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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동반자에게 사랑을 전하는 뮤지컬
엄마와 딸, 여자들을 위한 뮤지컬 <맘마미아!>

뮤지컬 <그리스>를 본 프로듀서 ‘쥬디 크레이머’는 1970~198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바(ABBA)의 히트곡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가미한 가족용 뮤지컬’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의 생각에 동의한 동갑내기 극작가 ‘캐서린 존슨’, 연출가 ‘필리다 로이드’, 아바의 멤버와 함께 힘을 합친 결과물이 바로 <맘마미아!>다. 1999년 런던 프린스 에드워드 극장에서 초연되자마자, ‘뮤지컬 <맘마미아!>는 <오페라의 유령>과 <레미제라블>의 뒤를 잇는 최고의 히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고, 2년 후에는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당시 9·11 테러의 영향에도 객석 점유율 99%를 기록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한국에서는 2004년 초연되었고, 2008년 ‘메릴스트립’과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21세기 대표적인 뮤지컬 작품 중 하나다. 영국 공연계를 대표하는 로렌스 올리비에상의 여우조연상, 미국의 토니상의 6개 부분 후보에 오른 데 그쳤지만, 관객들은 열광했다.

아바의 노래를 뮤지컬 <맘마미아!>로

스웨덴 팝그룹 아바는 몰라도, 그들의 노래 「Dancing Queen」은 모르기 어렵다. 전 세계에 걸쳐 히트한 노래가 뮤지컬 곡이라는 것은, 초대형 스타의 출연작과 같은 효과다. 심지어 인기곡이 「Gimme! Gimme! Gimme!」 , 「I Have A Dream」, 「Mamma Mia!」, 「Money, Monet, Money」 등 22곡에 이르니, 10대나 20대 시절에 따라 불렀던 노래들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에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아바의 노래를 듣고 싶으면, 아바 콘서트에 가지 왜 굳이 <맘마미아!>를 봐?” 바로 이 지점이 <맘마미아!>로 촉발된 주크박스 뮤지컬의 붐에서 이 작품만큼 성공한 경우가 없는 결정적 이유다. 아바의 노래가 <맘마미아!>의 가장 큰 장점이자, 기회 요소이자, 위험 요소였다. 뮤지컬 관객들에게는 노래만큼 드라마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뮤지컬은 노래들이 맥락 없이 불리는 콘서트가 아니니, 노래들을 잘 엮어서 음악극으로 만들어내야 했다. 따라서 작품에 나오는 노래들의 가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극의 흐름에 맞도록 적재적소에 사용되어야 했다. 사람과 사랑을 주로 노래한 아바의 노래로 과연 어떤 이야기를 펼쳤을까?

셋 중에 누가 내 아빠일까?

그리스의 외딴 섬. 모텔을 운영하는 도나의 딸 ‘소피’는 약혼자 스카이와 곧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완벽한 결혼식을 위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해야 하는데, 소피에게 아버지가 없다. 그러다 우연히 어머니의 일기장을 본 소피는 자신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높은 ‘샘’과 ‘빌’, ‘해리’를 발견하고 그들에게 도나의 이름으로 결혼식 초청장을 보낸다. 결혼식 당일에 엄마의 옛 친구인 ‘타냐’와 ‘로지’에 이어, 도나의 옛 연인 세 남자도 한꺼번에 도착한다. 도나는 예상치 않은 그들의 방문에 놀라 어쩔 줄 몰라 하고, 소피는 그들을 직접 만나본 후 누가 자신의 진짜 아버지인지 헷갈린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동안 세 남자는 도나와 옛일을 회상하며 추억에 젖는데, 특히 샘은 아직도 도나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녀가 다시 자신을 향해 마음을 열기 바라지만, 도나는 거절한다. 드디어 소피의 결혼식 날. 결혼식 시작 직전, 도나는 소피에게 축하객들 가운데 소피의 아버지가 있지만, 누구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때, 소피도 자신의 삶에 있어서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던 아버지의 정체보다 중요한 건 주체적인 모습의 자신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임을 깨닫는다. 하객들의 권유에 샘은 용기 내어 도나에게 청혼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곡절 많은 결혼식이 끝나고, 소피는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것을 노래하며, 스카이와 여행길에 오른다.

드라마와 노래의 절묘한 조합

결혼식을 기회 삼아 아버지를 찾으려는 딸과 옛 연인과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아바의 노래들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맘마미아!>를 위해 만든 아바의 노래라고 해도 될 만큼, 전혀 주크박스 뮤지컬의 어색함이 없다. 이것은 전체 노래 가사 가운데 한 단어만 바꿀 정도로 드라마와 대사를 잘 구성해낸 작가 캐서린 존슨의 탁월한 솜씨 덕분이다. 뮤지컬의 매력은 잘 짜인 드라마를 음악과 춤을 통해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인기 있는 노래라도 극의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 나오면, 노래만 살고 극의 통일성이 떨어지게 된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이 지점인데, <맘마미아!>는 드라마와 노래의 조합이 자연스러워서 원곡을 몰랐던 20, 30대 관객에게도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 특히, 음악으로 소피가 아버지 후보자들과 어색함을 깨고 가까워지는 장면 「Thank you For The Music」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그리스의 섬의 펜션을 운영하기 위해 15년 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다는 도나가 “돈이 좀 있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어. 그게 부자야”라며 심정을 위트 있게 토로하는 「Money, Money, Money」 등 한국어 가사도 음악과 잘 어울리게 바꿨다. 그리고 모처럼 만난 옛 친구들 앞에서 이제는 젊지 않다며 한탄하는 도나와 두 친구가 “기억해. 넌 정말 최고의 댄싱 퀸”「Dancing Queen」을 함께 부르며 소녀 시절로 되돌아간 듯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맘마미아!>의 진가가 확실히 드러난다. 이 장면이 바로 이 작품을 누구와 함께 보면 가장 좋을지를 알려준다.

엄마와 딸, 여자들을 위한 뮤지컬

<맘마미아!>는 엄마와 딸, 어릴 적 친구들(중년 관객)과 관람하면 더욱 재미있다. 일단 이야기가 그들의 삶과 사랑을 다루고, 모녀의 갈등도 서로에 대한 진실한 이해에 의해 해결되며, 옛 친구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 때문이다. 특히 딸을 위해 준비한 결혼식은 엄마의 것이 되고, 딸은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길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잘 드러나듯이, 도나와 소피의 관계는 엄마와 딸, 언니와 동생, 친구, 서로 보호자 등의 관계를 동시에 가졌다. 어쩌면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동반자와 같다. 그러니 엄마(같은 존재)와 <맘마미아!>를 함께 보면서 그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기 좋은 기회다.

일시 2020.02.14.(금) 19:30 / 02.15.(토) 14:00, 19:00 / 02.16.(일) 14:00
장소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연령 8세 이상 관람가
좌석 R석 140,000원 / S석 120,000원 / A석 90,000원 / B석 60,000원
문의 055-320-1234

글 이동섭
글 이동섭 작가

파리 8대학에서 공연과 예술 미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수료했고 한예종, 중앙대, 동국대, 성신여대 등에서 문화예술융합 강의를 하고 있다. <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 <반 고흐 인생수업>,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등 10여 권의 책을 썼고, EBS 라디오 ‘미술관 옆 라디오’를 진행 중이다

작성일. 2019.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