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온 손님들이 많이 묻는 말입니다. 소설은 다 재미있다고 말하면서도 몇 권의 책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읽고 나서 지나가버리는 재미는 진짜 재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오래 오래 책의 의미가 마음을 뒤흔드는 소설들. 아껴가며 얘기하고 싶은 소설 세 편을 소개합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매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소설│이덴슬리벨│p.440
인물들이 주고받은 편지만으로 소설 전체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한 영국령 건지섬에서 사람들을 전쟁의 참혹함으로부터 견디게 해 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다소 엉뚱하고 기이한 이름의 문학회 이야기입니다. 전쟁의 위기에서 사람들을 살린 것은 한둘의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 가진 온기와 연대하는 마음이었음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문학이 밥 먹여 주나요?” 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문학은 사람을 살게 합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소설│민음사│p.184
칠레의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위대한 시인은 시.알.못인 마리오가 시를 쓰도록 만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새로 뜨게 만듭니다. 칠레의 민주화 투쟁 과정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네루다의 유머 섞인 말투와 마리오의 순수한 캐릭터가 만나 내내 웃음 지으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되었습니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소설│문학동네│p.340
미술가이자 작가이며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었던 심시선. 그녀가 두 번의 결혼으로 만들어낸 가계의 구성원들이 시선이 살았던 하와이에 모여 독특한 방식으로 제사를 지냅니다. 삶에 대한 심시선의 새로운 시선으로부터 우리 시대 여성의 삶이 지금의 수준까지 나아질 수 있었음을 보면서 앞서간 많은 언니들에게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심시선이라는 인물의 책, 인터뷰, 강연 내용 등이 마치 실제처럼 인용되어 이야기에 생동감이 넘치고, 정세랑 작가의 경쾌한 문체가 한 번 펼친 소설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숲으로 된 성벽
관동카페거리에 있는 동네책방입니다. 소설책과 시집이 서가의 주인이고요, 잠시 세상의 일들을 내려놓고 한 박자 쉬어가고 싶을 때 책방 문을 열어보세요. 정말로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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