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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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문화관광재단의
성공적 도약을 위한 제언
글.동서대학교 관광경영컨벤션학과 권장욱 교수

방문자 경제와 생활인구의 등장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임금과 낙후된 산업구조로 인해 경쟁력을 잃어갔고, 각종 경제지표는 침체 일로를 걸었다. 이에 1997년 총리가 된 토니 블레어는 이전의 위대한 영국으로 되돌린다는 취지의 ‘Cool Britannia’ 운동을 추진했는데, 그 주된 골자는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영국을 매력적인 목적지로 만들어 해외 방문객을 유치함으로써 경제를 부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전까지 전통적인 거시경제의 주체는 가계, 기업, 정부로 구성되었으나, 블레어 총리는 방문객이라는 새로운 경제 주체를 만들어 냈고, 이렇게 만들어진 부를 방문자 경제로 칭했다.

방문자 경제는 저성장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구미주(유럽·미국)의 국가와 도시에서 강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주요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게다가 2023년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기존의 정주인구가 아닌 생활인구를 기준으로 지방정부의 예산이 책정되기 시작했다. 생활인구란 주민등록인구 및 외국인 등록 인구 외에 해당 지역에 출장이나 관광으로 방문하는 인구까지 포함하는 개념인데, 결국 통제 가능한 인구는 관광으로 방문하는 인구이기 때문에, 이제 각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예산을 더 지원받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으로 외지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관광 전문가 조직의 필요성과
김해문화관광재단의 설립

외지에서 방문객을 유치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관광이라는 자체가 오랜 기간 일정도 짜고, 미리 휴가도 얻어야 하며, 경비도 마련해야 하는 관여도가 매우 높은 소비 행위다. 따라서, 관광을 이해하는 전문가 집단이 상당한 시간과 예산, 인력을 투입하여 그 관광 목적지로서의 통일된 이미지를 만들고 물리적 환경이나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많은 지자체가 관광으로 발생할 경제적 효과에 매료되어 관광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노력은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김해 역시 마찬가지다. 김해의 교통, 안내, 숙박, 쇼핑, 안전 등의 수용 태세를 점검하며, 부족한 문제를 해결해 내려는 조직, 외부 관계자가 김해 관광에 대해서 문의하면 타 부서로 전화 돌리지 않고 하나부터 열까지 원스톱으로 설명해 주고 대응해 줄 조직, 김해 관광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며, 그 가능성을 전략으로 제시하는 조직, 김해의 이미지를 만들어서 어떤 매체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는 조직, 예산이 없으면 정부 공모사업에 지원해서 현장실사까지 책임지고 수행할 전문성을 갖춘 공식적인 조직이 지금까지는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김해문화재단이 문화관광재단으로 변모한다는 것은 적극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사실 걱정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미 타 지역에 설립된 문화관광재단도 조직과 인력, 예산이 제대로 수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할 사람은 부족한데, 성과를 닦달하는 사람은 넘쳐났다. 정부 사업에 선정되더라도 공무원 인력만 확충하고, 재단에 대한 인력 보강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간섭하고 통제하고 지원에도 인색하다가, 결국 얼마 되지 않는 인력도 예산도 줄이고 무너져 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에 걱정이 앞선다는 것이다. 명칭만 문화재단에서 문화관광재단으로 바뀐다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인력과 예산이 장기간 수반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기다려 줘야 한다. 관광재단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채용된 중도 입사자들이 처음부터 잘 적응하고 방향성을 찾아 원활하게 운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해문화관광재단에
바라는 제언

가야 왕도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김해는 역사적인 고유성이라는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지도를 갖는 관광도시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음에도 역사 도시에서 맛보는 일탈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김수로왕의 설화나 허황옥의 스토리도 젊은 신세대에게는 너무 진부하다. 대체 가야라는 고대 왕국과 지금의 우리들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에 답해야 한다. 무작정 오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가야를 방문하는 것이 현대인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는지부터 고민해야 할 시점이며, 재단이 이를 주도해야 한다.

지금까지 김해 관광은 너무 관광시설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대규모 시설은 분명 방문객에게 안정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유지·보수하는 데 상당한 예산과 인력이 수반되고, 무엇보다 트렌드에 맞는 대처를 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전처럼 패키지 여행이 주도하던 시대에는 관광시설을 중심으로 상품이 만들어졌지만, 개별 자유 여행(FIT)으로 전환된 요즘 사람들은 시설보다는 참신한 감탄거리와 맞춤형으로 섬세하게 디자인된 경험을 제공받기를 원한다. 그럼에도 많은 지자체에서는 구름다리, 집라인, 전망대, 케이블카와 같은 시설을 경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처음에야 신기해서 사람들이 찾겠지만, 타지에서 더 새로운 기계와 시설이 만들어지면 희소성이 상실되면서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결국 이 간극을 메워줄 주체는 바로 민간 기업이다. 김해문화관광재단의 역할은 관광을 소재로 창업한 기업이 장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관에서 내는 아이디어는 방문자를 감동시키기 어렵지만, 먹고살기 위해서 발로 뛰고 아이디어를 짜내면서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는 방문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방문객들이 원하는 것은 김해에서 나고 자란 시민들의 자긍심과 지역색이 묻어나는 진정성이며, 그 진정성이 프로페셔널한 비즈니스로 다양하게 구현되는 것이다. 앞으로 김해문화관광재단이 다수의 김해 관광기업을 발굴하고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며, 관광산업 생태계가 뿌리내리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작성일. 2024. 0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