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김해문화재단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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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일을 동료 예술가들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어서
노정애 도예가·모단공예협동조합 이사장
글.김달님 사진.백동민
노정애 도예가는 자신을 ‘한번 꽂히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한다. 그가 처음 도예를 만났을 때도 그러했다.
고등학생 때 우연히 물레 차는 사진 한 장을 보고 사랑에 빠진 그는 그때부터 도예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물레를 떠나있던 그가 자신의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건 2014년 김해 지내동에 개인 공방을 열면서부터다.
흙으로 돌아오니 살 것 같았다던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도예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서,혼자가 아닌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2020년 ‘모단공예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열심히 사랑하고 성실하게 꿈꾸는 예술인. 노정애 도예가를 그의 작업 공간에서 만났다.

물레 차는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뺏긴 이야기가 인상적이에요.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한동안 도예를 그만두셨다고요.

그만뒀다기보다는 맴돌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내 길이 아닐 수도 있겠다, 내가 너무 도예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다른 일을 경험해 봤지만 하면 할수록 도
예가 내 길이라는 걸 더 선명하게 깨닫게 되었죠. 그러다 2007년에 결혼을 하면서 처음으로 김해에 오게 됐어요. 오고 나서야 김해가 도예 문화가 발달한 도시라
는 걸 알았죠. 가까운 곳에 도자기촌이 있는 걸 보고 역시 내 운명이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육아로 인해 바로 작업은 시작하지 못했고 2014년에 ‘이음포터리’라는
개인 공방을 열게 됐어요. 흙과 흙을 이어서 형태를 만드는 도예 작업처럼 흙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주로 청자 생활자기와 무시유 자기를
작업하신다고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부 시절에 작업을 참 많이 했어요. 현대 자기, 분청자기, 백자, 청자 등등. 결혼 후에 그때 만들었던 작품을 모아보니 청자 빼고는 쓸 수가 없겠더라고요. 나에겐 청자가 답이구나 확신이 들었죠. 무시유 자기는 유약을 바르지 않은, 흙의 민낯을 보여주는 자기예요. 2019년쯤 초대전에 출품할 청자를 구우려고 가마에 넣어놓고선 온도를 잘못 눌러서 고온소성이 되어버린 거예요. 명백한 실수였지만 그를 통해 보게 된 무시유 자기가 제 마음에 들더라고요. 자연에 가까워 보였거든요. 유약을 바르지 않아 형태의 제약도 적은 편이고요. 그때부터 작업의 틀을 깨고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니 저에겐 참 고마운 실수죠.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하나는 청자로 제작한 ‘루나’라는 접시예요. 루나는 스페인어로 달이라는 뜻인데요. 접시에 기울기를 주고 테두리 선이 초승달을 떠올릴 수 있도록 작업했어요. 또 하나는 ‘웨이브 온’이라는 무시유 자기예요. 파도치는 물결 느낌을 살려보고 싶었고 작업 과정도 결과물도 다만족감이 큰 작품이에요.

2020년 동료 예술가들과 모단공예협동조합을
설립하셨죠. 어떤 곳인지 소개해 주세요.

모단공예협동조합은 김해·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도자공예, 캘리그래피, 패브릭소잉, 사진, 플랜테리어 등 예술과 공예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협동조합이에요. 예술가 혼자 힘으로는 살아남기 힘들지만 여럿이 힘을 합치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만들게 되었어요. 처음엔 5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9명이 함께하고 있고, 분야가 다른 예술인들이 협업해 새로운 아이템 개발과 공동판매를 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상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달항아리 액자와 행북이라는 액막이 명태예요. 행북이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북어라는 뜻인데요. 좋은 기운이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일상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패브릭 소재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좋은 글귀 가랜드 만들기’라는 교육 프로그램도 남녀노소 함께할 수 있어 반응이 좋아요. 최근에는 김해 관광두레 주민사업의 지원으로 김해의 역사가 담긴 신성한 동물들(거북이, 호랑이, 오리 등)을 공예 굿즈로 제작했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작년 여름 김해한옥체험관에서 진행된 ‘가꿈 아트마켓’에 모단공예협동조합이 셀러로 참여했어요. 김해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가꿈 아트마켓은 김해의 다양한 예술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마켓이에요. 작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판로 확보가 가장 큰 과제인데 그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덕분에 새로운 고객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홍보와 판매 효과도 높았어요. 가꿈 아트마켓은 주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니 꼭 놀러 오세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계획 또는 꿈이 있다면 ‘자립’이에요. 올해로 김해 관광두레 주민사업 지원도 끝이 나기 때문에 더욱더 자립이 중요해졌어요. 그동안 모단공예협동조합을 통해 확보한 판매 경로로 작품도 함께 판매할 예정이고 더 다양한 곳에서 우리의 제품과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도록 홍보 활동과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꼭 살아남아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단공예협동조합 상품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나요?

모단공예협동조합 스마트스토어에서 주요 상품 구매가 가능하고, 프로그램은 인스타그램 공지가 있을 시에 신청이 가능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김해한옥체험관미래하우스에서 만나실 수 있어요. 그리고 모단공예협동조합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소식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가져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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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 0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