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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뮤지컬 <그리스>
현대적으로 부활한 스테디셀러 뮤지컬 <그리스>

<그리스>는 뮤지컬 초보자에게 가장 부담 없이 추천하는 입문용 뮤지컬로 제일 먼저 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음악이나 드라마, 쇼 등 관객마다 취향이 있기 마련인데 <그리스>는 뮤지컬에서 기대하는 다양한 즐거움을 골고루 만족시켜 준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작품이다. 작품 속 주인공 ‘대니’와 ‘샌디’가 여름방학에 나눈 풋사랑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는 노래 <Summer Night>는 여러 행사나 CF 음악으로도 사용되어 우리에게 익숙하다. 국내에서는 한창 인기 절정에 있던 정우성과 고소영이 <그리스>의 ‘Summer Night’ 장면을 패러디한 청바지 광고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일시 2019.11.15.(금) 19:30 / 11.16.(토) 14:00, 19:00 / 11.17.(일) 14:00
장소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
연령 13세 이상 관람 권장, 8세(취학아동) 미만 관람 불가
좌석 R석 100,000원 / S석 80,000원 / A석 60,000원
문의 055-320-1234

뮤지컬 <그리스>가 6년 만에 재공연을 한다. 대중들에게는 젊은 날의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이 출연한 1978년의 영화가 더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그리스>는 한껏 머리에 힘을 준 청년과 한창 외모 가꾸기와 연애에 신경 쓰는 소녀의 서투른 사랑 이야기를 젊고 발랄한 춤과 캐시 워렌의 흥겨운 록앤롤 음악으로 풀어내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다. 참고로 그리스(GREASE)는 머리에 발라 모양을 냈던 헤어 제품의 이름이다. 작품속 엘비스 프레슬리의 풍성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구레나룻, 통 넓은 바지는 젊음의 자유를 상징했던 1950년대를 대표한다.

스테디셀러 뮤지컬이 되기까지의 변화

<그리스>는 라이델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하이틴 로맨스물이다. 여름방학 때 해변에서 만난 대니와 샌디는 짧고 긴장되는 풋연애를 하고 헤어진다. 문제는 샌디가 대니의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발생한다. 라이델 고등학교 T버드파의 리더인 대니 주코는 친구들에게 여름날의 순수한 만남을 겉멋 든 젊은 남자들의 특유의 과장으로 비하해서 말한다. 학교에서 잘나가는 대니에게 순수한 로맨스는 친구들에게 놀림거리가 되는 부끄러운 일이었다. 샌디는 변해버린 대니에게 실망한다. 뮤지컬 <그리스>는 친구들 앞에서는 어깨에 힘을 주고 치기 어린 행동을 하다가도 샌디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대니와 도통 남자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샌디의 로맨스가 주축을 이룬다. 대니와 샌디의 서투른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가장 흥미롭지만, T버드파와 핑크레이디파의 개성 넘치는 친구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칠고 터프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무한 애정으로 고물차를 구입해 스포츠카로 개조하는 ‘케이케’, 터프하고 직설적인 핑크레이디파의 리더 ‘리조’, 록스타를 꿈꾸는 순수한 ‘두디’, 엉뚱하고 특이한 유머로 웃음을 주는 ‘로저’, 머리 손질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적성에 맞지않는 공부를 하는 ‘프렌치’, 그리고 집안 좋고 공부 잘하고 학생회장 등 자리에도 욕심이 많아 친구들이 거리를 두면서도 자존감으로 극복하는 범생이 커플 ‘유진’과 ‘패티’까지, 개성 강한 인물들은 보는 내내 즐거움을 준다. 다소 과장된 인물 설정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학창 시절 한번쯤 본 듯한 인물들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기 1년 전인 1971년 시카고 공연 때만 하더라도 뮤지컬 <그리스>는 컬트 뮤지컬로 분류되며, 해방구를 바라는 젊은이만을 위한 작품으로 여겨졌다. 반전과 자유를 외치며 록 음악으로 혁명 같은 축제를 벌였던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잔흔이 식지 않았던 1971년, 학교 생활에 반항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T버드파와 핑크레이디파 학생들의 일탈은 당시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컬트 뮤지컬로 치부되던 <그리스>가 변화를 맞은 것은 브로드웨이로 넘어오면서부터였다. 브로드웨이 뮤지컬<그리스>는 일탈의 정서를 유머로 희석시키며 한결 순화된 대신, 풋풋한 선남선녀가 벌이는 밀당과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순수함으로 무장한 작품으로 거듭났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속하면서도, 훤칠한 젊은이들의 열정 가득한 무대는 쇼 뮤지컬로서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1972년 시작된 <그리스> 브로드웨이 공연은 1980년 종영할 때까지 3,388회로 최다 공연 기록을 남겼는데, 1975년부터 공연을 시작한 <코러스라인>이 이후 기록을 깰 때까지 유지됐다.

현대적인 감성으로 변화

<그리스>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때는 1995년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작품이긴 하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그리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2003년 오디컴퍼니가 재공연한 후 2000년대에는 거의 매해 공연이 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특히 스타를 배출하는 등용문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젊고 매력 넘치는 수많은 스타들이 신인 시절 뮤지컬<그리스> 무대를 거쳐 갔다. 엄기준, 지현우 등이 대니로 무대에 섰고, 신인시절 조정석은 로저 역으로 엉덩이를 보이는 연기도 능청스럽게 해낸 바 있다. 오만석과 주원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두디로 출연한 적이 있으며, 청순한 모습에서 도발적인 여성으로 변하는 샌디 역은 김소현, 영화배우 문정희 등이 거쳐 갔다. 이외에도 강지환, 홍록기가 출연하는 등, 개성 강한 캐릭터가 많은 만큼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스타들이 거쳐 가는 작품으로 유명했다.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공연 역시 기대를 모은다. 기존의 <그리스>가 스타가 거쳐 가는 작품이었다면, 올해에는 스타를 육성하는 팝시컬(POPSICAL)프로젝트로 선보인다. K-POP과 뮤지컬을 결합시킨 팝시컬은 작품 속 학생들의 T버드파와 핑크레이디파의 멤버를 뮤지컬뿐만 아니라 가수로도 활동하게 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평균 신장 182cm의 훤칠한 T버드파의 멤버들과 재능 많고 음악성이 풍부한 핑크레이디파의 멤버를 오디션을 통해 선발, 가요 무대와 뮤지컬 활동을 병행시켰다. 기존의 뮤지컬계는 스타 캐스팅에 몰두하는 분위기였던 것에 반해, 해당 프로젝트는 젊은 배우를 양성하는 스타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시도이다. 한편 이번에 선보일 <그리스>는 무대와 음악을 현대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LED 화면을 전면에 내세운 무대로 원활한 장소 전환을 유도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했으며, 음악 역시 젊고 모던한 편곡으로 현 시대 관객의 감각과 눈높이를 맞췄다. 2019년 11월, 새롭게 태어난 뮤지컬 <그리스>와 새로운 뮤지컬의 스타 탄생을 지켜보자.

박병성
박병성 뮤지컬평론가

뮤지컬평론가 및 <더뮤지컬> 국장으로 뮤지컬 관련 문화사업 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방송 뮤지컬 비평쇼 <스테이지 감동 정산>의 프로듀서이자 패널로 참여하였으며, 저서로는 <뮤지컬 탐독>(2019)이 있다. 한예종 음악극창작과에서 뮤지컬 분석을 강의하였다.

작성일. 2019.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