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휘자의 탄생과 성장
1978년 우크라이나 브로디 지역에서 태어난 그의 국제 경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4년 ‘독일 구스타프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3등을 수상하면서부터였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우크라이나 오데사 국립 오페라,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독일 뮌헨의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에서 음악 총감독의 보조 겸 지휘자로 일하며 차근차근 입지를 만들어갔다.
이후에도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세계 각지의 이름난 오페라하우스에서 지휘하며 지휘자로 우뚝 서게 되었다. 코로나19로 닥친 음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2020년 ‘오페라 어워즈’에서 ‘최고의 여성 지휘자 상’을 수상하고, 2021년과 2022년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와 로마 오페라극장에서 성공적인 데뷔 공연을 펼치는 등 그의 건재함을 널리 알렸다.
우크라이나의 발전을 위한 헌신과 노력
그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면서도 끊임없이 조국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2016년에는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열리는 ‘르비우 모차르트 국제 페스티벌’과 ‘우크라이나 청소년 교향악단’을 창설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청소년 교향악단’은 우크라이나 클래식 음악계의 미래를 만들고자 했던 그의 바람대로, 재능 있는 청소년 음악가들을 한데 모아 지원하고 연결하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그렇기에 그는 우크라이나 문화계에서 지극히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 사절로서 활동하며 ‘르비우 명예대사’ 및 ‘르비우 명예시민(2017년)’, ‘우리 시대의 인물(2017년)’ 등의 타이틀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는 2019년 우크라이나의 매거진 <포커스>가 선정한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에 포함되었다.
평화를 기원하며, ‘밤의 기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격화되기 시작한 뒤로는 ‘조국을 위해 싸우는 전사’로서의 이미지가 강력해졌다. 서두에 소개한 이른바 ‘국기 의상’도 2022년 베를린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 청소년 교향 악단과의 연주회에서 착용한 것으로 그의 남다른 애국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는 음악가로서 드러내기 쉽지 않은 정치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해 음악으로 승화시킨다. 이번 김해 공연에서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밤의 기도>도 그러한 음악 중 하나다.
<밤의 기도>는 우크라이나 태생 작곡가 ‘예브게니 오르킨’이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를 위해 쓴 곡으로, “비록 지금은 어두운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을지라도 평화의 목소리는 솟아올라 하늘에 닿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무조(無調)의 단순한 선율이 내뿜는 긴장감이 끊임없이 쌓이다가, 마침내 장대한 절정에 이르러 끝나는 곡은 숭고한 희생과 평화를 향한 염원을 그려낸다.
심오한 통찰력으로 빚어낸 음악
‘지극히 여린 음에서 극도로 강한 음에 이르기까지, 부드러움에서 면도날 같은 날카로움에 이르기까지 이례적일 만큼 넓은 범위의 음향에 대한 감각이 돋보인다’(Online Merker, 2020.2.), ‘그와 연주자들 사이에 에너지가 떠다니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Die ZEIT, 2018.9.20.) 등, 세간의 평가대로 그는 동시대 가장 뛰어난 지휘자임에는 틀림없다. 과연 그는 어떤 음악가일까? 그는 자신의 음악 철학을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신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선택’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마다 ‘오늘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하고 자문합니다.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저의 삶과 우리 조국의 삶, 그리고 우리 문명 전체의 삶의 공동 창작자가 되는 것입니다.” (공식 바이오그래피 中)
옥사나 리니우가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오는 9월 15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만날 수 있다. 빼어난 실력과 섬세한 감수성, 심오한 통찰력과 특유의 예술적 안목으로 빚어낸 그의 무대를 직접 만나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