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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김해문화도시의 핵심 과제들
시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도시의 문화정책 매개를 위하여
글.이영준 김해문화도시센터장
2023년, 문화도시 3년 차, 이제 반환점을 맞이한다.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성과도 있었지만,
한계를 체감할 때도 많았다. 사업 설계와 실행의 간격은 너무도 컸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문화도시의 시간을 따라가기에 역량의 부족을 체감했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반성과 성찰을
통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간이다. ‘문화도시 2.0’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서라
도 사업을 새롭게 재설계하고 분명한 목표지점을 찾아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이 글은 2023년 김해 문화도시 사업의 핵심적인 과제들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다.

포럼이 가장 많이 열리는 도시 김해

말한다는 것. 문화도시의 시작이자 어쩌면 끝일지도 모른다. 말한다는 것은 스스로 주체가 되는 일이다. 문화도시는 시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업이며, 스스로 도시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래서 김해 문화도시 사업은 시민들이 말 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열어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찍이 하버마스(Jurgen Habermas)는 시민들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에 의한 공론장의 부활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주장해 왔다. 엘리트주의와 대의 민주주의에 의한 여론의 왜곡을 지적했던 그는 공론장의 확산을 통한 합리적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정교하게 이론화한 장본인이다. 그의 ‘말’은 지금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김해만의 시민 거버넌스이자 시민 스스로 도시를 연구하고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혁신하는 ‘도시문화실험실’, 3인 이상의 시민이 모여 스스로 주제를 정해 자율적인 R&D를 실천하는 ‘공부하고 공유하는 시민모임’, 2,000시간 이상의 포럼을 매년 개최하자는 의미를 지니는 ‘김해문화 2000h’. 이 모든 사업은 ‘말하는 김해’를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말’들을 통해 도시의 의제가 선명하게 부각되기도 했으며 김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역사를 비롯해 여성, 예술, 환경, 노동, 관광 등 수없이 많은 논의가 다루어졌고 그 의제는 ‘실천’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말’은 일의 ‘시작’이었다.

실체적인 형태를 만든 일 ‘역사와 콘텐츠’

문화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무엇이다. 개념과 가치들은 추상적이지만 콘텐츠는 어떤 형태로든 실체를 만드는 일이다. 역사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일은 문화도시의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다. 김해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적인 콘텐츠를 소개하고 유통하는 ‘가꿈’이라는 브랜드를 시작하였다. 왜 특산물 브랜드는 있는데 문화 브랜드는 없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도시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문화상품들이 국내외로 유통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국내에서 주목받는 청년 디자이너 ‘이감각’과 함께 가야 문양을 이용한 가방과 키링 등의 굿즈를 개발했고, KNN과 함께 한국 여성 문학사에 있어 중요한 인물인 지재당 강담운(只在堂 姜澹雲)의 ‘금릉잡시’를 기반으로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했다. 또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30여 개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해서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다. 역사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그리고 문화와 산업이 연결되는 접점이기도 하다.

문화도시와 지속가능성 문화정책 플랫폼

문화도시 5년 후, 그 모습은 어떤 형태일까? 법정 문화도시들은 고민이 많다. 예산이 수반되는 기간에는 어떤 형태로든 사업을 해나가겠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김해는 문화도시 성과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연계사업이 가장 많은 도시’로 설정하였다. 농림부, 중기청, 교육부의 정책 사업을 비롯해 도시재생, 농촌 활성화, 주민 참여 예산제, 자치경찰, 축제, 인구 정책 등 다양한 지역의 정책들과 연계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도시재생에서 만든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지원했고, 김해 교육지원청과 함께 ‘가야사 교과서’ 배포사업을 진행했다. 경상남도 자치경찰과 협업해 문화 안전망과 사회 안전망을 결합하는 사업도 진행했으며 이 사업으로 김해 중부경찰서는 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해시 기획예산과와 주민참여예산위원과을 대상으로 통합 워크숍을 진행했고 17개 읍면동 주민자치위원들에게 참여 예산제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해 문화도시는 도시의 문화정책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성실하게 진행해 나가고 있으며, 문화도시 지원 이후의 그림을 ‘정책 플랫폼’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가고 있다.

문화도시와 행복

민선 8기 홍태용 시장은 김해의 비전으로 ‘꿈이 이루어지는 따뜻한 행복 도시 김해’로 설정했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는 “더 바랄 것도 없고, 더 올라갈 데도 없고, 더 채울 것도 없는 상태가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한다. 키워드로 긍정적인 생각, 웃음, 연대감, 감사 등을 제시한 바 있다.1)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 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2 세계 행복보고서'(2021 World Happiness Report)에서 한국은 59위를 차지했다.2) GDP나 기대수명 항목에서 수치가 높았지만 다른 항목들이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SDSN은 지난 2012년부터 국가 국내총생산(GDP)과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항목의 3년 동안의 자료를 토대로 행복 지수를 산출해 순위를 매겨 왔다. 올해 1위는 핀란드였고 덴마크와 아이슬란드, 스위스, 네덜란드가 그 뒤를 이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행복은 ‘문화’와 가장 연관이 많다. 시민이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 문화도시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문화도시의 다른 말이 행복도시이지 않을까?

  • 1) 글 이영란(전 매일경제 기자, 라이나전성기재단 언론재능나눔단)에서 인용
  • 2) 2022 국가별 행복지수, 유엔(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서 인용
작성일. 2022.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