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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홍티아트센터 교류전
<숨은 꽃>

젊은 세대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난 세대보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삶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젊은 작가들 또한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자신의 예술성을 발현하기 더욱더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마저 예술 작품으로 승화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예술가다.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유토피아를 통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닌, 현실을 직면하고 고발하고, 지속해서 이야기함으로써 문제를 환기한다. 때로는 무기력해지는 개인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서로 위로하는 방식을 취하며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도자 중심의 세라믹창작센터와 실험적 예술을 지원하는 홍티아트센터는 창작 지원 기관이다. 작가에게 안정된 작업 공간과 환경을 제공하고 창작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작가들은 지속적인 교류로 장르의 경계를 넘어 서로 소통하면서 창조적 영감을 나누고, 새로운 작품을 제작해 매년 교류전을 선보인 지 올해로 6회째다.

올해 교류전의 제목은 <숨은 꽃>이다. 새로운 시도와 연구를 거듭하며 일궈낸 창작물이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어난 꽃과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제목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에서는 레레(한국), 상환(한국), 배연옥(한국), 이재경(한국), 진연진(Chen Yan Jhen, 대만), 필립 마이클 소우시(Philip M. Soucy, 미국), 트리스틴 해밀톤 부스타만테(Tristyn H.Bustamante, 미국) 총 7명이 출품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어났지만, 지난 4개월간 인고의 시간을 거쳐 세상에 곧 발견될 그들의 작품과 의미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레레 작가는 모태신앙으로 기독교 가정에서 경험했던 교회와 종교의 부조리를 다룬다. 작품 <샬롬>은 쉽게 은폐되고 지워지는 교회 내 성폭력과 본질을 잃어버린 현대 교회를 비판하고, 작품 <삶을 좀먹는 믿음과 기반을 무너뜨리는 의심 사이에서>는 작가에게 문신처럼 각인된 상처와 아픈 기억 그리고 벗어날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종교를 뜻한다.

상환 작가는 작품 <잃어버린 것, 그리고 곧 사라질 것들>로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일상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드로잉으로 묘사된 현대인의 모습, 작은 흙덩어리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는 고양이 등의 작품 요소들은 부모님과의 전화 한 통이나 반려동물과의 교감처럼 당연해서 소중함을 잊었던 것들이 떠오르게 한다.

배연옥 작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이상, 그로 인한 불안과 괴로움, 좌절과 같은 상반된 감정을 작품 <두 개의 창>, <인내수>로 그려냈다. 작품의 가슴에 있는 달팽이는 현실에 안주하는 자아를, 가슴을 뚫고 자라나는 나무는 희망과 인내를 상징한다.

이재경 작가는 작품 <모순>으로 타자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양면적인 감정과 모순적인 상황을 형상화했다. 흙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느끼고 천천히 호흡을 맞추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과정과 이어진다. 그동안 꿈이나 자유로운 연상, 떠오르는 직관적 감정을 풀어낸 작품들은 흙을 향한 작가의 독백 혹은 자화상과도 같다.

진연진 작가는 짚으로 엮인 한 두름의 생선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 <고양이 사장과 나의 일주일>을 출품했다. 작가는 시간을 물병에 넣을 수 있는 물에 비유해 일주일의 시간을 일곱 개의 물병에 담고자 했다. 작품 속 똑같은 모습의 거대한 고양이 사장과 여러 마리의 작은 고양이 회사원들은 몰개성적으로 지배되고 감시되는 조직과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필립 마이클 소우시 작가는 점토를 가늘게 말아 이어 붙인 뒤 층층이 쌓아 올리는 코일 빌딩 기법을 바탕으로 역사와 속도, 물질성과 형식을 말한다. 작품 <한국 비자로 만든 미국 코일>은 작가가 흙과 나눈 상호작용의 속도와 동태(動胎)가 고스란히 묻어나 있어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다. 또한 풍경과 산, 영겁의 천지에 나타나는 퇴적층을 떠올리게 한다.

