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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는 시민에서 문화를 만드는 기획자로
<흰 지팡이의 노래> 여채원 문화기획자
글.김달님 사진.백동민
김해문화재단이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함께 운영하는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
동하는 문화 인력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평소 시민으로 다양한 지역 문화 활동에 참여하던 여채원 씨는 2023년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지역 문화와 배리어프리(Barrier-free)*를 접목한 ‘흰 지팡이의 노래’ 콘텐츠를 기획·실행했다. 그리고
‘2023 지역문화전문인력 통합성과공유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문화를 누리는데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도록, 배리어프리 문화 기획을 실현하는 여채원 기획자를 만나보았다.
  • *장애인 및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게 물리적인 장애물, 심리적인 벽 등을 제거하자는 운동 및 정책을 말한다. 영문을 직역하자면 장벽 (barrier)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자는 의미이다.

여채원 기획자님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여러 활동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소리를 들려주는 여채원입니다. 사실 기획자라는 호칭이 저에게는 조금 낯선데요. 그동안 시민으로 지역의 여러 문화사업에 참여를 해오다가 김해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함께하면서 문화기획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그리고 봉황동 작은 골목에 위치한 책방 ‘볕뉘’의 공동 대표이기도 합니다. 책방이라고 하지만 책을 팔지는 않고요.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신 것 축하드려요.

부족한 제가 너무 과분한 상을 받게 돼 부끄럽습니다. 평소 시각장애인과 함께했던 활동에 문화기획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고, 문화 소외 당사자의 참여를 이끌어 낸 부분이 심사위원의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장벽이 없는 문화기획을 공부해 지역에서 다양하게 녹여내고 싶습니다.

‘흰 지팡이의 노래’는
어떤 콘텐츠인가요?

시각장애인이 궁금해하는 지역의 이야기(김수로왕, 구지봉, 장군차 등)를 시민리포터가 직접 시각장애인용 오디오콘텐츠로 제작한 것이에요. 흰 지팡이는 시각 장애인의 동반자이면서 그들의 자립과 자신감을 상징해요. 더불어 시각장애인에게 우리들의 소리가 행복한 노래가 되길 바라며 ‘흰 지팡이의 노래’라고 이름 붙였어요.

지역 문화에 배리어프리를
접목한 이유가 궁금해요.

시각장애인과 함께 활동하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그분들이 지역의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시 낭송으로 제 목소리를 들려주는 활동에 그치다가 그들이 주체적이면서 비장애인들과 재미있게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흰 지팡이의 노래’는 시작 단계인 기획부터 시각장애인이 참여해 김해의 궁금한 점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고, 그 기획안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해져 만들어진 콘텐츠라 더 의미가 깊어요.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반응 또는 후기가 있나요?

“저도 시민 리포터가 되어 제 목소리로 시민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자체 평가 자리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들려준 말이에요. 그 말이 참 고맙고 희망적으로 들렸어요. 그리고 한 지역주민은 다음에는 지역의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고 해주었어요. 시각장애인은 어떤 이야기를 더 알고 싶을지 저도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죠.

‘흰 지팡이의 노래’는
어디에서 들을 수 있나요?

유튜브 ‘흰지팡이마을방송국’에서 감상할 수 있어요. ‘흰지팡이마을방송국’은 일상 속 시각장애인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나 그들의 활동 모습을 통해 장애인 인식 개선을 돕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채널이에요. 시각 장애인을 포함해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 위주로 탑재되어 있어요.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특히 2023 지역 문화 활동가 대회·일거리 박람회에서 선배 문화기획자가 알려주는 지역 콘텐츠 상품화 및 사업화 노하우를 듣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어요. 더불어 지역의 다양한 활동가들과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되었어요. 이전에는 시민으로 소소하게 문화 프로그램을 즐겼지만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의 문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사람의 가치를 더하는 문화기획자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준비하고 계신
문화기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지난 12월에는 제2회 <김해배리어프리영화제>를 기획하고 진행했어요. 2022년에 김해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실패해도 괜찮아 프로젝트’를 통해 실행한 기획이에요. 영화를 보고 즐기는 일이 누군가에겐 큰 벽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특히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은 영상과 음성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이 있죠. <김해배리어 프리영화제>는 누구나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화면해설 자막과 소리 해설이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예요. 올해는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 작가의 미술 작품에 소리 해설을 추가한 배리어프리 전시를 기획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평소 전시 관람을 어려워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준비한 전시예요. <흰 지팡이의 노래>는 새로운 시민 리포터를 모집할 계획이에요. 대본 작성 및 낭독 수업을 통해 역량을 강화시켜 지속 가능한 활동이 되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작성일. 2023. 12. 26