를 잃은 아버지와 반항적이었던 그의 아들이 군대를 통해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드라마는 다소 엉성했지만, 실제 DMZ에서 지뢰를 제거하다 다리를 잃었던 이종명 중령의 실화를 모티프로 삼아 세대 간의 간격을 춤과 랩 음악을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두 번째 작품 <생명의 항해>는 흥남철수작전을 소재로 다루었는데, 당시 선박에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가 탑승했던 사실로 다시금 화제가 됐다. 그때 구조에 나섰던 메러디스 빅토리아호는 가장 많은 사람을 피신시킨 배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아호를 통해 피난한 사람들은 무려 14,000명에 이르렀다. 이 작품은 국립극장에서 초연을 올렸고, 예산도 첫 공연인 <마인>에 비해 훨씬 늘어났다. 군 복무 중이었던 유명 배우 이준기, 주지훈, 김다현 등이 출연한 작품이었지만, <생명의 항해>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메러디스 빅토리아호 그 자체였다.

2013년 제작된 세 번째 작품 <프라미스>는 김무열, 윤학, 이특, 이현, 지현우 등의 배우가 출연한 바 있으며, 전쟁통에 한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군 뮤지컬은 이 작품을 끝으로 약 5년간의 휴지기를 가졌다가 2018년에 이르러 <신흥무관학교>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신흥무관학교>는 70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제작된 군 뮤지컬로 군 뮤지컬이 시작된 지 1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여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1911년 서간도에 설립되었던 군사학교인 ‘신흥무관학교’를 배경으로, 실제 존재했을 법한 무명의 젊은 독립운동가들이 각자의 계기를 통해 군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았다.

뮤지컬 <귀환>은 <신흥무관학교>를 만들었던 제작진인 작가 이희준, 작곡가 박정아, 연출가 김동연 등이 그대로 모여 만든, 마치 후속작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살아남은 신흥무관학교의 졸업생들의 후손들이 6·25전쟁에 징집되어 동족을 향해 총을 겨누게 된다는 설정은 두 작품 사이의 연결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작품의 비극적 분위기와 카타르시스를 더욱 강화한다. 이 작품은 한때 10대의 통과의례로 통하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모티프로 하여,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부동 일대의 산을 뒤지고 다니는 6·25전쟁 참전 용사였던 승호와 그의 손자인 현민의 이야기로,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손자 현민이 유해발굴감식단 특기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동기인 우주와의 관계를 통해 할아버지의 절절한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작품은 둘 사이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잊힌 6·25전쟁의 단면을 다시 한번 들춰낸다. 그 단면에 새겨진 것은 자신의 알을 깨고 날아오르기를 원했던 청춘들이 총을 잡아야만 했던, 자신의 청춘을 전쟁에 빼앗겨야만 했던 이들의 삶이다.

뮤지컬 <귀환>은 군대가 아니면 실로 불가능한,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승호 역에 이진기(온유), 김민석(시우민)이, 해일 역에 이재균, 차학연(엔) 등이 캐스팅됐으며, 여기에 진구 역으로 김민석이, 그리고 해일의 쌍둥이 여동생 해성 역에는 이지숙, 최수진이 낙점됐다. 승호의 손자 현민 역에 조권, 고은성, 우주 역에 김성규, 윤지성이 등장할 예정이다.

그러고 보면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가 징집되어야 하는 비극이, 군 밖의 어느 제작자도 한자리에 모을 수 없는 유명 아이돌이 출연하는 ‘전쟁’ 뮤지컬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이.

작성일. 2020. 0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