트리스틴 해밀톤 부스타만테 작가는 생명체와 기계의 결합으로 미래에 등장하게 될 새로운 상호작용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품 <라우터에서의 채팅>, <분리된 저장소>, <하이퍼 터치터치 워커> 등은 인간의 유전자 구조를 변형하거나 기계를 인체에 주입하여 인간의 능력이 획기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상상이 담겨있다.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을 표현하기 위해 점토뿐 아니라 모래, 철, 나무, 광섬유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사용했다.

(재)부산문화재단 홍티아트센터에서는 이정동(한국), 정주희(한국), 김등용(한국), 최정은(한국), 이장욱(한국), 오우마(Ouma, 일본) 등 총 6명의 작가가 나섰다.

이정동 작가는 다매체 설치 작품 <숲-파도>로 시간과 기술의 변화를 보여준다. 작가는 파도를 모티프로 8년간 작품을 제작해왔으며,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PVC 비닐부터 3D 기술까지 다양한 재료를 접목해 파도를 그려왔다. 추상적이거나 사실적인 파도를 그린 뒤, 사진으로 찍은 후 다시 컴퓨터로 작업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일련의 과정에는 작가의 축적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주희 작가는 스스로 경험한 심리적 충격을 사회·역사적 상황과 결부해 비판적인 시각을 작품으로 드러내 왔다. 이번에 출품한 영상 <읽기 연습>시리즈는 권위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인간 내면의 시도를 보여준다. 그중 <읽기연습 5>에서는 주례사를 낭독하는 신부를 통해 우리 시대의 보편적 인식에 질문을 던진다. <읽기연습 1>에서는 책을 머리에 인 채로 대본을 읽어나감으로써, 억압적 조건에서도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자세를 표현했다.

김등용 작가는 일상 속 사소해서 버려지고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작품 <땀>에서는 작가가 직접 흘린 땀을 증발시켜 추출한 소금등을 재료로 작품을 제작했다. 땀으로 얼룩진 티셔츠는 작가의 삶 그 자체이자 노동의 산물이다. 작가는 천 위에 드러난 땀으로 얼룩진 선을 이어 붙여 삶이 계속됨을 표현했다.

최정은 작가는 작품 <너를 위한 나의 의무>에서 권력 시스템에 대해 고찰한다. 센서가 부착된 원판은 관람객이 근처에 오면 누웠다 섰다를 반복하는데, 움직임에 따라 원판 가득 부착된 인형들의 눈도 함께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다. 누군가가 직접 세우거나 눕혀야 눈을 뜨고 감을 수 있었던 어린 시절 인형의 눈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이 담겨있다.

이장욱 작가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자인 한자와 한글의 탄생 원리, 관계성을 시각화한 이미지 작품 <외침>을 선보인다. 같은 음을 가진 여러 개의 한자가 겹쳐져 만들어낸 한글 이미지를 나열한 작품에서 한글은 하나로 뭉친 모습 또는 시스템을 의미하며, 한자는 그 안에 담긴 다양성을 상징한다.

오우마 작가는 작품 <삶의 지속성 III>에서 생물학의 최소 생명 단위인 세포의 결합과 탄생에 주목한다. 한국의 한지와 일본의 화지를 나란히 걸어, 하나의 큰 세포막과 같은 형태를 구축했다. 작품을 밑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작품 과정 자체가 세포막 아래 또 다른 세포들이 만나는 것으로 표현했다.

세라믹창작센터와 홍티아트센터의 교류전은 각 공간의 면면과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의의가 크다. 관람객은 도자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의 전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좋고, 작가들은 다양한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크다. 앞으로도 부산과 경남을 대표하는 창작 공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이어질 교류와 전시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바란다.

기간 2019.11.22.(금)~2020.02.16.(일)
장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돔하우스 2갤러리
참여작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레레(한국), 상환(한국), 배연옥(한국), 이재경(한국), 진연진(대만), 필립 마이클 소우시(미국), 트리스틴 해밀톤 부스타만테(미국)
홍티아트센터: 이정동(한국), 정주희(한국), 김등용(한국), 최정은(한국), 이장욱(한국), 오우마(일본)

관람료 성인 2,0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500원 / 미취학아동 무료
※ 매표 1회 발권으로 미술관의 모든 전시 관람 가능
문의 055-340-7000

작성일. 2019.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