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기후 위기, 온실가스, 탄소 중립, 순환 경제, 친환경, ESG 등 다양한 키워드들이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많이 회자되었다. 지역 곳곳에서 진행되는 축제와 문화예술 행사에서도 앞에 언급한 키워드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듯하다.
우연한(?) 계기로 김해문화도시센터와 인연을 맺게 되어 축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프로 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선 김해문화도시센터에서 주최하는 축제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성 이슈를 살펴보고 그 대안을 찾아 정리하는 책무를 맡았다.
축제, 전시, 공연, 박람회 등의 이벤트는 각자의 목적이 다르긴 하지만 좋은 의도로 개최된다. 공연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고, 전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축제를 통해 유희를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벤트를 개최하면 좋은 의도와 상관없이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 보면 오고가는 이동 수단에서 탄소를 배출할 수 있고, 쓰레기가 평상시보다 많이 발생하게 된다. 작품을 올리다 보면 많은 재료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고, 공연 후 폐기물들이 발생하게 된다. 축제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일회용 소품을 사용 하는 경우가 많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기념품도 많이 나눠준다. 지금도 이런 모습들은 문화예술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런 모습이 예전과 같아도 되는지, 달라져야 하는 건 아닌지 등의 이슈가 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이제는 더 이상 일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우리 이웃에서, 전 지구에서 전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무엇인가를 시도해보려는 노력을 많이하고 있다. 이 지면을 빌려 짧지만 김해문화도시에서 진행 중인 지속가능이벤트 매니지먼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속가능이벤트매니지먼트(sustainable event management)는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슈 중에서 환경적•사회적으로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운영 방식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필요한 것은 환경적•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 즉, ‘지속가능성 이슈’가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 총 12명의 지속가능성 모니터링 요원들이 김해문화도시축제(허왕후신행길축제, 김해문화재야행, 시민문화축제 와야G)의 현장을 살펴보았다. 행사 장소의 접근성, 이동 수단, 에너지 사용 여부, 쓰레기 처리 방식, 판매 부스 상품 종류, 포장 방식, 푸드트럭 위생 상태, 일회용품 사용 여부, 무장애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살펴보았다. 수백 개의 다양한 이슈들이 나왔고, 이를 비슷한 유형별로 재정리해 총 47개의 이슈로 압축하였다. 이를 김해문화도시센터 내부 관계자와 외부 이해 관계자에 의견을 물어 우선 순위를 정해 최종 12개의 이슈를 선정하였다. 모든 이슈를 해결하면 좋겠지만 시간과 자원의 한계가 있기에 우선 순위를 정한 것이다. 12개의 이슈를 해결하면 자연스럽게 나머지 이슈들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이다.
김해문화도시축제의 지속가능성 이슈 12개는 다음과 같다.
1. 행사와 관련된 정보(프로그램 내용, 시간, 위치 등)를 제대로 제공해야 한다.
2. 행사 중, 후에는 흔적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청소해야 한다.
3. 행사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분리수거가 중요하다.
4. 안전사고 발생 시 응급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5. 지속가능성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6.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위생관리는 중요하다.
7. 행사 시 문화재가 훼손되지 않도록 별도의 안전 가이드가 필요하다.
8. 행사장에서 이동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9. 행사 참가자에게 친환경 캠페인이나 메시지로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10. 야간 행사 시 이동 중 발생 가능한 위험한 요소(수로, 돌담 모서리 등)를 예방해야 한다.
11. 노약자나 장애인이 휠체어로 이동시 통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경사로를 제공해야 한다.
12. 축제의 지속가능성 이슈와 관련해 리더의 실천 의지는 중요하다.
지속가능성 이슈들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선 첫째, 김해문화도시센터 내에 지속가능성 이슈를 책임지고 해결할 담당자 또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슈를 살펴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지속가능성 이슈는 특정한 누군가의 노력으로만 해결하기는 어려운 복합적인 내용이다. 집단 지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지속가능성 이슈는 한 번 찾았다고 더 이상 새로운 이슈가 안 나오는게 아니다. 장소나 프로그램 내용, 방문객에 따라 다양한 이슈는 새롭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현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시민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도 있고, 지속가능성 분야의 전문가의 눈으로도 살펴 볼 수 있다. 특정한 프로젝트로 한 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성 분야의 다양한 연구와 솔루션이 필요하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 순환 경제 모델을 통해 폐기물을 폐기물이 되지 않게 하는 방법, 지역이 지속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방법, 장애인이 축제를 즐기는 데 불편함이 없게 만드는 유니버설 디자인 등 해야 할 것들이 많다. 과업으로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성을 세우고 꾸준히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넷째, 모두가 각자의 몫을 실천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어찌 보면 이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다. 조직의 리더부터 현장의 실무자까지, 그리고 행사에 참가하는 모든 출연자와 관람객들이 지속가능성 이슈를 해결하는 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책임을 가지고 동참해야 한다. 아무리 방향성이 좋아도 그 방향성대로 한 걸음 내딛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