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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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웰메이드 지역문화콘텐츠는 가능한가?
코로나19로 대두된 예술의 지속가능성

코로나19가 이렇게 삶을 송두리째 바꿀 줄 우리는 알지 못했다. 팬데믹 이후 본질적으로 중요한 가치인 ‘건강, 안전, 생명, 환경, 행복, 가족’ 등을 중시하는 현상이 강화됐다. 불안감, 두려움, 우울을 달래려는 ‘불안 CARE’ 소비 또한 나타나는 모습이다. 타인과 대면 시간이 줄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를 위한 ‘에고이즘’ 소비 패턴 또한 강화됐다.
사람들의 이러한 패턴은 문화예술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비대면 콘텐츠가 급부상하며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막강해졌고, 방탄소년단은 문화예술을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문화예술 콘텐츠의 산업화는 지역 기반의 문화예술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된다.
그러니 이 시점에서 묻고 싶다. 지속가능한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는 왜 존재하며, 어떻게, 누구를 위해 만들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이를 위해 총 세 개의 질문으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1.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는
왜 필요하며, 무엇을 위해 만드는가?

먼저, 문화예술 콘텐츠가 국가의 중요한 경쟁력이며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잘 만들어진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는 대외적으로는 지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내부적으로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데 기여한다. 관광산업과 연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굿즈나 지역 향토 생산물과 연결하면 제조업처럼 큰 형태의 산업으로까지 확대된다. 예를 들어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는 웹툰과 게임, 가상현실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를 지원하는 곳으로, 이곳을 통해 부산은 지역문화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이렇듯 경제적 효과도 있기에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질 것이다.

2.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는 어디서, 누가 만들 것인가?

그렇다면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는 과연 어떻게 제작 시스템을 갖출 것인가? 사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 콘텐츠는 실패를 전제로 하고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민간과 공공의 역할을 연결하는 좋은 시스템의 모델로 ‘서울예술단’을 꼽고 싶다. 서울예술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공립 예술 단체로 한국적 창작 뮤지컬 양식 개발에 앞장서 왔다. 흥행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를 할 수 없는 민간의 약점을 보완해, 실험적이면서 완성도 있는 창작 공연 개발을 도모하고 공공과 민간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시장구조와 다양한 공연 시장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또한 일시적인 정부 지원 사업의 형태로 예산을 나누어 주는 형태가 아니라 민간 제작사와 예술 단체가 직접 제작을 맡고, 서울예술단이 행정과 홍보마케팅을 맡고 있다. 지역문화재단도 이러한 시스템을 모델로 하여 조직을 만들고 지역만의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3.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웰메이드 콘텐츠를 운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가까운 답은, 민간 상업 뮤지컬의 성공 사례에 있다고 본다. 상업 뮤지컬은 초기 기획 과정과 프리 프로덕션의 준비 기간이 길고 체계적이며, 제작비만큼의 홍보 마케팅비가 투자된다. 또한 콘텐츠가 재확산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객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되도록 전문가를 투입한다.
이런 우수 사례로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제작 공연인 뮤지컬 〈홍도 1589〉가 있다. 2018년 초연작인데, 지금은 꽤 입소문이 나있는 공연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홍도’라는 소재에 대한 편견과 낮은 인지도로 부침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영화보다 싼 웰메이드 뮤지컬’이라는 점을 내세워 평균 티켓가의 반절 수준인 1만 원에 즐길 수 있게 했다.
덕분에 개인 관람객이 많이 찾게 되었으며,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재관람 관객도 생겼다고 한다. 파격적인 가격정책, 지역 연계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것이다. 그러면 모든 지역 문화예술 콘텐츠가 상업화된 장르를 추구해야 할까? 과연 정말 순수예술은 관객이 싫어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2015년 경북 영주시는 오페라 〈선비〉를 예산 8억 원으로 제작하였고, 유료 관객 12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다. 그러나 오페라 〈선비〉는 제1회 대한민국 창작오페라 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에 선정되고, 2016년도 카네기홀에 유료 관객 매진으로 공연하는 기록도 세운다.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콘텐츠의 핵심은 작품성과 예술성이라는 좋은 예시이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지역기반 문화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제 관객들은 내가 누구이고, 내가 사는 곳에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어쩌면 팬데믹은 지역 문화예술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김해문화재단의 오페라 〈허왕후〉와 연극 〈불의 전설〉을 보며, 작품의 완성도는 세계의 어느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이 작품들을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인가? 문화재단 혼자 고민하지 말자는 것이 나의 마지막 제언이다. 많은 이들이 지역문화콘텐츠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 모니터링단이든 홍보단이든 포럼이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탐구하게 하자. 주도권을 시민에게, 관객에게 주면 그들은 말할 것이다. 행정은 행정으로서 충실하게 돕는다면 김해의 아름다운 문화예술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언젠가 훗날, 김해 시민들이 오페라 〈허왕후〉에 나오는 가야 복식 코스프레를 즐겨하고, 연극 〈불의 전설〉 타이틀이 찍힌 아메리카노를 들고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행복한 상상을 해 본다.

작성일. 2021.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