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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1주년, 전시로 여성 독립운동을 말하다
<여성 독립운동 : 김해>展의 비지팅 아티스트 3인

김해 지역은 대대적인 만세운동이 일어났음에도 주목받지 못했다. 특히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이에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다가오는 2020년 3·1운동 101주년을 앞두고 여성 독립운동을 조명하고 나아가 ‘역사’와 ‘여성’의 문제로 논점을 확장하는 전시 <여성 독립운동 : 김해>展(가제)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라는 주제를 놓고 예술가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더한 이번 전시는 역사·예술적 측면을 자연스레 결합시켰다.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진 역사의 실체와 본질에 접근하며 현재의 여성인권 문제를 논하는 데도 시사하는 바가 큰 <여성 독립운동 : 김해>展은 준비 과정에서부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전시에 참여해 작품을 제작 중인 아티스트 가운데 3인을 만나 <여성 독립운동 : 김해>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시는 2020년 2월 28일(금) 개막식을 열고, 3월 1일(일)부터 5월 30일(토)까지 윤슬미술관 1·2·3 갤러리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작가 한 분씩 자신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미진 프랑스에서 18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미진입니다. 드로잉과 설치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질적인 ‘불안’에서 시작하는 작업을 많이 했고, 초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작가입니다.
막땅 삐에달루 프랑스 파리에서 온 막땅 삐에달루입니다.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성황을 이루던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냈고, 음향전문학교에서 음향 엔지니어링을 공부했습니다. 주로 믹싱과 작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상희 조소과를 졸업한 서상희입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흙’을 더 배우고 싶어 도자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가졌던 환상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을 모티프로 작업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한 전시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합니다

김미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님께서 이번 전시의 참여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제게 새로운 영역의 예술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전시의 주제는 우리나라의 근대사적,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의미입니다. 현재 2019년 3·1운동이 100주년을 맞이했고, 촛불집회를 통해 민주주의의 더 나은 길로 나아가고 있는 시점입니다. 힘든 역사를 겪어온 민주시민으로서의 계승 정신과 현주소를 짚어보는 의미에서 많은 자긍심을 느낍니다.
막땅 삐에달루 15년째 한국영화를 즐겨 보는 한국영화 마니아지만, 안타깝게도 프랑스에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배운 점은 없습니다. 현재는 한·일관계에 대한 역사적 이해관계에 대해 파악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긴장감이 맴돌고 있는 두 국가 간의 관계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서상희 대만에서 레지던시 생활과 전시를 할 때였습니다. 마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님과 매니저님 등 미술관 관계자분들께서 입체 작업자를 찾고 계셨는데, 여성 두상 작품을 보시고 저를 섭외하셨습니다. 개인 작업실이 아직 없기 때문에 장소나 환경 등 도자 작업을 하는 데 있어 제약이 많습니다. 한 번 더 작업을 연장할 수 있어 기뻤고, 한국인이자 여성으로서 이번 전시를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고 행복합니다.

“뜻깊은 주제인 만큼 열과 성을 다해 전시 준비할 것”

어떤 전시 작품을 만들고 계십니까?

김미진 4·16 세월호 참사 때와 같은 주제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 는 내용의 작품을 제작 중입니다. ‘여성 독립운동가’는 일제 강점기에 일반인으로서 끝까지 싸워낸 민족 열사들입니다. 그들의 정신은 ‘빛’이고 모진 고문을 이겨낸 힘입니다. 힘들었던 그때를 ‘어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퍼즐 형태의 세라믹 조각을 끼워 맞춰 ‘승화’의 의미를 갖는 완성체를 만들었습니다. 처음과 끝이 연결된 뫼비우스의 띠처럼 여성 독립운동가의 정신이 지금까지 계승되어 지금의 민주정신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막땅 삐에달루 음악에 특정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전시 공간에 초대됐을 때 음악을 인지하는 그 순간, 음악의 시작점은 생기지만 언제, 어디서 끝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한히 반복하는 음악을 통해 영감을 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상희 전시의 테마는 ‘추모’입니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상상하며, 그들이 느꼈을 철저한 소외와 슬픔을 생각했습니다. 두 가지 방향으로 작품을 표현했는데, 그중 첫 번째는 그들을 잊고 지낸 추모의 심정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업입니다. 두 번째는 초상 작업입니다. 2019년 기준, 독립운동가 중 남성 1만 5천여 명과 여성 432명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남성 독립운동가의 아내, 딸, 어머니 모두가 독립운동가였을 텐데 이 안타까운 격차를 어떻게 주목할지 고민했습니다. 오롯이 한 명의 인물 자체로 주목하고 싶어서 초상 작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작품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을 소개해주신다면?

김미진 고통의 시각화 작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고통의 가장 상징적인 것은 뾰족함과 불안함입니다. 세라믹에 유약을 바르면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고통’을 표현하고 정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고통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 아름답지 않으면서 추하지도 않을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막땅 삐에달루 여러 가지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역사와 한국의 전통악기 등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적인 요소와 서양적인 요소의 교차점을 찾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 음악이 어떤 특정 메시지로 해석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음악은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상희 평소에는 색도 많이 쓰는 방법으로 작업을 하는데, 지금은 그 사람 본연의 모습과 얼이 담길 수 있도록 표현하는 데 애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작품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미진 여건이 갖춰진다면 1~2년 정도는 도예에 집중해보고 싶습니다. 도예만이 가진 깊은 느낌과 유약의 아름답고 찬란한 색깔과 견고함 그리고 가마 안의 불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색감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 화선지에 먹물 작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막땅 삐에달루 지금까지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저만을 위해 믹싱하고 작곡했습니다. 처음으로 예술적인 작품 활동을 해보기 때문에 새로운 눈을 뜨게 됐습니다. 이제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제한적인 활동보다 많은 협업 활동 등 음악적 영역을 넓혀 ‘예술적인 음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에 처음 오게 됐고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머무르면서 아주 좋은 나라라고 느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화와 사상 등 많은 부분에 흥미로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조금 더 한국에 머물며 음악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서상희 김미진 작가님과 함께 2020년 1월 인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작품 작업을 할 때마다 공간,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이번에는 한국과 인도 작가들이 함께 세라믹 작품 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외국에서의 레지던시 경험이 많지 않지만, 영감은 환경이나 상황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인도에서 또 다른 저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시 작품을 통해 김해시민과 함께 공감하는 시간 만들어지길 바라…”

전시를 찾아올 김해시민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미진 우리는 한국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길 가운데 서 있습니다. 앞선 시대의 사람들이 보여준 정신과 메시지를 후대인으로서 어떻게 승화시켰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분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함께 되새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막땅 삐에달루 한국 사람들이 아픈 역사를 겪은 사실에 유감을 표명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생각과 과정을 거쳐 김해를 넘어 한국이 일본과의 평화롭고 원만한 관계를 만들 수 있길 바랍니다.
서상희 전시를 찾아와 주신다면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전시 준비 과정에 공부하고 관심을 더 갖게 됐지만, 사실 전시 기회가 없었다면 일반인들과 똑같은 정도로 ‘여성 독립운동가’를 생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전시를 통해 독립운동가에 대한 생각, 나아가 여성 독립운동가에게 처했던 상황을 한 번씩만 더 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따뜻한 위로가 될 것입니다.

작성일. 2019. 12.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