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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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는 흙냄새, 코에는 차(茶) 향기가 머무는 곳 '아민도예'
<아민도예>천향순 도예가, 이경현 한국차문화산업협동조합 대표
김해시 상동면 감로마을, 비 온 뒤 초록의 냄새가 짙어지는
한적한 산동네에 <아민도예>가 자리 잡고 있다.
언뜻 보면 별장처럼 보이지만 1999년부터 도예 작업을 이어온 천향순 도예가의
작업장이자 이경현 대표가 차를 재배하고 사람들과 차 문화를 나누는 곳이다.
이곳에서 천향순 도예가가 빚은 다기에 갓 우려낸 따뜻한 차를 따라 마시면
알 수 있게 된다. 도예와 다도의 만남이 이토록 자연스럽다는 것을.
손에는 흙냄새, 코에는 차 향기가 짙게 머무는 곳.
<아민도예>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천향순 작가님은 1999년에
도예를 시작하셨지요?

천향순 작가 그렇습니다. 처음엔 한국화를 전공했는데 작업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컸어요. 한 장뿐인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줄 때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제 마음에 안 차는 작품을 줘야 할 때면 속이 상했죠. 그러다 우연히 도예를 접하게 됐는데 저와 참 잘 맞았어요. 실용적이고 아름답고 사람들에게 편하게 선물하기도 좋고요.

주로 차와 관련된 다구 작업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천향순 작가 일본과 중국은 차(茶) 문화가 자연스럽죠. 특히 일본에서는 도예 작품 중에서 다구(차를 마시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의 비율이 굉장히 높고, 다완(찻사발)을 만드는 방법이 법으로도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그런 일본에서 개화기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다완을 비싼 가격에 사갔다는 기록이 있거든요. 김해와 진해의 지명을 따서 이름을 붙인 다완이 여전히 남아있기도 하고요. 그런 사례들을 보면서 다구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 또 여성이 작업하기에 알맞은 면도 많아요. 크기가 작고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거든요. 그 외에도 여러모로 차와 맺어진 인연들이 제 작업 방향을 한곳으로 이끌었던 것 같네요.

또한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사토로 자사호를
만들고 계신데요. 자사호는 어떤 도자기인가요?

이경현 대표 자사호는 자사(紫沙)라는 광석을 캐서 물에 개고 빚어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도자기로 중국 유명 다구를 말합니다. 자사토는 중국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흙이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는데요. 저희가 우연히 그 자사토를 김해에서 발견했습니다. 이 자사토로 만든 다구는 어두운 보랏빛을 띠는데요. 중국에서 전시를 했을 때 중국의 도예가와 관람객들이 어떻게 한국에서 자사호를 만들 수 있는지 놀라는 모습을 보였죠. 또한 지난 2013년에 한국세라믹기술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해 자사토임을 확인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국내도예가들 사이에서는 이 자사토를 김해 고유의 흙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사실 도예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흙이 생명이거든요. 자사토를 김해만의 고유한 흙으로 브랜드화 해 나간다면 김해의 도예가들에게 자부심이 생길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사호 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의 15억 인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자사호의 특징은
어떤 것이 있나요?

천향순 작가 가장 큰 특징은 색감이죠. 어두운 보랏빛으로 흔치 않은 색을 띠고 있고, 오래 써도 질리지 않습니다. 또 자사토의 특성상 차 맛을 더욱 깊게 해주고 차를 보관했을 때 숙성도가 다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민도예를 찾아오셔서 직접 경험해 보셔도 좋습니다.

이경현 대표님께서는
김해의 차 문화를 알리는 노력을 하고 계시죠.
김해의 차 문화가 오래되었나요?

이경현 대표 그렇죠. 김해는 약 2,000년의 차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허왕후가 김해로 시집 올 때 차의 씨앗을 가져왔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차가 바로 김해 장군차입니다. 문헌상 기록은 없지만 품종을 비교해 보면 장군차는 보성, 하동과 다르게 인도에서 자라는 대엽종 품종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와 김해는 토질과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토착화가 이루어졌고 품종의 특징이 점차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 점이 안타까워서 몇 종 남지 않은, 대엽종의 속성이 남아있는 장군차 나무를 산 속에다 심어놨습니다. 야생의 환경에서 자라게 하면 차의 속성이 다시 회복될까 싶은 마음에서죠. 이렇게 키운 차는 맛과 향에서 그 깊이가 다릅니다. 또 대엽종은 홍차를 만들기에도 참 좋거든요. 오래될수록 맛이 좋고 가치가 높아지는 중국 보이차처럼 김해 장군차도 발효차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의 바람이 있다면요?

천향순 작가 앞선 답변에서 일본은 다완을 만드는 방법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우리나라도 국내의 고유한 도예 문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자사호에 대한 인식이 초기 단계이고 이론 정리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성을 느낍니다. 우리가 길을 잘 닦아 놓아서 다음 세대는 이 자원을 활용해 김해의 도예 문화를 키워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경현 대표 2019년부터 매년 부산 벡스코에서 국제차문화산업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차 종류와 차와 관련된 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행사인데요. 이런 행사를 통해 공예 작가들의 수익이 보장되고, 관람객들에게 차 문화가 보급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해 장군차의 재배와 보급에 힘을 써서 지금보다 더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성일. 2024. 0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