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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동마을미디어, 그 관계의 이룸
평화동마을미디어, 그 관계의 이룸
글.고영준 전주 평화동마을신문 편집위원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식과 이야기를 전하는 마을미디어. 2010년 8월에 창간한 『평화동마을신문』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마을신문이다. 학생, 주부, 직장인 등 지역 주민이 기자로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온 신문은 올해로 창간 12년을 맞이했다. 신문에서 출발한 마을미디어는 2015년 ‘온두레TV’와 2019년 ‘꽃샘라디오’가 더해지면서 다매체 활동의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평화동마을미디어가 지속해서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평화동마을신문』을 발행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주민과 마을미디어가 맺는 관계의 본질을 살펴보려 한다.

본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전주시 『평화동마을신문』에는 지역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내용을 주제로 한 연재 기사가 있었다. 매주 진행되는 마을신문기자단 회의에서 이 연재 기사의 주제가 논의되었는데, 한번은 우범 지대가 되어버린 오래된 아파트 담벼락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범화가 진행된 이유에 대해 논의하던 대화는 어느새 ‘장소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벽화 그리기’ 활동으로 연결되었다. 당시 마을신문기자단은 15명 정도였지만, 벽화 그리기를 하는 당일에는 250여 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마을신문 회의에서 시작한 활동이 마을 축제가 되는 순간이었다.

벽화가 완성되기까지 모든 과정에 기자단과 주민이 함께 했으며, 이는 마을미디어를 통해 기사화되고 방송되었다. 평화동마을신문 정선아 기자는 “그때의 벽화 그리기 활동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설렙니다. 마을 소식을 전하는 것에서 나아가 마을을 위해 직접적인 활동을 해본 첫 경험이었어요. 그날의 경험이 지금까지 기자단 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마을미디어가 일부 활동가만이 아닌 주민과 함께하는 주민미디어라는 생각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한다. 마을미디어가 마을, 주민과 함께함으로써 그 의미와 힘이 나온다는 의미일 것이다. 벽화 그리기 활동 후 평화동마을신문은 지역의 현안이었던 ‘지시제(동네 저수지) 생태정화 포럼과 활동’을 했으며, ‘우리 동네 상권 활성화하기’, ‘상설 플리마켓 운영과 아나바다 운동’ 등 다양한 마을 활동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학생, 주부, 직장인 등 주민으로 구성되어 시작된 마을신문. 처음에는 ‘기자’라 불리는 것도 어색했지만 이제는 지역에서 의제를 만들어내고 마을 활동으로 연계하고 있다.

평화동마을신문 김수돈 편집장은 “마을신문은 주민들이 자발적인 언론 활동을 통해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고 마을공동체의 복원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신문의 활동반경을 넓혀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고, 이 과정 자체가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마을 사랑을 드높이는 일이 되었다.”라며 마을미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을미디어 활동은 콘텐츠를 지속해서 발굴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이렇게 소개되는 미디어는 피드백이나 여론을 형성하게 되며, 이러한 움직임들이 마을 활동으로 이어져 마을을 성장시키거나 변화시키기도 한다.

여기에는 마을미디어나 마을 활동을 하면서 얻게 되는 개인적 성장도 있다. 김강수 평화동 마을신문 기자는 “내가 하는 활동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 활동이라는 생각도 든다. 주민자치 활동과 지역 문화를 활성화해보자는 생각도 늘어났다. 이제는 스스로 기자이면서도 마을 활동가라는 자부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평화동마을미디어 활동 공간에는 마을미디어에 관심 있는 단체들의 견학이 많아지고 있다. 견학이 잦아지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지금처럼 마을미디어가 지속하고 있는 이유이자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여기에 대한 대답으로 평화동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주민 기자들 간의 관계’를 먼저 이야기한다. 마을미디어 활동으로 알게 된 사이지만,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관계를 이루고 이는 서로에게 신뢰를 주며 힘이 되어준다. 이러한 관계 안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은 일상이 되고, 그 속에서 더 많은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미디어를 바라고 있다. 우리가 마을미디어를 통해 갖는 재미 안에서 소통하고 지속하면서 만들어지는 의미들은 굳이 마을미디어의 거대 담론이나 역할을 꺼내 들지 않더라도 마을미디어가 가져오는 바람이자 마을미디어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가 아닐까 싶다.

소통과 공감의 마을 미디어 - 김해FM

‘김해FM’은 공감발전소 조아라 대표가 2018년 개국한 유튜브 채널 ‘라디오도시樂’이 전신으로, 김해 진영 지역 공동체 활동가와 봉황동 주민들이 결합하여 마을미디어로 확장되었다. 김해 FM은 화포 권역 생태마을의 ‘달팽이방송국’, 진영 서구2마을 ‘찬새내골마을방송국’,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위한 ‘이음방송국’, 친환경농법 농부들의 공동체인 ‘벼꽃방송국’, 지내동 책 모임 공동체의 ‘지내다락방송국’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해FM은 실제FM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행정의 홍보 매체나 지역 신문이 다루지 않는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지역 사회 대안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