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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도시 랜드마크를 생각하며
글.국제신문 박동필 기자

•21세기는 도시 간 경쟁시대…. 디자인 도시 구현이 열쇠

바야흐로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1세를 맞아 국가가 아닌, 세계 도시들간 ‘디자인’을 앞세운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디자인이 잘 만들어진 곳이야말로 그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다시 찾고 싶은 매력적인 곳이 된다는 게 핵심이다. 맨홀 뚜껑부터 도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의 색상이나 모양은 물론, 도시재생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행위가 망라된다. 미니 상징물부터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Landmark) 개념도 당연히 넓은 의미에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디자인의 범주에 들어간다 할 수 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하면 떠오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聖家庭·Holy Family)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작품으로, 1882년 착공된 이후 14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짓고 있다. 유럽이 추구하던 기존의 직선에서 벗어나 둥근 형의 첨탑, 몽환적이고 기하학적인 형상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굳어져 있다. 같은 나라의 빌바오시에서는 구겐하임미술관이라는 걸작이 탐방객을 손짓한다. 마치 가위로 오려 낸 듯한 은색의 함석을 툭툭 세운 듯한 ‘초현실적인’이 건물로 인해 1970년 대 쇠퇴기를 걷던 철광석 도시는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의 반열에 올라선다.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독일 슈투트가르트 TV 타워 또한 대표적 도시의 랜드마크다. 역사적 건축물과 녹지공간, 네카어강의 아름다움…. 고대 양식을 지키되 혁신적이되, 실용적인 도시를 만드는 데 주력해온 독일인들의 감성 엿볼 수 있다. 대형 거미 조형물로 유명한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스도 문화와 예술을 도시 건축에 접목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한때 쇠락한 지역이었던 이곳을 도시재생을 통해 디자인 도시로 발돋움시켰다. 멀티플렉스, 호텔, 방송국, 미술관 등이 밀집한 새로운 개념의 도시로 랜드마크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우리나라의 도시들은 어떤가. 서울은 한강 뷰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조망권 정비, 한강의 물을 끌어들여 만든 청계천이라는 새로운 도심 공간을 창출해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부산은 해운대를 낀 광안대교가 랜드마크다. 크루즈선 전용부두 2곳이 있고 오페라하우스를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짓고 있는 북항 개발 등도 도시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경남 남해에서는 오랫동안 남해대교가 랜드마크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남해 독일마을이 가뿐히 이를 뛰어넘고 새롭게 부상 중이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해 언덕배기에 조성한 이곳은 독일 맥주축제를 시연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전형이라고 본다. 유럽 냄새가 물씬 나는 고동색 독일마을 주택들을 호텔 개념으로 묶으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2000년 고도 김해시의 현주소를 들여다보자. 그동안 가야 고도(古都)라는 무게 때문인지 가야문화 복원사업 등에 치중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도심 공간을 과거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김해시 고대와 현대의 조화 구현…. 빛의 도시, 가능성 보여

지난해 탄생한 토더기 캐릭터가 출발점이다. 오리 문양을 모티브로 한 인형 탈을 사람이 쓰고 다니며 시민과 악수를 하거나 행사요원으로 종행무진 활약 중이다. 캐릭터 굿즈도 나와 관광 상품으로 인기가 높다. 김해시의 ‘허파’인 연지공원 호숫가에 대형 토더기 모형이 설치돼 관광객에게 어필 중이다. 야간을 이용한 빛의 도시를 형상화하는 데도 주력한다. 가야시대 수로왕릉 부근 돌담길 등에서 야간 조명을 활용한 가야문화 탐방 행사인 문화재 야행을 개최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4~6월 가야테마파크에서 연 ‘빛의 왕국 가야 ’야간 빛 축제에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 주변도로가 막히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과거에 없던 일이다. 김해가 수로왕릉, 왕비릉 등을 보는 데 그쳤던 낮의 모습에서 탈피해,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밤의 도시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고도도시(古都都市) 김해가 내건 랜드마크 창조에 관심 집중

홍태용 김해시장은 최근 하반기 김해시정 비전을 밝히면서 ‘시 랜드마크 만들기’에 주력하겠다는 말을 띄워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만큼 기존 것을 재해석하거나 새롭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겠다. 현재 김해시는 김해건설공고 등을 외부로 보내고 그 자리를 가야의 숨결로 채우는 가야사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도시화로 인해 단절됐던 구지봉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대성동고분군, 수로왕릉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는 셈이다. 주변에는 세계 최대 고인돌로 연말 복원작업이 마무리될 구산동 지석묘도 있다. 인근에 해반천과 김해시 문화 예술의 ‘심장부’인 김해문화의전당이 위치해 있어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지는 ‘신명 나는 가야문화존(zone)’이 탄생할 날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필자가 4년 전 만난 부산의 대형 건축회사 간부는 “랜드마크는 굳이 건물일 필요는 없다”라며 “유럽에는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드문 제대로 된 ‘광장’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들어설 김해평야 내의 동북아 물류 플랫폼 지역에 가야시대를 형상화한 미래 도시형 광장을 만든다면 기념비적인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향후 문화적 자산들을 ‘씨실과 날실’로 잘 엮어 나갈 때 랜드마크를 만드는 작업이 머지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김해시도 지난달 김해문화재단을 김해문화관광재단으로 변경했다. 관광 자산을 적극 활용해 국내외 관광객들이 숙박, 음식점 등에서 지갑을 열어 지역 경제에 온기가 돌도록 하겠다는 포석이다. 유럽의 예처럼 한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를 대표할 수 있다. 가야 고도 김해시의 도전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작성일. 2024. 0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